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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ㅣ11월 l 뉴스]일본, 상사의 폭언으로 자살했다면 ‘산업재해’ 외

일본, 상사의 폭언으로 자살했다면 ‘산업재해’

지난 1999년 해운회사 이데미츠 탱커에서 근무하던 중 “회사를 관둬라. 사표내라”, “죽어라” 등 상사의 심한 폭언 때문에 자살한 43세 남성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벌인 산재인정 소송(산재불인정 취하 소송)이 승리했다. 이 남성은 지난 1997년 7월 입사해 경리업무를 담당했으며, 2년 후인 1999년 7월경 상사의 폭언 등으로 우울증 증세를 보이다 7월 26일 자살했다. 이 소송은 유족들이 지난 2001년 해당 노동감독관청에 산재신청을 냈지만 노동감독관청이 2003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재심사에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처분을 내린 바 있어 진행된 것이다.
도쿄지법 재판부는 “당시 상사의 폭언은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감정이 표현된 채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폭언”이라고 지적하며, “동료나 다른 상사들에게 개선을 호소해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고, 해당 남성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정신적인 장해를 일으킬 만큼 과중했다”며 “자살이 상사의 폭언이 원인이 됐다”고 결론지었다.

▶ 엄격한 산재인정 기준 때문에 결국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일본에서는 상사의 현장통제와 인권침해 때문에 ‘힘’power)과 ‘괴롭히기’(harassment)를 조합해 만든 일본식 신조어 ‘파워 하라’가 나돌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며, 업무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증과 자살의 산재 인정은 2007년 268명으로 집계되는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4월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하는 상황과 관련해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산재인정 기준을 10년 만에 대폭 강화해 빈축을 사기에 충분한 행태를 저질렀다.


고용노동부-“발암성 물질 관리하겠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월 28일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암성 물질, 생식독성 물질 등을 체계적으로 평가, 관리할 수 있도록 ‘발암성 물질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상 각 제도에 따라 ‘발암성 물질’, ‘발암성 확인물질’, ‘발암성 추정 물질’로 상이하게 규정된 용어를 ‘발암성 물질’로 일원화하고, 발암성 물질의 정의 및 분류 등은 모두 화학물질의 분류·표시에 관한 국제기준(GHS)에 따르게 한다는 것.
또한 유해성이 큰 물질 속에는 발암성 물질 외에 생식독성물질, 변이원성 물질 등도 함유될 수 있음을 고려해 유해성이 큰 물질이라면 발암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법상 특별관리대상물질’로 지정 관리하고, 발암성 물질로 입증되지 않아 법적 규제 대상에 속하지 않는 물질이더라도 노·사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의 노출기준 고시와 화학물질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발암성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 구성과 현장의 발암물질 조사 등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발암물질 추방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점에서, 고용노동부가 발암물질을 체계적으로 평가,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어쨌든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예방과 보호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발암물질의 평가, 관리 뿐만 아니라 치유와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지금까지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왔던 노동자들의 현실을 주목하고, 피해자 치료 및 보상대책마련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업무상 재해 10명 중 3명은 기계를 다루다가 발생

지난 10월 21일 발표된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작년 재해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상 재해자 8만9천100명의 사고 원인 중 산업기계에 의한 재해가 2만8천411명으로 32%를 차지, 업무상 사고의 10명 중 3명 정도는 기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기계별로는 프레스에서 가장 많은 1천430명의 재해자가 발생했으며, 기계톱(1천364명), 연삭기(1천203명), 지게차(1천157명),(사진=한겨레21) 전단기(844명), 크레인(652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한국의 프레스 1천대 당 재해 발생 건수는 일본의 4.7건의 3배가 넘는 15건이다.
재해 형태는 감김ㆍ끼임 사고가 1만2천185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돌ㆍ접촉 사고(8천619명), 떨어지거나 날라온 물체에 다침(2천240명), 넘어짐(1천214명), 추락(1천56명) 등이 뒤를 이었다.

▶ 이와 관련 공단관계자는 "덮개나 방호장치가 설치된 안전한 산업기계를 사용하고 작업자는 안전수칙을 반드시 준수해 줄 것"을 또 다시 강조했다. 결국 기계를 다루고 사용하는 노동자 개인이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를 언제나처럼 반복한 셈이다. 부실한 안전관리 대책과 장비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를 오로지 개인의 안전의식으로 피해갈 수 있다는 발상이 참으로 우습다.

정리 : 한노보연 선전위원 푸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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