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복지 3법으로 우리 이웃을 구할 수 있을까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최저생계비 현실화가 우선이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달 26일 동반 자살한 세 모녀가 남긴 유서 아닌 유서가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이후에도 안타까운 사연은 연일 보도되었다. 도대체 한국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하기에 우리의 이웃이 자꾸 죽음으로 내몰리는가.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일제조사를 실시할 것이고, 국회에서 복지 3법(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출처: 뉴스타파]

복지 사각지대가 형성된 과정

가구의 월수입이 정부가 설정한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절대 빈곤층은 410만여 명이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는 오히려 2009년 157만 명에서 135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수급권자의 두 배에 이르는 사각지대가 방치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 모녀가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 구청에서 알았다면 정부의 긴급복지지원 제도를 받았을 것이라 언급했지만, 현실은 아니다. 세 모녀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더라도 부양의무자 기준과 근로능력기준 등에 부딪혀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부양의무자란 자신을 부양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의 1촌 직계혈족(부모, 아들, 딸) 및 그 배우자(며느리, 사위)를 가리킨다. 이 중 누구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잡히면 수급 탈락 위기에 처한다. 소득이 잡히는 가족이 자신을 부양할 관계가 아니라도 이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몇 번의 통화내역을 보고 가족관계 단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수급권이 박탈된 경우도 있다.
근로능력 평가 기준이란 2010년에 새롭게 도입되었다.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는 자활사업 참가를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실시한다. 그러나 실제 취직이 어려운 사람까지도 근로능력이 있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고, 수급신청자들이 근로능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나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모멸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 사각지대는 이러한 기준 때문에 생겨난다. 연락이 끊긴 자녀에게 소득을 증명해달라고 할 수 없어 수급권 신청을 포기하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근로능력 평가와 자활사업 참여 과정 때문에 수급을 포기한다. 친척들의 도움도 거절했다던 세 모녀가 복지제도를 알았다한들 이런 과정을 다 감수하며 수급을 받았을까. 복지를 권리로 사고할 수 없게 만든 이런 기준들은 복지가 필요한 이들이 존엄을 지키기 위해 권리를 포기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또한 시민들 사이에서도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수급 기준을 강화해 예산을 절약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것이 빈곤층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만들어 진 과정이다.

복지 3법은 명백한 개악

정부가 내놓은 복지 3법이 세 모녀의 자살이 드러낸 문제에 대한 답이라면 사각지대를 양산한 구조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할까.
먼저 세 모녀에게 해당되는 법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의 개정안을 살펴보자. 현행 기초법의 핵심은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 수준인 가구에 지원을 한다는 것인데, 개정안은 이 최저생계비 개념을 없애고 본래 통합되어 있던 주거, 의료, 교육 등 7개의 급여를 부처별로 쪼개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각 부처 장관의 재량에 맡긴다는 내용이다. 수급기준과 급여체계는 더욱 복잡해져 제도의 접근성은 낮아지고, 개별 수급자에 대한 보장성은 축소될 것이다. 빈곤사회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제안한 기초법이 통과되었을 경우 150만 원의 수입을 가진 세 모녀가 받을 수 있었던 지원은 7개의 급여 중 주거급여뿐이었을 것이며, 그 금액도 3인 가구 최대 24만원 중 자기부담금을 제외하고 단 1만원에 그쳤을 것이라 말했다.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을 보자.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은 본래 ‘모든 어르신께 20만원’,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대상자 폭을 좁히고 급여를 차등화 하는 법안이 제출되었다. 이 자체로도 문제지만,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겠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기초연금법이 통과되면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는 현행법보다 기초연금이 오히려 삭감될 예정이다. 본래 기초연금이 노인빈곤의 해결 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낮은 보장성을 보완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음을 생각해 볼 때 명백한 개악일 뿐 아니라, 앞으로 국민연금제도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만약 세 모녀의 어머니가 식당에서 받은 저임금으로 4대 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애써 국민연금에 가입했는데 그 때문에 기초노령연금이 깎이는 억울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런 의견은 전혀 듣지 않은 채 기초연금법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초연금 지급을 하지 못한다며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복지 3법은 부양의무자 기준과 근로능력 평가 기준과 같은 사각지대의 진짜 원인은 제거하지 않은 채, 제도의 접근은 더 어렵게 만들고 보장성은 약화하며,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의 근간을 흔들 것이다. 명백한 개악이다. 개악된 복지 3법은 가난한 이들의 삶을 더욱 옥죌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최저생계비 현실화가 우선

지금도 생활고에 시달리며 죽음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책임을 가져야 할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던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한다. 근로능력 평가 기준과 자활사업을 조건으로 한 수급 조항 역시 폐지되어야 한다. 이는 사각지대를 줄이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자, 수급권자들의 존엄을 지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또한 최저생계비 기준을 해체하고 급여를 종류별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최저생계비 기준을 높여 보장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2014년 3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는 132만 원이다. 월 150만 원 수준인 세 모녀의 소득이 삶을 이어가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나 납득하고 있다. 그런데 최저생계비 기준은 세 모녀의 소득보다 더 낮다.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빈곤층을 포괄하려면 최저생계비 기준을 현실적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공약파기 기초연금법과 장애인연금법은 폐기하고, 노후보장과 장애인 차별을 없애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복지3법 반대 의견을 ‘발목잡기’라고 폄하하면서 기초연금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행 기초노령연금법 하에서도 연금액 인상은 가능하다. 또한 장애인연금 인상 약속만 하지 말고 장애당사자의 요구인 장애등급제 폐지부터 추진해야 한다.
빈곤에 고통 받는 당사자들, 그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빈곤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온 이들의 요구가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그것이 빈곤 당사자의 고통은 물론, 가난으로 인해 생을 저버리는 사람들의 소식에 매일 가슴을 치는 우리 모두의 고통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다.
[출처: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