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9월|현장의 목소리2]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야기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야기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민들레 분회

 

 

우리는 서울대병원에서 청소를 하는 사람입니다.

출근시간이 새벽 6시로 되어 있지만 실제 빠르면 4시30분이나 늦어도 5시 30분에는 전부 출근을 합니다. 출근부를 5시30분이 되기 전에 사무실에서 가지고 갑니다. 그러니 일찍 와도 지각하는 꼴이 되지요. 왜 일찍 와야 하냐면, 서울대병원은 청소를 하면서 정규직이 일하는 것을 방해해서도 안 되고 환자에게 불편을 주지 말라고 합니다. 외래는 환자들이 점점 빨리 와서 새벽 6시부터 오기 시작합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병실은 환자들이 깨어나기 전에 청소를 하라고 하니, 우리 출근시간이 계약서 보다 빨리 와서 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회사에게 수당을 달라고 하면 "누가 일찍 오라고 했냐"고 합니다.

요즈음 각종 언론에 많이 나와서 우리의 실정이 알려지고 있는 것처럼 사실 그대로입니다.

하루 10시간이 근무시간이고 2시간이 휴게시간이라고 하지만 사실 아침시간이고 점심시간에 두 다리 쭉 뻗고 쉴 수가 없습니다. 다리를 쭉 뻗을 공간도 없거니와 병원의 퇴원하는 환자들이 오전 12시부터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환자가 퇴원한 침대에 다음 환자가 지키고 있다가 입원하는 상황이라 즉시 즉시 치워야 합니다. 그런데 회사는 우리가 휴게시간에 푹쉬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렇게 쉬는 휴게 공간이 말이 좋아 공간이지 어떤 곳은 굴속 같기도 하고 어떤 곳은 화장실 맨 끝자리이기도 합니다. 그 공간에서 오전 오후 두 번 식사를 합니다. 새벽에 나오면서 부랴부랴 싸 온 도시락을 먹습니다. 우리도 남들처럼 직원식당에 가서 먹고 싶기도 하고 가끔은 외식도 하고 싶지만, 그저 꿈 같은 생각일 뿐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가장 무섭고 걱정스러운 것은 혹시라도 알 수 없는 병에 옮을까봐 걱정입니다. 우리는 일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바늘에 찔리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우리 동료중에 바늘에 찔려 전염병에 감염되어 치료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어서 걱정이 많습니다.

일이 힘들어서 쉬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한 달에 쉬는 날이 많지 않고 남들 쉬는 일요일에 쉬는 것도 아닙니다. 식구들 하고 일요일에 쉬는 것도 우리의 희망 중에 하나이죠. 일이 힘들어도 내가 일할 수 있을 때까지라도 맘 편히 하게 하면 좋은데, 회사는 60이 넘으면 나가라고 합니다. 식구들 생각하면 걱정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도 한 달 버는 돈은 120만 원 정도 됩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월급이라도 좀 많이 받는 것이 제일 큰 소망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서울대병원 간부들이 ‘희망의 외침’이라는 종이를 몇 달간 주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서울대병원이 노동조합 하는 것도 보고, 시설관리하는 성원개발이 파업도 하고 해서 임금도 많이 받은 것도 알기에 우린 노동조합에 가입하였습니다. 그것이 2009년, 작년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어려움을 화사에 알리고자 단체교섭이라는 것을 하자고 했지만 회사는 교섭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노동부(지방노동위원회)에 가니 회사 대표가 나와서 하는 말이 "파업해도 해결되는 것 하나도 없을 거다, 서울대병원이 밀어준다고 했고 교섭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면서 큰소리를 치더니 우리가 25일 파업하는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더군요. 그리고 그 회사는 서울대병원하고 재계약이 안 되서 나가고 다른 회사가 들어와서 우리는 소속이 바뀌었습니다. 2010년 단체교섭을 하고 있는데 지난번 회사하고 별로 다르지 않네요.

공공노조하고 '따뜻한 밥 한 끼 식사 권리'라는 캠페인을 병원로비에서 하고 기자회견도 하면서 언론에 나오니까 우리가 로비에서 못하게 경비들하고 싸우기도 했습니다. 서울대병원분회 단체교섭에서 난리치고 서울대병원이 해결하라고 하니까 서울대병원장님이 우리의 처지를 알아보고 휴게실도 바꾸려고 공사를 시작했고 작업복도 더 주고 이제는 집에 가지고 가서 안 빨아도 된다고 하네요. 주사침에 찔린 사람은 검사도 하게 해주고 안 찔리게 해준다고 했는데, 주사침 관리는 아직은 잘 안 되고 있어서 여전히 걱정입니다.

우리는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소속이고 서울대병원 노조가 있어서 우리의 문제를 병원에게 항의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많이 힘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꼬옥 되었으면 하는 것이고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것들입니다.

임금도 올랐으면 좋겠고 일요일날 쉬는 것, 정년이 조금이라도 연장되었으면 하는 것,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 없는 월급명세표가 알아볼 수 있게 좀 시원하게 바뀌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정기휴가랍시고 있지만 대체인력을 주지 않아 두 배 세 배로 힘들어 동료가 휴가 들어가면 그 자리에 인력을 넣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파업 안하고 우리의 요구들이 해결되었으면 좋겠지만, 안 되면 할 수 없죠. 또 다시 뭉칠 수 밖에요.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는 성원개발분회, 서울대병원분회, 식당분회하고 같이 할 계획입니다. 다 같이 어렵고 힘든 처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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