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철폐투쟁에서 정규직 활동가의 위상과 역할[32호|주장과진단]

1. 비정규투쟁에서 정규직 노동조합(활동가) 고민의 발전 방향

1) 사업장 내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활동
여전히 현장의 정규직 조합원들은 비정규문제를 계급운동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조건에 따라 정규직 노동조합(활동가)들도 초기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의 근본적인 불안정노동문제로 정확히 인식하여 노동조합의 주요 요구로 하지 못하고, 실용적으로 조합원에게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산하는 과정으로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철폐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단체협약에서 비정규 관련 조항을 회사와의 협상을 통해 얻거나 일상적인 상담을 통해 심각한 현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예전에 의미가 있었던 이 투쟁도 최근에 와서는 대리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는 비정규직 철폐운동이 그만큼 질적으로 많이 진전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
정규직 노동조합이나 활동가들이 ‘차별철폐‘란 협소한 투쟁의제에서 출발하였으나,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에 의한 비정규직 확산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인식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주체로 올라서고 투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연대가 정규직 노동조합의 중요한 비정규직 투쟁 계획이 되었다. 그리고 연대를 얼마나 잘 하는가가 그 노동조합이나 활동가들이 비정규투쟁을 잘 하는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모범적인 사례가 있긴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조직하게 되면서부터 관리 통제되지 않는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두려움이 형성된다. 또한 서로의 존재조건이 다른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요구가 다르므로 그에 의한 불만도 만만치 않게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연대의 새로운 질이 필요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3) 내부 비정규직 문제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조직을 시작함.
또한 아직 비정규 주체들이 스스로 조직을 하지 않은 곳에서는 적극적으로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투쟁을 시작했으나 아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주체화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의존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역할을 한 곳이라고 할지라도 내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아직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내부의 위계질서를 건드리지 않고 피해가는 방향이 대부분이다. 결국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온존하는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할 때에야 내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다.

4) 우리의 목표는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이다.
정규직 노동조합이나 활동가들이 대리주의적 방식으로 투쟁을 하거나 비정규직이 아직 주체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조직화를 시도할 경우에는 정규직 노동자들로부터 그리 심한 반발에 부딪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부의 위계와 차별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하게 되면 정규직들의 고용불안과 차별의식에 전면적으로 부딪치게 되고 정규직 활동가들은 현장 내에서 이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 된다.
더구나 최근에 와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의사소통 문제가 불거지면서 서로 간에 소외와 갈등의 양상이 깊어지고 있고 ‘몸 대주기’가 실질적인 연대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생기고 있다. 현재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공동투쟁이 전략적 관점 없이 당장의 비정규 투쟁에 연대하는 방식이 많기 때문에 서로의 존재조건이 다른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갈등관계가 노출된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은 향후 보다 전략적이고 정교한 ‘공동투쟁’의 필요를 제기하는 것이다.


2. 비정규 철폐투쟁에서 정규직 노동조합(활동가들)의 역할

1)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당장의 투쟁에 결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면밀하게 살피고, 어떻게 공동으로 극복하면서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없애고 구조조정에 맞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전략적 사고의 바탕 위에서 현실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기획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전략적 사고 없는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은 오히려 자본의 분할전략에 의해 타격을 입거나 대리주의를 양산한다.

2) 내부의 위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한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과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부의 위계가 얼마나 철저하게 노동자들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지, 공동투쟁을 하는데 얼마나 심각한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것을 통해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시비걸기를 해야 하고, 노동조합 활동 전반이 고용을 전제로 하여 임금과 단체협약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핵심은 내부 위계와 차별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 저항하게 만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감과 의식을 전환시키고 어떻게 계급적 단결이라는 노동조합이 원 의미를 되찾아 갈 것인가에 있다.

3)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쟁취와 비정규직 양산 저지, 그리고 노사관계로드맵 저지
비정규직 양산과 노동기본권의 박탈에 맞서는 투쟁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노사관계로드맵 등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박탈하려는 시도와 별개의 것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가능하게 하는 큰 힘이며, 이후 우리 노동자 전체가 당하게 될 일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므로, 이것을 조직된 비정규직 노조들만의 문제로 돌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정규직 노동조합이나 활동가들이 이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아 함께 투쟁해야 한다.


3. 비정규운동에 복무하는 정규직 활동가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1) 비정규직 문제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정면 대응, 파열구를 내는 운동이다. 따라서 비정규운동에 철저히 복무하는 활동가를 목적의식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정규직 활동가의 경우 마음은 앞서나 현장에서의 해법을 제대로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 활동가와는 달리 정규직 활동가들은 정규직의 인식과도 싸워 나가며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 전국적으로 방치, 파편화되어 있는 이러한 역량들을 어떻게 모아 나갈 것인가가 앞서 진단했던 문제에 대한 해답의 단초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2) 먼저 철폐연대 정규직 회원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자
비정규운동을 자기 과제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정규직 활동가는 여전히 소수이다. 그리고 축적된 역량들이 분산되어 있고 사례들이 집약적이지 않고 그나마 그 깊이가 얕다.
그나마 철폐연대의 정규직회원인 경우는 상대적으로 실천 결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노동운동이 정규직 노동조합이나 활동가들의 역할에 의해 많이 변화되며,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정규직과 함께 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에서 정규직 활동가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철폐연대 정규직 회원들의 결속과 결의, 실천과제를 함께 도출해나가는 네트워크가 절실하다. 가벼운 토론부터 시작해서 교육과 공동의 과제를 토론하는 장을 만들고, 지역에서도 논의자리를 만들어서, 비정규직 운동에 있어 회비만 내는 수동적 회원이 아니라 능동적 회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자. 그 과정을 통해 정규직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고민을 같이하는 정규직들을 회원으로 배가시키고 목적의식적인 활동가들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하자.

3) 정파를 초월하여 불안정노동 철폐운동에 복무하는 연대네트워크를 구축하자.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한 정파로 대응할 수 없다. 더구나 현재 일부지만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에 있어서 정파 간의 이해가 비정규직 전체운동에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최소한 비정규직 문제를 시혜적이거나 차별을 해소하는 문제로 국한해서 보지 않는 계급운동으로 보는 정파조직 정규직 활동가들 간에는 비정규운동에 힘을 분산시키지 말고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운동과제를 포괄하는 정파조직들을 ‘비정규운동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운동에 복무하는 정규직 활동가들 간의 의사소통, 그리고 비정규활동가 사이, 정규직-비정규직 활동가 사이의 네트워크를 통해 집중할 수는 없을까? 철폐연대가 이런 네트워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4) 비정규운동에 복무하는 정규직 활동가를 중심으로 ‘실천단’을 조직하자.
이렇게 구축되는 정규직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운동에 실천적으로 복무하는 ‘실천단’을 조직하자. 이 실천단은 별도로 월 5천 원 이상의 비정규투쟁기금을 납부하여 지역 활동의 운영경비와 사업경비로 보조하게 하고 정규직을 대상으로 지역 내 각종 비정규 관련 학습과 토론 등을 통해 지역 내 활동가들을 전략적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천단’ 사업을 1회성 또는 단기성 사업으로 잡지 말고 앞서 제기한 고민들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중기적으로 설계했으면 한다.

필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 공공연맹 부위원장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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