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5월- 풀어쓰는 판례이야기] 세상에서 젤 얄미운 놈은?

세상에서 젤 얄미운 놈은?

노무법인 필 김 재 민

안녕하세요, 일터 독자 여러분. 노무법인 필의 김재민 노무사입니다. 지난번 인사드릴 때는 아직 날씨가 겨울이었는데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다고 어느덧 봄을 지나 초여름이 다가오고 있네요. 독자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먼저 할까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얄미운 놈이 누구일까요? 제 대답은 글 마지막에 하도록 하지요.
우리나라에 퇴직금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은 독자 대다수가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근속기간 1년당 30일분의 평균임금 이상을 지급하게 되어 있는 퇴직금 제도는 과거에는 근로기준법에 근거하였으나 현재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이라는 독립적인 법률로 규정되어 있고 과거에는 단순히 퇴직금 제도만이 존재하였으나 퇴직보험(현재는 소멸)제도를 거쳐 현재는 퇴직연금제도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는 상시 5인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여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여야 했지만 2010년 12월 법이 개정되어 이제는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수와 관계없이 1년이상 근속하면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이러한 퇴직금에 대해서 우리나라 대법원은 퇴직금을 ‘퇴직을 원인으로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퇴직금을 ‘노동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며 노동자가 ‘퇴직’할 경우 사용자의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용자는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탈하기 위해 많은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① 1년마다 실시하는 강제적 중간정산 ② 매월 임금 속에 분할하여 퇴직금 지급 등으로 다음(표1)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매월 일정금액을 퇴직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는 경우는 현실에서 너무나도 많이 발생하고
편법적 수단
문제점 및 노동자의 불이익
비고
강제적 중간정산
ㆍ중간정산은 노동자의 요구가 먼저 필요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강제적으로 중간정산 강요
ㆍ원칙적으로 퇴직금은 퇴직직전의 3개월분의 임금을 바탕으로 계산된 "평균임금"으로 산정되어야 함에도 근속 중 일방적 중간정산으로 인해 퇴직금액의 손해 발생
ㆍ후불적 임금이 가지는 퇴직후 생활보장의 취지 훼손
ㆍ중간정산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할 경우 무효
매월 임금에 포함된 퇴직금
ㆍ사실상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탈하기위한 수단으로 악용
ㆍ임금에 퇴직금이 포함됨으로 인하여 사실상 임금수준 및 근로조건의 저하가 발생
ㆍ퇴직금은 퇴직을 원인으로 발생하는 금품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불법, 편법적 운영
ㆍ후불적 임금이 가지는 퇴직후 생활보장의 취지 훼손
정당한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없음
<표1>
있으며 이와 관련된 분쟁 또한 그렇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매월 임금에 포함되어 지급되는 퇴직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법원은 대법2007도3725, 서울행법2009구합18622 외 다수의 판례에서 매월 임금에 포함되어 지급되는 퇴직금의 성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습니다.

<대법2007도3725 (2007.11.16), 서울행법2009구합18622 (2009.11.06) 외 다수 판결요지>

① 퇴직금이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원칙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②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은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③ 퇴직금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강행규정성 및 그 목적, 후불적 임금이라는 퇴직금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한 금원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제2항의 규정에 따라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그 명칭 여하에 불구하고 근로자가 이를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서 평균임금 또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상기 판례들은 매월 임금에 포함되어 지급되는 퇴직금을 ① 적법한 퇴직금의 지급이 아닐 뿐만 아니라 ②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무효이며 ③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품의 성질은 평균임금 혹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대법2007다90760 (2010.05.20) 전원합의체 판결요지>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경우 이는 어디까지나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인바,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기준법 제18조 소정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법 제18조 소정의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하지만 2010년 대법원은 이러한 기존 판례의 입장에서 변화된 태도를 보이게 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 2007다90760 판결의 핵심은 ‘매월 임금에 포함된 퇴직금’에 대한 금품의 성격에 대한 판단을 과거 ‘평균임금 혹은 통상임금’으로 보았던 것에서 ‘부당이득’으로 본 것입니다. 따라서 상기 판례에 의하면 적법한 퇴직금의 지급은 아니지만 노동자가 사용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었으므로 이를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며 그 금액이 퇴직금과 동일하므로 이를 상계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즉, ‘적법한 퇴직금 지급은 아닌데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이 상기 판례의 핵심요지이며 결과적으로 법의 입법취지를 무시한 채 매월 임금에 포함되어 지급한 퇴직금의 효력을 사실상 인정해 버린 것입니다.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안했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후 대법원은 위 판례를 확인하는 판결을 일주일 뒤인 2010.05.27. 다시 한 번 하게 되는데 비록 결론은 일주일전의 대법원 판결과 같지만 매월 임금에 포함되어 지급받은 퇴직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기 위한 조건을 명시하였습니다.
즉, 매월 임금 속에 퇴직금을 포함하기로 한 약정이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존재하더라도 그
<대법원 2008다9150 (2010.05.27)>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
약정이 사용자의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탈하기 위한 것이라면 부당이득이라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 이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①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합의 ② (임금대장이나 급여명세표상)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이 명시되어야 하며 ③ (임금에 퇴직금을 포함한다는 약정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에 비하여 불이익이 없을 것 등을 조건으로 명시하였습니다.
이 판례는 ‘대법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보다는 다소 나아졌다고 하지만 과거 매월 지급되는 임금 속에 포함되어 있는 퇴직금에 대한 성격을 ‘통상임금 혹은 평균임금’으로 규정한 것보다는 후퇴하였습니다. 다만, ‘대법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나온 ‘부당이득’ 과 ‘상계가능’의 조건을 명시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퇴직금은 사회보장제도가 미약한 우리나라에서 임금노동자들이 가지는 거의 유일한 퇴직후 생존수단입니다. 따라서 퇴직금의 지급은 법률적, 사회적으로 엄격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법원도 ‘퇴직을 원인으로 발생하는 후불임금’ 으로 그 성질을 판시하여 퇴직금에 대해 보호하여 왔습니다. 하지만 ‘대법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월 임금에 포함된 퇴직금’에 대해 적법한 퇴직금 지급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퇴직금은) 안줬는데 더 이상 줄건 없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습니다.
이제 글 서두에서 말씀드렸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대략 나온 것 같네요. 저는 세상에서 제일 얄미운 놈이 "안줬는데 줬다고 우기는 놈" 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다음에는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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