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방안에 대한 평가[33호|특집2]

사례 하나.

“멀쩡하던 딸이 호흡곤란으로 사흘 만에 갑자기 죽었어요. 4년 동안 학습지 교사로 일하면서 식사도 제 때 챙겨 먹지 못하며 죽어라 고생만 하다가…”

학습지 교사로 일하던 딸 이정현(당시 28살)씨를 지난해 4월 저세상으로 보낸, 유숙자(60·울산시 동구 서부동)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유씨는 ‘당연한 권리’라는 주위 사람들을 말에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용을 신청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정현씨는 노동자가 아니어서 산재보험 혜택의 대상이 아니다”는 대답이 날아왔다. 유씨는 “다른 것은 몰라도, 날마다 실적에 쫓기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힘든 노동을 하던 딸이 노동자가 아니라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며 기가 막혀했다. 유씨는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등을 찾아다니며 호소도 하고 따지기도 했지만, 결국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한겨레신문 2005년 10월 10일)




노사정 위원회의 비정규 특위는 2002년 5월 노사정 제 1차 기본합의에서 “특수형태 근로자중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의 필요가 있는 자」에 대하여 산업재해 보상보험 적용방안을 강구한다”고 합의한바 있다. 본 원고에서는 노동부의 용역연구를 받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제출한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자 한다.


1. 노사정위 비정규특위의 특수형태근로보호방안 논의

민중운동진영의 특수고용 노동자 기본권 보장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노동법상 근로자개념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노사정위 비정규특위나 노동부의 논의는 크게 네 가지 방안으로 되고 있다.

첫째, 경제법상 보호방안으로 이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계약이 공정하게 체결될 수 있도록 「약관규제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강구하며, 노사협의회에 참여기회 부여방안 등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는 자본이 선호하는 방안으로 근로자성 여부는 현행과 같이 법원 개별 판례에 맡기고 보호가 필요하다면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시정하는 방식에 의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측에서 본다면 있으나마나한 대책이다.

둘째, 사회보장법상 권리 인정여부에 대하여 산재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은 산재로부터의 보호나 실업기간 중 생활보호 필요성을 고려하여 강제적용하거나 임의 적용하되, 국민연금법 및 건강보험법은 직장가입이 아닌 방식으로도 가입되어 있는 점과 그 적용을 주장하는 필요의 정도 등을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셋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상 노동3권 인정여부이다.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을 통하여 다양한 각 특수고용 형태별로 그에 적합한 권리의 행사가 가능하다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입법적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넷째, 개별근로관계법령상 일부규정 적용방안이다. 다양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현행과 같이 구체적인 사례에 따른 법원의 판단에 맡기되,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는 일정 범주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개별근로관계법령상 일부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에 해당하는 일정범주에는 ①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어 일반근로자에 준하여 사회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자 ② 사용자에 대한 인격적 종속성이 근로자보다는 적으나 인격적 종속이 인정되며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어서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있는 자 ③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서 사업장에 취업하고 있는 자를 포함하고 있다.


2. 정부의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방안

한국노동연구원에서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하여 노동자와 사업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구분이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그 중간형태의 유사근로자 개념을 도입하는 삼분법적 구분으로 접근하였다. 산재보험법상 피보험자는 근로기준법에 종속되어 있어 근기법의 근로자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법적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를 산재보험 대상으로 선정하는 방안과 보험의 가입 및 보험료 납입주체에 따라 다음과 같은 3가지 안을 제시하였다.




3. 왜 하필 산재보험인가?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제도이다. 역사적으로도 1983년 독일의 비스마르크에 의해 시작된 최초의 사회보장제도이며 우리나라에서도 1963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최초로 사회보험화 되었다. 산재보험은 노동과정에서 상시적인 사고나 재해 질병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들에게 자본이 가장 먼저 시행하는 최소한의 복지이다. 또한 가용한 건강한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최소한의 비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사정위 비정규특위에서 다른 사회보험보다 우선적으로 산재보험의 적용이 제안된 것은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범위에서 ‘법상 보호’를 일부 적용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용역 연구 결과에서도 ‘근기법의 근로자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연구의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모두에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현실적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의 필요는 절실하다. 화물연대와 같은 위험 업종의 경우 이러한 필요에 의하여 본인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형태로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강제가입하고 보험료를 부담하는 산재보험의 도입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이 제안한 3가지 안의 적용대상 선정 방안을 유의해서 살펴야 한다. 3개 안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산재보험법과 근로기준법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것이고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기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칫 이 안을 수용하게 된다면 민중운동진영에서 추진하고 있는 근로자성 획득을 포기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4. 업무상재해로부터 보호의 필요가 없는 노동자가 어디 있는가?

산재보험은 2000년 7월부터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노사정위의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적용 안에는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의 필요가 있는 자」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에 의해 개인 사업자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이 구조조정 필요에 따라 추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실적에 따른 성과급과 수당 지급의 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이는 액면으로는 노동자의 수입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여 유인책이 되었으나 현실적으로는 과중한 노동시간, 자발적인 과로와 낮은 수입으로 귀결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자발적인 과로와 과중한 노동시간, 고용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은 모두 직업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근골격계 직업병이나 뇌심혈관질환(과로사 등)과 같이 과로와 연관이 많은 질병군이 특히 경제위기 이후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조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특수고용 노동자야말로 산재 직업병의 관점에서 보면 전체가 고위험군이라고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안대로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의 필요가 있는 자」를 따로 정의하거나 매년 대상자를 확대하기 위해 협의체를 꾸리는 것 등은 불필요한 작업이다. 전체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산재보험의 피보험자로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며 사업주의 강제가입과 보험료 부담도 필수적이다. 오히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차원에서 장시간 노동 및 과중한 업무를 일정 범위 이내로 한정하거나 하는 특별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집단으로 볼 수 있다.

필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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