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9월|칼럼] G-20과 이주노동자 투쟁

 G-20과 이주노동자 투쟁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사무차장  정 영 섭

truroad@jinbo.net 

  

이명박 정부는 국정 하반기 승부수를 G-20의 성공적 개최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살인적인 진압으로 악명 높은 조현오를 갖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장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G-20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성공적으로 진압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러면서 시내 곳곳에 G-20을 홍보하는 내용을 도배하고 경찰들을 풀어놓았다. 또한 G-20이 잘되면 한국 국격과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느니, 부가 경제효과가 얼마에 달하느니,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커지느니 하면서 연신 치켜세우기에 바쁘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정상회의가 우리네 노동자 시민들에게 얼마나 와 닿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주의와 무시, 성과주의, 개발주의, 경제성장 논리에만 밀려 인권과 환경·생태, 주민 생존권은 항상 그러한 국제행사의 뒷전으로 밀려났으니까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또한 G-20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치안 불안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면서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취급하고 있다. 특히 체류기간을 초과하여 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그러하다.

경찰은 이미 5월부터 ‘외국인 범죄 특별단속’이랍시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불심검문하여 단속하기 시작했고 6월부터 8월까지 법무부, 노동부, 경찰 등이 합동으로 전국 각지에서 공장, 주택, 길거리,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을 가리지 않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싶으면 무조건 잡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 적절한 절차를 지키고 권리를 고지해야 하지만 단속반들은 전혀 그런 것을 지키지 않는다. 다짜고짜 비자를 확인하여 없으면 강제로 수갑을 채우고 단속차량에 싣고는 차량을 다 채울 때까지 돌아다니다가 출입국 사무소로 들어가는 식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마치 쓰다가 버려지는 일회용품처럼 취급되는 것이다. 6월 초에 수원 출입국에서는 잡혀온 중국 이주노동자에 대해 출입국 직원이 폭행을 행사해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의 부상을 입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특히 이번에는 벌금도 부활시켰다. 미등록 체류 기간에 따라 최대 200만원까지 벌금을 강제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무슨 큰돈이 있어서 그만한 벌금까지 낼 수 있나. 그래서 벌금을 내지 못하면 오랫동안 출입국이나 보호소에 갇혀 있어야 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인천 출입국에서는 체불임금을 출입국 통장으로 받았는데 본인 동의도 없이 벌금을 공제하는 불법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요컨대 이주노동자를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고 무조건 추방해야 할 대상으로 악마화해서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주노조에서는 7월 13일부터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G-20을 빌미로 한 단속추방 중단하라’라는 슬로건 하에 명동 향린교회에서 농성투쟁에 돌입하였다. 적은 숫자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최대한의 규탄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이주노조 위원장은 7월 25일부터 8월 23일까지 30일 동안 단식투쟁까지 감행하였다. 그 와중에 피를 토하고 병원에 실려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리하여 8월 28일에 해단식을 하고 50여 일 간의 항의 농성을 끝맺음 했다.

사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대다수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발생했다. 지난 시절 ‘노예연수제’로 악명 높던 ‘산업연수생 제도’ 하에서 인권유린과 살인적인 저임금 장시간 노동 때문에 대부분이 사업장을 이탈해서 미등록 신분이 되었고 지금도 고용허가제 하에서 여러 가지 제한과 문제점, 열악한 상황들 때문에 미등록 신분이 늘어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갈수록 불평등과 빈곤이 늘어가는 세계화된 시스템 속에서 빈국의 이주민들이 개도국이나 선진국의 강력한 출입국 통제 때문에 자유로운 이동이 극히 힘들어서 한 번 이주하면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자본은 자유롭게 어디든 들어가서 이윤추구 활동을 하는데 노동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동자로서 생산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상품을 구매하고 세금을 낸다. 또한 지역 사회에서 주민으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문화를 교류한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단지 체류기간을 초과하여 일하고 있다고 해서 범죄자로 몰아갈 수는 없다. 오히려 3D업종을 내국인들이 기피하여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소영세 제조업, 농업, 건설업 등을 밑에서부터 떠받치는 생산인력이므로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은 제대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G-20은 전 세계 부자나라들이 모여서 경제위기 극복방안이나 금융규제 방안을 논의 한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경제위기 상황에서 평범한 노동자 민중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았는데 그러한 것을 덜어주는 내용은 별로 논의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자들, 가진 자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이 선진국들은 제3세계 민중들의 ‘강요된 이주’에도 책임이 있는 나라들이다. 공공부문 민영화, 농산물 시장 개방, 자원약탈 등을 통해서 제3세계 경제를 수탈한 결과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대도시로 흘러들게 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국경을 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오히려 제3세계 나라를 약탈하고, 그 결과로 이주하게 된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이중의 착취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다시 집중단속을 시작했다. 8월 23일부터 10월 22일까지 2차 집중단속을 두 달 동안 벌인다는 것이다. 또 얼마나 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굴비 엮듯이 엮여서 날이면 날마다 끌려가고 추방당할지 모른다. G-20이 다가올수록 저들의 칼날은 거세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저항의 칼날을 벼려야 한다.

농성을 통해서 비록 정부 정책을 바꾸거나 중단시키지 못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냈고, 한국 사회에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의 심각성과 인권문제를 제기하였으며 운동진영 여러 단체, 동지들과의 연대도 더욱 결속하는 소중한 성과를 낳았다. 무엇보다도 이주노동자들이 정부와 자본에 의해 탄압받고 멸시만 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행동한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었다. 5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농성장을 방문해서 연대와 지지를 표시했고, 100여개가 넘는 단체가 농성장을 찾아 주었다. 4차례에 걸친 금요 촛불문화제에는 평균 150명이 넘는 많은 동지들이 함께했다. 농성의 끝은 새로운 투쟁의 시작일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와 한국사회 운동의 일부로서 모든 노동운동 진영과 연대하여 불의에 저항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정의를 위해 투쟁해 갈 것이다. 단속추방 중단하라!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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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지랄하네

  • 훔냐

    불체자는 엄연히 범법자.

  • vyu

    니들의 참세상에는 국민이 없구나

    니들이 보호하려는 그들을 비하하지도 않고 원수진 일도 없지만 그들의 존재위치가 대다수 노동자인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며 기업들에게 많은걸 양보하게 하는지 생각해보아라 이 매국노들아

  • 질문드립니다.

    작년 외국인이 103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그럼 외국인이 의해 살해된 국민의 안전과 인권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합니까? 정말 몰라서 질문드립니다. 잠재적범죄자로 몰아가는게 아니라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노동자는 한국인들하고 똑같이 받는다고 하는데 왜 자꾸 저임금이라고 하십니까? 외국인노동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알고 계시리라 생각하는데 정말 모르셔서 저임금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몇일전 구미에서 불법체류자가 무면허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서 2명이 죽고 7명이 부상당했다고 합니다. 사무처장님. 합법노동자는 보호하고 불법체류자는 당연히 추방하는게 맞지 않습니까?
    외국인노동자들이 한달에 180만원정도 번다고하는데 벌금 200만원이 많은겁니까? 그것도 최대 200만원이지 대부분 100만원도 안된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면 이해를 하겠는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시면서 불법체류자를 감싸고도시니 정말 너무하십니다. 구미에서 불법체류자 뺑소니에 죽은 2명중에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들은것 같은데 안타깝지도 않습니까? 합법외국인노동자는 보호하고 불법체류자 만큼은 강력한 단속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아무때나 인권을 내세우시니 이젠 인권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이 들정도입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인권이 이렇게 많이 쓰인적도 없었는데 외국인 말만 나오면 제일 먼저 나오는게 인권입니다. 사람의 생명,목숨만큼 중요한 인권은 없습니다. 그게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