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 12월]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지난 11월15일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인권위의 전문상담위원 등 61명이 동반 사퇴하였습니다. 저도 함께 사퇴를 하여 인권위 상담을 못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노동인권을 주제로 접하게 되는 노동자와 관련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 알레르기성접촉성피부염 

 
아는 사람의 소개로 한 노동자가 사무실을 찾았다. 전북 지역의 LED생산공장에서 플라스틱 사출성형(에폭시 취급) 근무를 하였는데 근무 중 피부질환(손에서 고름, 물집, 갈라짐 증세, 얼굴 전체가 가렵고 이마, 눈주변, 볼, 입술 주위가 갈라지고 손, 안면부(얼굴, 목부위) 등 노출된 부분에 주로 증세가 나타났음)이 극도로 악화되어 퇴사하게 되었다.
이 노동자는 2005.3월~2005.10월까지 같은 공장에서 일을 할 때 갑자기 피부질환이 발생하여 더 이상 일하기 힘들어지자 퇴사하였고, 2005.10월~2007.10월까지 가스통용접, 백화점 시설관리 등 다른 일을 하는 사이 피부질환 증상은 사라졌다고 한다. 그나마 예전에 일했던 공장이 다른 직장에 비해 급여가 높은 편이어서 2007.10월 재입사를 하게 되었다.
재입사 이후 1주일 정도 경과한 시점에 또다시 피부질환은 악화되어 보름 정도 병가를 얻어 치료를 받은 후 리모컨(T-Mold) 생산공정으로 전환배치되어 근무하면서 피부질환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으나 얼굴, 목, 손 등 노출부위의 가려움, 갈라짐 등의 증상은 별반 나아지지 않아 결국 2009.6월 퇴사하게 되었다.

#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 들어보지 못했다?!

이 노동자는 LED생산공정(Mold-플라스틱 사출 성형)에서 근무하면서 ▲에폭시, ▲이형제(산업용), ▲신나 등 화학물질을 취급하였고, 2007.12월경부터 리모컨생산공정(T-Mold공정-플라스틱 사출 성형)으로 부서를 전환하여 근무하였으나 이 공정에서도 ▲콤파운드, ▲이형제(NB-500 등) 등 화학물질을 취급하였다. 상담을 하면서 의문점이 들기 시작했다. 2005.3월에 최초 입사한 이후 1주일 정도 지나서 증상이 나타났고 분명 의료기관에서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라는 진단을 하였다. 그리고 2007.10월 재입사하였을 때 발생한 피부질환에 대해서도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의 진단을 받았다. 이 노동자는 피부질환이 나아지지 않자 거의 10여개의 피부과 전문병원을 찾아다녔는데 그 어떠한 병원에서도 에폭시 취급과 관련된 업무상 재해에 대해 안내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질병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 동일 사업장에 유사한 증상의 노동자가 없었다!?

 


업무상 재해 신청을 위해 회사측에 작업공정도, 취급물질별 MSDS, 작업환경측정결과서, 보호장구, 건강검진 관련 자료 등을 요청하였다. 회사측에서는 “동일한 공정에서 이 노동자와 유사한 증세가 있었던 노동자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였고, 노동자는 “유사한 증세가 있으면 모두 퇴사했다.”고 하였다. 또한 작업 중 지급된 보호장구는 방진복(상의만), 일반 목장갑을 착용하였고, 불침투성 보호장갑이나 고무장갑은 에폭시 룸에 들어갈 때만 사용하였고, 작업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2007년과 2008년 작업환경측정결과서의 종합소견은 “현장 내 작업자가 적정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고 작업을 임하고 있어 실 노출 정도는 더 낮을 것으로 사료되나 작업 상황에 따라 과다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인바 작업자는 현재와 같이 양질의 적정 개인 보호구의 습관적인 착용과 함께 기 설치 가동중인 집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효율저하를 억제시키고 정기적인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여 건강장해를 미연에 예방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문구 하나 바뀌지 않고 똑같았다.
이 노동자는 뒤늦게나마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고 에폭시를 취급하지 않으면서 피부질환은 상당히 호전되었다. 그러나 지난 2년여 동안 원인도 모른 채 가려움증과 갈라짐으로 밤잠을 설쳐야 했고, 사람들도 제대로 만날 수 없었던 이 노동자의 고통을 생각하면 피부질환이 발생되었던 전 과정에서 보여진 회사의 무책임함과 무심했던 의료기관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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