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9월|연구소 리포트] 청소년 노동자의 노동인권 실태2

 

청소년노동자의 노동인권 실태

: 건강, 안전, 폭력 경험을 중심으로 (2)

 

 

 

 

공인노무사  이 수 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노무법인 휴먼

sjegalia@hanmail.net

 

 

2. 노동재해 경험과 처리 방식

 

“주유소에서 일 했을 때는 서 있다가 차에 깔리거나 그랬을 때도 있고. 볶음밥집 같은 경우에는 뜨겁다 보니깐 데이기도 하고. 고기집이 제일 많이 다쳤던 거 같아요. 어떻게 다쳤는지 모르겠는데 항상 상처가 나 있어요. 불판을 갈아주고 왔는데 손이 까졌다거나……. 어, 어제도 다쳤네. 어디 긁힌 거예요. 소주잔을 닦다가 소주잔이 살짝 베어있는데 그걸 못보고 설거지를 했었다거나 그럴 때.” - 사례 10 (여, 주유소/고기집 등)

“이번에 사고 난 거는 비올 때 열두 시 되면 정류신호가 바뀌거든요. 직진하고 있는데 아파트 지나가는데 갑자기 (차가) 튀어나와 가지고. 거의 다 왔는데……. 여기(겨드랑이부터 허리)가 쓸려서 상처가 심해서 또 타박상 이런 걸로 병원에 3주 있다가 나왔어요. (중략) 비오는 주말에는 죽어요. 도망가고 싶고, 그냥 너무 힘들어가지고.” - 사례 24 (남, 오토바이 배달)

 

 앞서 살펴 본 것처럼 청소년 노동자가 일을 하는 동안 보호장구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일을 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 10>처럼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거나 <사례 24>처럼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중 일어난 사고로 입원치료를 한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 외에도 근골격 질환, 스트레스, 감정노동으로 인한 우울감 등 하는 일에 따라 노동재해 경험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을 경험한 경우가 59.0%, 사고경험률 23.95%에 이르렀다.   

 

 

<그림 4> 신체증상 경험

► 일하는 동안 근골격계 질환 증상 경험 59.0%, 등/허리/다리가 가장 아파

 

 

<그림 5> 신체증상 부위

 

                             

 응답자 중 59.0%는 일하는 동안 등/허리(364명), 다리(332명), 어깨(229명), 손/손목(228명) 등 근골격계 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동작을 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업무 중간 중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거나 보조도구를 사용하여 고통을 경감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엄청 커요. 120kg인가 그래요. 그걸 저 혼자 했어요. 기울여서 끌고 가는 건데, 그게 주방 쪽에 있거든요. 근데 주방 쪽에서 꺼내서 나오려면 높은 계단 식으로 된 게 하나 있어요. 그걸 하나 들어서 넘겨야 돼요. 걸쳐서 넘긴 다음에 끌고 가고. 한 번 쏟을 뻔해서 몸 깔릴 뻔 하고. 다들 바쁘니까 혼자 한 거죠.” - 사례 2 (남, 고기집)

“칼질 하는 게 잡고 해야 하는데, 판이 되게 무거워요. 끝나고 나면 여기(팔목)가 맨날 부어있어요.” - 사례 7 (여, 고기집)

“어깨가 아파요. 주유기가 좀 무거워서요. 들려면요.”  - 사례 9 (남, 주유소)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응답자의 44.3%가 6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휴게시간은 충분하지 않고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공간 또한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을 위해 휴게실 마련과 업무 중간에 휴게 시간을 부여하도록 사업주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제도적 접근 방식은 예를 들어 음식물 쓰레기가 120Kg에 육박하는 문제는 노동자가 중량물을 취급할 때 보조도구를 지급․사용하는 문제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일정 중량이하로만 만들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처럼 노동안전에 대한 다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 사고경험률 23.95%, 사고 당한 후 특별한 치료 하지 않아, 43%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응답자 중 23.9%(260명)는 업무와 연관된 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하였으며, 이 중 88명의 응답자가 찔리고 베이고, 84명의 응답자가 화상 그리고 71명의 응답자가 교통사고를 당하였다고 하여 업무와 연관되어 크고 작은 사고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응답자의 43%는 사고를 당한 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에서 약만 사서 치료했다'는 응답 27%, 외래 통원 치료가 13%를 차지해 사고예방과 대응 마련이 시급해보였다.

 또한, '치료비는 내 돈 혹은 부모님의 돈으로 해결했다'는 응답이 44%였으며,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치료비를 내주거나 전액 부담'한 경우는 24%, '산재로 처리'한 경우는 13%로 나타나 치료비 대부분을 자비로 해결하고 있었다.

 

 

<그림 6> 사고형태

 

► 일하다 다쳐도 제도를 몰라서 산재 처리 못 해

 

 산재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림 7>과 같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수가 '제도를 몰라서'라고 응답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내가 잘못해서', '금액이 적으니까' 등으로 답변하였다.

 <그림 7>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은 이유

 청소년노동자들은 산재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기타 의견으로 '돈 털리고, 짤리고, 뒷말있어서', '왜 다쳤냐고 오히려 나무라서', '산재제도는 알지만 아르바이트생도 가입할 수 있는지 몰라서'라고 답변하여 일하다 다칠 경우 불이익을 우려하여 산재처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사업주와 청소년노동자 모두를 대상으로 산재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3. 감시 체계와 스트레스

 

“CCTV가 몇 대인지는 모르겠는데 많아요. 앉는 거 같은 거 보세요. 사장님이 집에서 인터넷 어떤 사이트로 들어가서 CCTV랑 연결되어있는 화면으로 배달이 많은지 적은지 보고, 쉬고 놀고 있는지 막 그런 것을 확인해요. 점장 그런 사람들도 앉지 말라고 해요. (…)짜증나죠. 앉지도 못하게 하니깐.” - 사례 8 (남, 배달)

“GS○○○ 일할 때, 서비스를 평가한다고 주유소마다 위장고객이 다 오시거든요. 여기 주유소는 얼마나 서비스를 잘 하는가 해가지고 평가하고 그런 거 있었어요. (그렇게 다녀가고 나면) 더 서비스를 막, 손도 막 이러고……. 너무 힘들어 가지고, 맨날 인사하라고 시키고 그랬었어요. - 사례 11 (여, 주유소)

                  

 <사례 8>처럼 CCTV에 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거나 <사례 11>처럼 언제 다녀갈 지 모르는 위장고객에 대응하느라 초긴장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응답자 중 50.0%에 이르렀다. 즉, 청소년노동자들은 업무 중 항상 감시자와 CCTV를 신경 써야 하고, 앞서 살펴 본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환경 속에서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방법은 관리자에 의한 경우가 317명으로 가장 많았고,  CCTV 171명, 동료 134명, 위장고객 44명(<그림 8>) 순으로 나타나 업무 중 감시 체계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4. 폭언․폭행․성폭력

                  

  폭언․폭행․성폭력을 당한 경험에 대해서는 <그림 9>와 같이 언어폭력이 235명으로 가장 많은 수가 응답하였고, 성희롱 29명, 물리적 폭력 46명이 응답하였다. 각각의 행위자는 '언어폭력을 한 사람'은

<그림 8> 관찰방법

고객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80명, 성희롱(<그림 10>)의 경우 15명이라고 답하여 주로 서비스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년노동자들이 고객에 의해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물리적 폭력을 한 사람은 사업주가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림 9> 폭력경험

   

 

“차에 주유를 마쳤는데 안 가시길래 뭐 필요한 거 있냐고 여쭤봤더니 몇 시에 끝나냐고. 그래서 몇 시에 끝난다고 했더니 기다리겠다고. 차를 쫌 빼 달라고 했는데 안 빼시는 거예요. 계속 퇴근시간까지 기다려도 되냐고 그러고. 커피 한잔만 하자고 그럴 때도 있고. 그땐 옆에 사장님이 계셨어요. 사장님이 들으시고 애한테 왜 그러시냐고 그렇게 해서 보냈어요.”  - 사례 10 (여, 주유소)

“손님들이 그냥 술 따라보라 하면서요. 알바생이니까. 그렇게 말씀할 때도 있어요. 가끔씩. 또 이층은 일식집이라서 가끔씩 손님들이 그럴 때가 있어요.” - 사례 12(여, 샤브샤브 칼국수)

 

<그림 10> 성희롱(성폭력) 행위자

 

  

5. 감정노동 : 서비스종사자 평균 강도와 비슷한 수준

 

되게 힘들죠. 완전 속에선 부글부글 끓는데 웃으면서 대화를 한다는 게 되게 힘든데……. 근데 계속 하다 보면 무덤덤해지는 거 같아요.” - 사례 7 (여, 버거킹)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노동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조직에서 요구되는 감정표현의 규범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인내심과 고도의 감정조절을 요하는 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노동자들은 주로 서비스업종에서 일을 하다 보니 서비스노동자에게 요구되는 감정규범이 그대로 적용되며 아울러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이나 욕설과 같은 언어적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그 심각성이 더했다.

 폭언이나 폭행 등은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고객뿐 아니라 나이 많은 동료와 상급자에 의해 주로 일어나다 보니 청소년노동자는 대응이 쉽지 않고 속앓이를 하거나 참고 견뎌가면서 감정을 숨겨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따라서 <표 2>와 같이 청소년노동자들이 겪는 감정노동의 강도는 서비스직 종사자의 평균값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즉, 본인의 감정이나 기분과는 상관없이 항상 즐거운 표정을 짓거나 웃어야 하고, 일을 하는 동안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해야 하는 등 감정노동의 강도가 성인노동자에 비해 낮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김양희 외(2006), 서비스직 여성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실태 및 관리방안, 한국여성개발원

 

 

<표 2> 청소년노동자와 서비스직 종사자의 감정노동 평균값 비교

항    목

청소년노동자

패스트푸드점 청소년노동자

서비스직 종사자*

사례수

평균

사례수

평균

사례수

평균

내 일은 감정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1067

2.5 

141

2.7

내가 하는 일은 내 기분과 관계없이 항상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

1076

2.6

142

2.9

1300

2.9

나는 솔직한 내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한다.

1067

2.5 

143

2.7

1300

2.9

나는 일을 하거나 고객을 대할 때 보여주어야 하는 기분을 실제 내 기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1074

2.5

143

2.7

1300

2.9

나는 내 뜻대로 고객 응대를 계속할 지 결정할 수 있다.

1070

2.3 

140

2.3

1300

2.3

내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호의와 협조가 필요하다.

1072

2.6 

141

2.8

1300

2.8

 

Ⅳ. 청소년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과제

 건강한 일터를 위해 개선되거나 해결되어야 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해 1순위로 꼽은 것은 '휴게 시간, 휴게 공간의 확보' 였다. 또한, 언어․믈리적 폭력․성희롱 등 폭력․폭행 문제의 해결을 그 다음의 해결과제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개선되어야 할 제도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산안법상 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

: 알 권리, 교육받을 권리,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 등 확보

 

 산안법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하여 △작업현장의 위험요인을 알 권리 △위험한 작업에 관해 교육받을 권리 △유해공정을 점검할 권리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권리 △안전보건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직무내용, 작업환경측정결과 설명회 개최, 공정안전보고서 작성내용, 안전보건개선계획 수입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또는 노동자 대표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있다.

 그러나 사업주가 행한 제반 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사전 감시 또는 참여제도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감시하거나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이라 하더라도 작업장 내 위험요인을 검토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제도적 절차가 없어 노동자의 알 권리․교육 받을 권리․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 등의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청소년노동자의 경우 산안법상 안전보건 활동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업종에 다수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노동안전보건에 취약한 업종에 대해 별도로 노동안전보건 체계를 마련하고, 영세사업장에 속한 청소년노동자들도 산압법상 보장되어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2. 정규 교과과정에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 내용 포함

 

“담임선생님이 얼마 전에 말씀하셨어요. 최저임금이랑, 일하다 다치면 보상을 해줘야 되는 거다 같은 거. 저희 담임 선생님은 그런 얘기 자주 해주세요. 나는 그동안 그런 생각을 못 해봤었는데 싶었어요. 당연히 해줘야 되는 건데도. 들으면서 아 저런 사례가 있구나, 나중에 나도 다음에 저런 일이 있으면 대항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있으면 손해 보는 건 없으니까. 알아두면 좋은 거니까. 많이 알아둘수록 좋은 거 같아요.” - 사례 4 (남)

 실태조사 결과마다 교육의 부재와 실효성 없는 교육의 문제 대두되지만 천만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특히 간접고용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 현장으로 진입한 후의 사업장별 교육은 더더욱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소년노동자를 포함하여 영세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들에 대한 지역별 교육 또한 필요하다. 담임선생님의 교육이 도움이 되었다는 <사례 4>의 경우처럼 무엇보다 정규 교과과정에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 내용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노동자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는 일하는 동안 쉴 권리와 안전한 노동환경은 기본이다. 이와 더불어 최저임금의 현실화와 준수, 존엄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문제, 괜찮은 일자리 확보 등은 청소년노동자의 노동인권 확보를 위해 함께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한노보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