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삼성에 맞선 파업 투쟁, 도약의 첫 걸음을 내딛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파업 투쟁의 경과와 과제

[출처: 노동과 세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하 ‘지회’)가 파업을 통해 2014년 임단협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최종범 열사 투쟁 이후 사측은 노동조합을 인정한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노조가 제대로 세워지려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체결해야 한다. 지회는 지역에 따라 순차적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1월 13일 부산과 경남지역 9개 센터 기습 파업을 시작으로 임단협 투쟁의 본격적인 물꼬를 텄으며, 18일 애니콜 엔지니어들이 중심인 울산지역 4개 센터에서, 21일 경기남부지역의 분당·성남·광주·이천·평택 5개 센터 조합원들이, 28일 인천지역 2개 센터에서 가세함으로써 7백 파업대오를 돌파했고, 2월 3일에는 포항센터가, 그리고 지난 5일 서울권역 8개 센터가 가세함으로써 전국 45개 센터·31개 분회 850여 명의 조합원들이 파상 파업을 진행했다. 쟁의권을 확보한 전남지역의 순천센터와 조만간 쟁의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강원지역의 춘천센터, 대구경북지역의 4개 센터까지 더 하면 파업이 가능한 조합원 수는 1천 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임단협 투쟁 초기의 ‘돌입’ 국면을 기세 있게 지나 안정적으로 본격적 궤도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별 볼일 없었던 사측의 초기대응
그간 협력사 사장들 대신 경총 교섭단을 앞세운 삼성 자본은 임금이나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안도 내놓지 않고 교섭 자리는 끊임없이 회피하면서 노동조합과의 실질적인 대화를 거부해왔다. 이런 와중에 지난 13일 부산경남지역 협력사 대표들은 ‘노조의 요구는 과도하다. 다만 우리도 잘못이 있으니 꾸짖어 달라’며 읍소하는 시늉의 ‘광고’를 냈다.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라면 코웃음을 치게 한다. 지회의 파상 파업 이후 보인 첫 반응치고는 식상하기 짝이 없으며 예측 가능한 것이었지만 역으로 현재 이들에게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은 불법적인 대체인력 투입을 통해 파업 투쟁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광주에서 김해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본사 엔지니어들을 투입시켰고, 동네 컴퓨터 수리점과 전파상, 과실이나 횡령 등으로 인해 일터를 떠났던 퇴직자들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본사 대체인력은 삼성 자본 스스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조치였다. 사측은 게릴라 파업 초기부터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하면서 허둥지둥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측의 의도와 달리 지회 조합원들의 기세는 조금도 움츠려들지 않았다. 되려 용인센터 등에서는 엔지니어들 스스로 집단적으로 대체인력 투입을 거부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이 싸움이 조직대오 뿐만 아니라 미조직 센터들의 노동자들에게도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희망의 산파
지회의 조직력은 탄탄해지고 조합원들은 높은 투쟁 결의를 잃지 않고 있다. 지난해 ‘S그룹 노조 대응문건’에서 드러났듯, 헌법도 위배하는 ‘무노조 방침’의 칼날을 휘둘러온 삼성 자본에 맞서 지회 조합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을 뚫고 임단협 투쟁 국면까지 왔다. 그리고 최종범 열사 투쟁 이후 조직화 2기 국면을 맞이해 조직력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회는 삼성 자본 ‘75년 무노조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자부할 만하다.
조직되지 않았던 삼성 노동자들이 민주노조 깃발을 세웠다. 이들은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서비스 노동자라는 점에서, 해남센터부터 속초센터까지 170여 곳에 흩어진 전국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접면이 대단히 넓다.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다. 삼성전자를 원청으로 삼은 모든 하청 노동자들이나 전국적으로 흩어진 서비스업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산파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들은 지회의 투쟁을 지켜보며 자신들도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꿈을 품게 될 것이다. 이번 임단협 투쟁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이 땅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징적인 희망으로 자리 잡아가는 첫 과정이다.
게다가 지회의 투쟁은 삼성 자본을 상대로 한 대중적인 투쟁의 물꼬를 트고 있다. 최근 신규채용인력 대학할당제 논란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듯 영역을 가리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삼성에 대한 대중적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영화 상영을 방해하는 삼성의 외압을 뚫고 광범위한 대중적 응원 속에서 흥행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은 올해 투쟁 기조를 반박근혜·반재벌로 삼고 삼성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화하기 위한 결의를 세우고 있다. 재벌에 맞선 투쟁의 기점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

관성을 딛고, ‘쎈’만의 방식으로!
삼성 자본으로서는 임단투에 들어서고 센터별 재계약 시기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을 탄압 일변도로 다루기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삼성 자본은 지난 연말 어닝쇼크에 따른 휴대폰 시장 위기와 그룹 승계 문제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자칫하면 사회적으로 그룹 승계 문제가 건드려지면서 그룹 전체가 부담을 떠안을 수 있음을 계산할 것이며, 최근 주력하는 이미지 개선 시도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음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지회가 안정화되면 삼성의 무노조 전략이 무너진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를 놓고 고민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 국면을 넘기려 할 것이다.
삼성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건, 중요한 것은 노동자운동이 좌고우면 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꿋꿋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통한 노동조합 사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을 실천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투쟁의 파고가 깊어질수록 전국적인 시야와 조직화 기조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지만, 파업 대오 스스로 어떻게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명민하게 판단해야 한다. 면밀한 타격지점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전술은 자본에 타격도 주지 못하고 주체들을 지치게만 한다. 삼성 자본이 가장 아파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파하고 그 폐부를 찌르는 전술적 노력이 필요하다. 센터를 벗어나 삼성 자본을 상대로 하는 상징적인 거점을 공략하는 투쟁, 분산되어 있는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전 사회적인 싸움으로 확대시키기 위한 기획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에버랜드나 삼성전자 신제품 발표 현장에서의 퍼포먼스 등 삼성 자본의 대외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거점에서의 투쟁을 기획하면서 광범위한 여론를 형성시켜야 한다. 삼성으로서는 예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투쟁을 기획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판을 끌어나가야 한다. 관성을 딛고 ‘쎈’(SamSung EngiNeer,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를 지칭)만의 방식으로!

넘어야 할 산
아직 우리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임단투는 이제 막 돌입 국면을 넘어섰을 뿐이다. 2월 25일 국민총파업을 경과하며 앞으로 삼성서비스노동자의 투쟁을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결의가 필요하다. 삼성 자본의 핵심인 비서실을 지회의 임단협 교섭 테이블에 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운동은 한편에서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자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삼성의 기만을 비판하면서 투쟁의 장을 사회적으로 넓혀야 한다.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무차별적인 대중들과 만나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쟁의 정당함과 절실함을 선전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로 6천 엔지니어를 조직하고 10만 명의 시민을 우군으로 전방위적인 대삼성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열사 대책위가 전환된 삼성바로세우기, 삼성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조직하기 위해 만들어진 삼성노동인권지킴이, 각종 소비자단체 등 시민사회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금속노조가 앞장서고 민주노총이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삼성 자본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종종 간과되는 사실, 즉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조직화에 얼마나 관심과 힘을 집중하느냐가 투쟁의 향배를 가를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의 임단협 투쟁에 사회운동의 연대와 협력이 집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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