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 12월 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일상적 연대, 지역연대 투쟁으로 건강권 투쟁의 새로운 역사를!

-마창산재추방운동연합 김병훈 동지

일상적 연대, 지역 연대 투쟁으로
건강권 투쟁의 새로운 역사를!

                              
▸ 마창산재추방운동연합  김병훈 동지
▸ 인터뷰 & 정리 _ 한노보연 선전위원  타래


경남하면 근골투쟁의 메카라고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투쟁의 수많은 자국과 흔적들을, 언제고 다시 한 번 으스러진 뼈와 살이 들불로 솟구칠 불씨를 품고 있는 노동자의 땅! 그곳에 산재추방운동연합이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 없이 부딪치며 실천하는 부싯돌같은 활동가, 김병훈동지를 만났다.    

유해요인조사사업이 있었던 2010년 유난히 분주한 한 해였던 것 같아요. 경남지역은 늘 모범이 되어왔는데 올 해 노안활동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몇 개월 전에 다른 지역의 동지로부터 2010년 근골격계 투쟁은 실패한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왜 그렇냐고 물어 보니 경남지역을 제외하고는 전혀 근골격계 투쟁을 지역적으로 받아서 한 곳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말은 맞기도 하고 틀렸기도 합니다. 왜 그렇냐구요? 답은 간단합니다. 경남지역이 2004년 최초로 근골격계 지역조사단을 꾸릴 수 있었던 이유는 2000년부터 근골격계 대책 마련 투쟁과 근로복지공단 투쟁을 일상적으로 해왔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역 연대 투쟁이 꾸준히 이어져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2007년 역시 마찬 가지입니다. 2005년부터 시작한 근로복지공단 투쟁과 2006년 산재법 개악 저지 투쟁이 지역 연대를 통해서 이루어졌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지역조사단을 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연대투쟁의 성과물로 나타나는 것이지 지침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지역의 경우 2010년 지역 조사단을 꾸리기는 했지만 활발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2007년 말 산재법 투쟁 패배 이후 지역에서 끊임없이 노안활동이 축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깐 자연스럽게 연대활동이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 2010년 지역 조사단의 활동력도 기존의 연대 운동의 활동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지지 못하니깐 당연히 축소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보지 못하고 오로지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할 시기만 되면 지역 조사단을 꾸려서 진행해라는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만 보고 왜 안 되냐라고 책망만 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2013년 유해요인 조사를 지역조사단을 꾸려서 하고 싶으면 지금부터 노안활동을 지역에서 열심히 연대를 하면 당연히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누가 하라고 하지 말래도 합니다. 형식적 지침이 일상적 연대의 필요성을 앞설 수 없는 것입니다.  

노동운동의 위기와 함께 건강권 운동도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창산추련에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의제들을 꾸준히 마련하고 제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을 소개한다면?  

저희 지역에서 2009년 쯤인가 각 노안단체와 활동가동지들에게 건강권 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자라는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산재법 개악 이후 계속해서 우리의 활동이 축소되고 현장 역시 그렇기 때문에 산재보험뿐만 아니라 건강권 운동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통해서 현재를 돌파해 나가자는 것이죠. 이는 향후 건강권 운동 10년을 보고 논의하고 토론을 하자는 취지 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권에 대한 인식이 기본권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건강권 역시 별 다른 담론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우리 운동 내부에서도 왕따 같은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노동건강권을 포함한 건강기본권확장 투쟁이 필요하며 이러한 고민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서로의 일정 때문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결국 제안으로만 남게 되었죠.

그렇다면 노동자 건강권 인식의 고취와 건강기본권 확장투쟁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경제위기가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우리의 건강권 담론으로는 노동자들이나 대중들에게 그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하강기에는 고용과 임금 문제가 대두되고, 상승기에는 경제 하강기를 대비해서 뼈 빠지게 일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건강권 문제는 기본권 문제로 주요한 쟁점이 될 수 없는 현실이죠.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이야기 하는 건강권 담론으로는 일반건강권과 노동건강권 문제를 분리 대응하게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발암물질의 경우 대중들의 일반 건강 문제는 화장품, 먹거리에는 주요하게 반응하면서도 노동건강문제 즉, 현장에서 취급하는 발암물질에 대해서는 반응을 하지 않게 되죠. 그냥 직업의 일부분이 되는 거죠. 결국 노동과정에서 건강이 상실되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게 되고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결국 좀 더 좋은 세상이 오면 좀 더 경제가 좋아지게 되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게 되고 결국 경제 위기 시 안전보건규제 완화는 당연한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죠.
그래서 당시의 고민은 좀 더 본질적으로 경제 논리에 가려져 있던 건강권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의제화 작업을 광범위하게 만들어 내고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로서의 건강권 문제를 확장시켜 나가며 이를 통해 대중들의 힘을 통해서 사회적 제도적 장벽을 없애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논의가 되지 못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전 여전히 건강권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산재보험 문제나 산안법 문제나 나아가 건강권의 전반적 문제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사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광범위하게 제시 될 수 있으니까요...

2007년 산재개악 이후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온 것 같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질판위 개선’이 논의되고 있어 산재보험법 대한 노동계의 요구와 대응은 좋든 싫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 아닌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근에 산재보험개혁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번 질병판정위 개선 요구는 노동대중들의 투쟁과 요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 운영의 문제가 대두되어 사실상 환노위라는 정치권에서 부분적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그 주도권은 아쉽게도 민주노총이나 금속 노조를 포함한 노안단체에 있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려면 그 정도의 힘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대중 투쟁을 조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산재보험 논의를 더욱더 확전시켜야 합니다. 중앙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지역으로 확전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산재보험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제대로 된 대안을 찾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석면추방, 심야노동철폐, 의자 놓기와 주휴 쉬기, 발암물질 없는 현장과 사회 만들기, 씻을 권리 등 다양한 의제들이 있는데, 추가하거나 강조하고 싶은 실천의제가 있다면?

2009년인가.. 이천에서 엄청나게 많은 노동자가 사망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또 다시 이천에서 많은 노동자가 사망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용접 노동자가 업무상과실치사로 구속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화가 났습니다. 왜냐구요? 그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전혀 없었거든요. 사업주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한 것 그 죄를 노동자에게 묻는 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저는 작업 중지권이 아닌 작업 거부권을 노동자에게 달라는 투쟁을 공세적으로 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별 다른 반응이 없더군요. 금속에서 과거 작업중지권 투쟁을 하였듯이 이번에는 위험 작업 거부 투쟁을 통해 안전보건 문제에 대해서 공세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작업거부권은 안전 교육 받지 않으면 즉시 작업을 거부할 수도 있고, 위험한 작업이라고 생각되면 작업을 거부해서 안전 조치가 취해지면 비로소 작업을 하는 그럴 때만이 안전보건의 주체로서 노동자들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작업 거부권 투쟁을 진지하게 우리 내부에서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병훈 동지를 보면 참으로 몸을 사리지 않는 동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작 본인의 건강은 챙기지 않는 것 같아 걱정도 많이 됩니다만.

노안운동은 전문적인 운동이 아닙니다. 실천하는 운동입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저는 한번씩 이야기 하는 것이 있습니다. 봉건시대 양반들은 책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는데 반해 민중들은 삶을 통해서 세상을 배웁니다. 즉, 양반들은 사서삼경을 통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왔다고 한다면 민중들은 부모님을 따라 다니면서 벼는 언제 심어야 하고 농작물 관리는 어떻게 하고 이렇게 배워 온 것입니다. 이것이 차이입니다. 그런데 최근 운동이 침체기에 있다 보니깐 전문적인 교육을 배치해서 공부를 시키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본적인 것은 공부를 해야겠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산재보험법을 몰라도 노동자들은 불승인 나면 공단가서 엎어 버리면서 산재보험법의 문제점을 몸으로 배우고 있거든요. 그렇게 얻은 지식은 반드시 노동자들에게 남습니다. 그에 반해 책으로 얻은 지식은 반드시 까먹습니다. 굳이 공부를 하겠다면 노동자의 철학이 중심이 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합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면 무엇이 불합리한지를 금방알 수 있거든요. 제발 노안 운동을 전문적 운동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시간 산재법 공부하는 것 보다 1시간 공단 투쟁하는 것이 더 확실합니다.  

일터 독자들 나아가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번 생각을 해 보세요. 포유류 중에서 인간처럼 일을 하는 동물이 있는지. 그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만큼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소도 아침에 일어나서 밭을 좀 갈다가 중간에 쉬고 저녁 되면 쉬거든요... 사자는 어때요... 먹을 거리를 해결하면 그냥 잠을 잡니다.
그에 반해 우리 인간은 어떤가요? 정말 일만 하다 죽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굉장히 불안해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사회적 문제라는 것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이 일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요. 왜냐구요? 일만해야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지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 인간의 여가 시간이 매우 늘어나게 되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처지와 사회적 조건을 생각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현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한국 자본의 전력은 장시간 노동을 통해 결국 노동대중들의 불만을 표출할 수 없도록 아니면 불만 자체를 피곤해서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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