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5년|12월|작업중지권] 노동자가 라인 잡을 수 있다는 걸 여주는 게 중요하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홍진성 대의원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은 2014년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 조사연구에도 함께 했던,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한 대의원이 올해 다시 작업을 중지했다 회사로부터 고소 고발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회사에서 계속 고소 고발로 단호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회사가 ‘세게’ 나오는데도,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듣기위해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홍진성 대의원과 이재선 노안실장을 만났다.

최근 화성지회에서 있었던 작업중지 사례와 회사의 대응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홍진성 : 지난 8월 24일 제가 속한 엔진공장에서 벌어졌다. 400~500kg 되는 엔진이 높은 데서 내려와서 작업대에 안착하면 그 뒤에 작업을 하는 구조다. 여기에 안전장치를 꽤 많이 해 놓는다. 늘 하는 일이지만,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에 이를 지지하는 굉장히 큰 고리가 7-8개 정도 걸려 있다. 엔진이 안착되면 이고리가 풀리고, 이송기구가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이 고리 중 하나가 덜 제거되어, 엔진이 고리 하나에 덜렁덜렁 매달린 채로 다시 올라간 거다. 400~500kg 되는 엔진이 고리 하나에 걸려서 올라가고 있으니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사실 이런 상황이면, 중간에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상승이 멈췄어야 하는데, 이것도 제대로 작동을 안했다. 그래서 반대쪽에서 작업하던 대의원이랑 같이 안전사고로 판단하고, 작업중지를 했다. 작업 중지 후 대책 회의를 요구했다. 사실 어차피 라인이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한 설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회사는 완강하게 안전사고가 아니라면서 대책 회의를 할 수 없다고 나왔다. 결국 라인이 꽤 오래, 6시간 40분 정도 섰다.

여전히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안전사고 아니라는 논리가 회사와의 쟁점이 되는 건가?

홍진성 : 그렇다. 작년에 있었던 작업중지 건으로 법정 재판 중인데, 재판 과정에서 회사는 ‘회사 자체적으로 정한 안전사고에 대한 규정 및 처리 경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사람이 다치는 경우를 포함해서 인적, 물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만 안전사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노사 합의된 규정이 아니다. 회사 스스로도 노사합의가 아니고 회사 자체 규정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노사 합의 아닌 사항을 적용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회사의 그런 프레임, 그런 시도를 깨려고 노력하는 거다. 물론 한번에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안전사고를 매개로 한 투쟁이 계속 시도돼야 할 것이다.

이재선 : 회사가 생각하는 작업중지 기준은 사람이 다친 이후, 심지어 사람이 다치더라도 생산에 영향을 최소한으로 줘야 한다는 기조가 확실히 서 있다. 중대재해나 돼야 라인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상 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전에 다른 작업중지 관련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회사 관리자에게 판사가 물었다.‘만약에 라인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팔이 잘렸다. 그러면 라인이 서냐, 안 서냐, 서야 되냐 안 서야 되냐’ 물었더니 ‘그 때도 안 세워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게 회사 관리자들 생각이고 태도다. 사고가 날 뻔한 경우에는 사고가 날 뻔 했다고 안 된다고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안 세울 수 있으면 최대한 안 세우는 것, 생산에는 차질이 가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최선이다.

예전에 기아차 화성 공장의 판례를 보면,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작업을 중지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서 노동자 편에 유리한 판결이 나곤 했는데, 관례가 바뀌는 것 같다. 관례를 깨기 위해 회사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홍진성 : 안전사고냐 아니냐 따지는 것이나, 법적 문구 해석도 결국은 힘의 관계에 따라 달라져 왔다. 그 동안 작업중지의 관례를 지킬 정도로 노동조합이 힘이 있었다면, 근래 노동조합 힘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해지다보니 예전에는 안전사고라고 이름 붙었던 것도 아니라고 하고, 예전에도 안전사고가 아니라고 했던 것은 더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회사가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재선 : 회사도 화재 발생처럼 명백해 보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실력행사를 해도 개입을 하지 않는다. 대신 조립 라인에서 작업 중지를 한 경우, 노동조합에 불리한 면이 있을 것 같다고 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관례라는 것이, 예전에는 사고가 발생해서 작업자가 피해를 입으면, 작업자를 병원으로 보내고 현장에 작업중지 등의 조치를 취한다. 그 뒤 주변에 있는 조합원들과 함께 공청회를 열어, 현재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설명하고, 이후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어떤 내용으로 회의를 열어야 할지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갖는다. 이 결과에 따라 사측과 대책회의를 해 왔다. 이게 관례인 것인데, 이제 그게 안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단호하게 나오니 현장에서도 공청회나 대책회의를 열면 라인 중단 시간이 늘어나고, 그러면 회사의 고소고발 위험이 높아지니, 작업자 병원 후송 등 최소한의 조치만 하는 것으로 현장 반응이 축소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회사의 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나?

이재선 : 현장, 노동조합, 산안위원 힘이 세지지 않으면 회사의 이런 태도는 계속될 것이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안전사고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이 힘을 행사한 적이 별로 없었다. 현장에서 조합원이나 대의원이 안전 문제에 대해서 제기를 하고 일을 벌이면, 이후 진행을 일정 정도는 조합이 함께 책임져줄 줄 알았는데, 그 역할이 잘 안 됐던 거다. 예를 들어, 작업중지에서도 안전 사고를 발견하고 작업을 멈추는 주체의 역할은 현장에서 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회의를 열면, 이후 이를 회의록으로 남기고 개선 결과물을 남기는 것은 노동조합에서 조직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다. 이런 역할과 지원이 잘 안 됐던 것이다. 이제 새로운 집행부로 노안실을 꾸린지 한 달이 안됐는데, 우리는 그 역할을 잘 하려고 한다.

그 동안 노동조합의 이런 역할이 왜 잘 안 됐다고 생각하나?

홍진성 : 노동조합 간부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내가 조합원이나 대의원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합원을 같이 싸우는 동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치 자기가 양을 인도하는 목동처럼, 조합원들을 ‘보호해줄게, 인도해줄게’ 하는 꼴이다. 그러니 노동조합은 문제를 만드는 것을 싫어하고, 문제가 생기면 중재하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써보지 않은 권력이나 권한이 주어지자, 제대로 쓸 줄 모르고 엉뚱하게 ‘가만 있어봐, 내가 해결해줄게’ 하는 태도다.

고소고발도 여러 차례 당하는 등 위축될 수도 있는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작업중지권을 실천하는 이유는?

홍진성 :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라인을 세울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걸 조합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라인을 중단하는 것은 회사’라는 인식이 조합원들 사이에 세워지면, 노동조합 힘도 더 약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토론이나 교육을 하면, 조합원들이 훨씬 교육을 잘 듣고, 굉장히 흡수가 잘 된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힘이 나뿐만 아니라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그 힘으로 조합원들을 조직해 나가면 좋겠다.
이전에 작업중지권을 잘 사용해왔던, 현대, 기아차 등 완성차 사업장에서 최근 작업중지권에 대해 회사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서, 완성차 노동조합 사이 혹은 금속노조나 외부 단체와의 공동 투쟁이나 연대가 필요한 것 같다.

홍진성 : 연대 필요성은 공감한다. 작년에 안전사고 투쟁 이후에 당장멈춰 팀과 인터뷰 하고 나서, 토론회에도 참여하고, 경향 신문에 기사도 실리게 됐다. 이후에 공장에도 많이 알려져서 도움이 많이 됐다. 당시 다른 사업장에서 비슷하게 투쟁하는 분들을 만난 게 저에게도 힘이 되고, 우리 투쟁이 밖으로 알려지니 조합원들도 좋아했다. 사실 이런 투쟁은 많이 알려질수록 좋은 거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라인 잡고 싸우는 건 하겠는데, 이걸 외부로 알리고 연대를 조직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 일단 현장에 있는 나로서는 계속 문제가 생기면 라인을 잡고, 문제를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투쟁을 만들어 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법정 투쟁 과정을 금속노조 등과 함께 하는 것은 어떤가? 그런 과정에서 다른 사업장에도 사례가 더 알려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는데.

홍진성 : 재판 투쟁 자체 혹은 판결은 신경쓰지 않는다. 재판에서 이기는 것, 혹은 법안 내용이 개정되는 것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라인 잡는 투쟁이 확산되고 더 많아지고, 현장에서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사고 난 후 대응하는 것을 넘어 예방 차원의 투쟁이 더 많아지고. 그러면 그 결과로 재판도 이기고, 법 개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세게’ 나오는데도, 작업중지권을 계속해서 실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인 어려움은 없나?

홍진성 : 그렇게 물으면 오히려 부끄럽다. 현대나 기아차는 노동조합도 있고, 선배들이 투쟁으로 만들어 놓은 안전장치가 많다. 개인적인 불이익이 생긴다 하더라도 치명적이지 않다. 반면에 안전장치가 없는 노동조합에서 혹은 노동조합도 없는 곳에서 안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활동가들에 비해서 내가 당당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현장에서 ‘우리가 라인을 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투쟁이 더 적극적으로, 여기저기서 벌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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