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the guardian] |
전쟁 또 전쟁
시장, 학교, 병원 가리지 않고 머리위로 포탄이 떨어진다. 사망자수는 1400명을 넘었고 부상자는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폭격이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몇 차례 한시적 휴전 협의를 했지만 그 마저도 팽팽한 긴장 속에 몇 시간 되지 않아 어그러졌다. 8월 1일 72시간 휴전 협의 속에도 가자지구의 땅굴 파괴는 중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스라엘은 휴전 협의 두시간만에 탱크 포격을 개시하며 다시 가자 일대는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1, 2차 세계대전과 영국의 점령, 유엔의 위임통치, 이스라엘 건국과 수차례의 중동전쟁, 두 번의 인티파다, 오슬로 협정과 무력화, 2008-9년과 2012년 발생한 1,2차 가자전쟁. 지난 세기 서아시아의 격전지로서 이 모두를 겪어낸 팔레스타인 땅은 전쟁과 공포, 도피와 죽음이 일상화된 곳이 되었다.
봉쇄된 가자, 하늘아래 가장 큰 감옥
이번 공격으로 인한 가자지구의 희생자의 4분의 3은 민간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하마스와 싸우는 것’이라며 하마스가 일방적으로 휴전 협정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쟁 중단 가능성을 말하면서도 가자 봉쇄는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봉쇄는 평범한 민중들의 생존을 볼모로 하는 가혹한 전쟁 범죄임에도 말이다. 2007년 하마스 통치 이후 시작된 가자 지구 봉쇄로 인해 기본적인 물자 공급도 이루어지지 않는 속에 사실상 백만 명이 넘는 주민 대다수가 난민이 되었다. 공식 실업률이 50%가 넘고 경제, 보건 인프라가 전무한 수준이다. 감옥처럼 변해버린 가자의 주민들은 땅굴에 의존해 생필품을 조달하는데 이 와중에도 이스라엘은 그 땅굴을 공격의 명분으로 삼아 파괴하면서 이들을 더 완벽하게 고립시키고 있다.
통합 정부 부상을 견제하는 이스라엘
사실 6월에 시작된 이번 공격이 있기 전까지 최근 팔레스타인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지각변동은 국제사회의 기대와 주목을 끌었다. 그 동안 팔레스타인은 서안과 가자지구로 양분된 채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파타와 하마스가 분리 통치를 해왔다. 팔레스타인 입법평의회 최대정당인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을 전신으로 한 파타는 대 이스라엘 입장 등의 차이로 그간 반목을 거듭해왔고 이 과정은 사실상 준내전 상황이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분단 상황을 오히려 정치적 힘으로 이용하면서 하마스를 극단적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파타와의 관계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분단 이후 7년 여만인 올해 4월 극적으로 파타와 하마스는 통합 정부 구상에 합의하였고 연말 총대선을 통한 내각출범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스라엘로서는 팔레스타인 통합 정부의 부상이 자국의 구상에 심대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기에 즉각 반발하며 보복의 의지를 표명해왔다. 미국마저 이 통합 정부에 대해 비폭력과 이스라엘 국가 인정이라는 원칙을 단서로 하여 유화적 입장을 발표하자 이스라엘은 격분했다. 이스라엘에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테러조직인 하마스를 배후로 하는 팔레스타인 통합정부를 인정하지 말자’며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그러던 중 이스라엘 청년 세 명이 실종되는 미궁의 사건이 벌어졌고 이를 빌미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무차별 수색과 민간인 살해를 자행하던 이스라엘은 곧 이를 확장하여 가자에 대한 전면 공격을 벌였다.
‘인도주의적 해법’이라는 수사에 가려진 진실
가자의 피해상이 보도되고 국제 사회에서 이-팔 갈등에 대한 우려가 쇄도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무기 지원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강한 자위력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 그 변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성명에서 이스라엘로부터 탄약 지원을 요청받고 미국이 이스라엘 내에 비축해 두고 있는 전쟁예비물자(WSRA-I) 사용을 승인하였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 돔’에 2억 2500만 달러의 지원 예산을 추가 배정했다. 민간인 희생을 우려한다고 했던 미국 정부의 두 얼굴이다.
미국은 지난 21차 유엔인권이사회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조사위원회 구성 결의안 표결에서 반대 표결을 하며 그 노골적인 의사를 국제사회에 표명했다. 팔레스타인에 10억원 가량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한 한국 정부 역시 결의안에 기권하는 것으로 동조했다. 이미 한국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스라엘에 227억 원 상당의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오스트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한국 정부 역시 이스라엘이 저지르고 다수 국가가 공조하는 전쟁과 민간인 학살에 유형, 무형으로 가담해온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
전쟁 범죄를 멈추게 할 평화 운동으로
이-팔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1993년, 1995년 오슬로 1, 2차 협정을 비롯 여러 협정과 중재 시도가 있었지만 상황은 악화되어 왔다. 오히려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은 팽창해왔고 이스라엘은 분리장벽을 늘렸다. 외교 질서가 주도해 온 평화과정의 실체란 결론적으로는 팔레스타인 지역 분할과 통제 강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배권만 공고히 하는 셈이었다. 지금도 유엔은 양측 모두 공격을 멈추라고 하지만 이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인도주의적 해법을 찾자는 수사속에 이 반복되는 전쟁을 야기하는 국제적 역관계와 비대칭적인 희생에 대한 분명한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장기화된 갈등 기간 동안 이스라엘 사회는 우경화했고 팔레스타인은 분열로 들끓었다. 세계 전역에서 반유대, 반이슬람 시위가 벌어지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양국의 정치인들은 서로에 대한 국민적 증오를 적극 동원하며 전쟁을 지속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와 함께 대중 저항을 군사화하는 방식이 지지받는 토양을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과 그 지원국의 끊이지 않는 점령과 전쟁범죄에서 비롯한다. 중동지역이 야만과 공멸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평화 운동의 성장이 사활적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무고한 희생을 막는 것이다. 평화운동은 유엔 결의안도,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도 깡그리 무시하는 이스라엘의 제국주의적 학살과 외교적 현실주의라는 명분으로 이에 동조하는 주변국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모으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금의 전쟁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팔레스타인 민중들에 대한 실천적 연대와 함께 전 세계 반전운동이 함께 나서자.
점령을 중단하라!
가자 봉쇄를 해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