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호]광주전남공공서비스지부의 건강권 쟁취를 위한 투쟁기록(07년 1월호)

김순금 ⎟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광주전남공공서비스지부 사무국장




새해 벽두부터 질라라비에 건강권 투쟁사례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리에 쥐가 난다. 요즘은 글을 써달라는 이야기만 들으면 이상증세부터 온다. 하나 둘 밀린 노동조합 업무들이 떠오르고 머리엔 무슨 돌덩이라도 달아놓은 듯 천근만근이고 쌓인 업무들 중 무엇을 먼저 시작하고 무엇을 정리해야할지 순서를 몰라 자꾸 뒤죽박죽이다. 어찌되었건 조금이라도 몫을 해보고자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1. 비정규노동자들의 건강권 현실

현재 광주전남공공서비스지부(舊 광주전남공공서비스노조)에는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는 100여 명 가량의 노동자들이 있다. 주로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청사관리, 쓰레기 재활용․대형폐기물 처리, 사회복지, 분뇨․정화조처리 등의 업무를 도맡아하는 비정규직이다. 우리 주위에 꼭 필요하지만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효율성’이나 ‘예산절감’을 이유로 외주·용역화하거나 민간위탁을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노동자들이다.
재활용폐기물 처리 업무 민간위탁과 노동자

“안전교육을 실시하겠습니다. 오늘 날씨가 조석으로 추운데 안전사고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안전운전하시고, 사고 나지 않도록 주의 하십시오”
서구청으로부터 쓰레기 재활용품과 대형폐기물처리 업무를 수탁 받아 운영하는 수진환경(주) 노동자들이 받은 노동안전교육의 전부이다. 수진환경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2001년 서구청이 재활용업무를 민간위탁한 후 무려 2~3배 이상 늘어났다. 폐기물 처리의 경우 민간위탁 전에는 4~6명이 공동작업을 하면서 하루 1회~2회 운행해왔는데, 현재는 2인 1조로 모든 작업을 실시하여 하루 3회 운행한다. 결국 부족한 인원으로 냉장고, 피아노, 장롱과 같은 중량이 나가는 폐기물을 처리하게 된 것이다. 또 먼지와 소음, 쓰레기 악취, 부탄가스, 깨진 유리와 잡병, 캔 조각, 지게차, 차량 등에 의한 노동재해와 직업병이 급증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인데, 안전화․안전모 같은 최소 보호장구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그 결과 전체직원 34명 사업장에서 낙상, 손발 골절, 유리병에 의한 좌상, 지게차에 치임 등의 노동재해가 2004년 5건, 2005년 5건, 2006년 3건이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보호구나 안전설비 등 ‘안전권’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된 채 사업주에 의해 산재사고가 은폐되기도 했다. 이윤 챙기기에 급급한 업체는 경영상의 이유를 핑계로 노동자들의 건강에는 관심이 없고, 원청 사용자인 서구청은 모든 책임을 수탁업체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 속에 근골격계 직업병, 상해사고, 유해물질에 죽어나는 것은 노동자들 뿐이다.

한국마사회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팔이 아프게 된 이유는, 내가 입바른 소리를 좀 해서 반장에게 찍혔어요. 원래는 조를 바꾸면서 순환식으로 일을 하는데, 반장에게 찍혀서 2층 서편에서 그렇게 4개 월동안 살았제. 그러면서 팔이 아프기 시작했고, 허리도 다쳤고 그때 병원에서는 ‘쉬어줘야 합니다’ 했는데, 돈이 없으니까 못 쉬잖아. 근데 어쩔 수 없이 두 달 이상 병원 다녔는데. 어쩔 수 없이 보름동안 사람을 사서 넣고…. 제가 월급에서 50%주고 그런데 나중에 또 쓰니까 아프잖아요. 병원은 퇴근하고 갔죠. 월요일 날 끝나고 갔고, 화요일은 쉬니까 가고 수금토일은 못가고…."

2006년 3월 한국마사회 광주지점(스크린 경마장)에서 청소업무를 해오던 9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용역업체가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집단해고 됐다. 이들 여성노동자들은 해고되기 전까지 3~4년 동안 마사회에서 근무해오면서 월70만원의 저임금과 주52시간의 장시간노동에 시달려왔다. 또한 사측의 잦은 징계와 시말서 작성요구, 자의적인 해고 남발 속에서 항상적인 고용불안을 경험하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해야만 했다.
근로기준법상에 보장된 연월차․생리휴가는커녕 오히려 아파서 결근해야 할 때조차 자신의 일당 2만5천 원보다 많은 3만5천 원으로 사람을 사서 일을 시킨 뒤 쉴 수가 있었다. 또한 개장일이 되면 제대로 된 휴게시간도 없이 대기상태로 있다 수시청소를 해야 하니, 그야말로 점심시간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여성노동자들은 손목과 허리 등에 근골격계 직업병을 앓고 있었으며, 1일 평균 4000~5000명의 이용객들로 인한 먼지와 담배연기로 겨울철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아야 했다.

비정규직, ‘치료냐 고용이냐? 작업환경 개선이냐’ 너무 먼 당신

시청 청소용역노동자의 경우, 04년 4월 화물칸 승강기 광택작업 중 독한 왁스냄새로 정신이 혼미해져 바닥으로 추락해 산재를 입었다. 그런데 일하다 다쳤다고 하면 해고될까 두려워 1년 후 노동조합과 함께 산재신청을 했다. 다른 노동자의 경우 청소작업 중 의자에서 떨어져 다쳤으나 자진 퇴사했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업체가 산재요양을 마치고 온 여성노동자에게 고의적으로 일을 주지 않고 해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구청의 분뇨정화조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위탁업체의 노동자는 여름철 운행 시 차량 에어컨고장 수리를 요구했다가 관리자에게 폭행을 당한 적도 있었다.
결국 민간위탁이나 외주용역과 같은 구조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남들 다하는 산재신청조차도 ‘치료냐 고용이냐’라는 양자택일을 강요받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나 예방조치는커녕 건강하게 일할 권리,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하면서 건강 악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2. 노동기본권 쟁취와 노동안전보건투쟁

이러한 비정규직의 현실은 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투쟁에 염두조차 낼 수 없도록 한다. ‘밥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건강권까지 챙기냐’라는 생각도 든다. 때론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풀리지 않는 사업장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되거나 사측에 대한 임단투 무기로 밖에 인식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노동안전보건투쟁의 성과는 느리지만 노동조합의 든든한 활동기반이 되어 가고 있다.

싸울 놈들이 왜 이리 많아

2005년 7월부터 11월 노동조합은 ‘용역전환 저지, 민간위탁 철회, 생존권 사수, 사회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지방자치단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한 집중투쟁을 전개했다. 각 사업장의 요구들을 하나로 모아 투쟁을 벌이면서 지역노동보건운동단체인 광주노동보건연대와 함께 노동안전보건투쟁을 전개했다. 그 결과 수진환경 노동안건보건문제를 공세적으로 배치, 현장개선 등을 만드는 성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노동자 건강 외면하는 작업환경 측정 기관과의 투쟁

비정규직 사업장으로는 보기 드물게 작업환경측정과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측정 기관이었던 대한산업보건협회는 노동조합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주편에서 설문지 조작은폐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여름 내내 노동조합의 1인 시위와 집회, 항의면담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쉽게도 연맹과 총연맹 차원으로 투쟁을 확산시키고자 했으나 총파업투쟁 일정 속에서 실행되지 못했다는 한계도 남았다. 하지만 1년 뒤 실시된 작업환경측정은 기관 선정부터 측정까지 노동조합과 함께 논의하고 결과를 만드는 성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악덕사업주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한 투쟁

노동조합이 서구청을 상대로 민간위탁 철회를 요구하고 집회, 항의방문, 기자회견, 여론작업 등 투쟁을 전개한 지 6년이 됐다. 민간위탁 철회 투쟁과정에 노동안전보건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투쟁한 것은 2년째이다. 지난 2년간 노동조합은 사업주와 서구청을 상대로 노동안전보건과 산안법 위반 등을 강도 높게 문제제기해왔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 건강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업주 이제는 지겹다. 2005년 4월 19일 노동조합의 요구에 의해 실시된 노동청의 특별감독 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은 11건, 2006년 9월 18일 노동청 현장점검 결과 4개 항목의 위반사항이 또다시 적발되었다. ‘안전화를 지급해 달라’고 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나서야 안전화가 지급된다. 산안법 위반으로 고발장이 접수되고 과태료를 물고 나서야 작업환경측정이 실시된다. 가끔 사업주가 지독한 악질 사업주거나 돌머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또 서구청은 재활용·폐기물업무의 고유책임자로서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한 적이 없었다. 위수탁 계약서 상에도 업체가 노동자들의 ‘사고 미연방지 및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책임을 명시해 놓았건만 뒷짐만 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노동안전보건의 문제는 서구청과 업체에게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2007년 위수탁 계약서 상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약기준으로 삼는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그러나 아직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투쟁은 과제 그대로 남아있다.

근로복지공단, 불이익 횡포에 맞선 투쟁

2005년 수진환경 선별 여성노동자의 경우 지게차에 휘말리는 산재사고를 입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의사소견과는 무관한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요양기간 단축 및 강제치료종결 조치를 했다.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지역본부, 지역사회운동단체, 노동보건운동단체 등과 함께 ‘산재보험제도 개악 분쇄와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을 구성했다.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수차례의 항의집회와 면담투쟁 등을 통해 피해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켜내도록 요구하였고 요양기간 연장이란 조치를 낼 수 있었다. 또한 2006년에도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처리 규정 등에 의한 ‘연장치료 종결, 강제치료 종결’이라는 불이익사례를 가지고 공단의 횡포에 맞선 투쟁을 전개해왔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양성교육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투쟁 속에서 자칫 챙기기에도 버거운 노동안전보건문제, 그 속에 현장활동을 제대로 펴나기 위해 중요한 또 한 가지는 바로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양성이다. 노동조합 초기부터 각 사업장에 최소 1인 이상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로 양성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교육프로그램을 배치하고 활동해왔다. 그러나 끊임없이 전개되는 투쟁으로 인해 투쟁시기 집중적인 활동 후 풍부한 현장 활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장상황을 공유하고 일상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간부와 활동가를 키워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노동자 건강실태조사

현재 노동조합은 공공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 소속 단위노조, 지역노동보건단체가 함께하는 지방자치단체 노동자 건강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실태조사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속에서 기획된 사업이다. ‘민간위탁’이나 ‘외주용역화’ 등 비정규직화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투쟁의 계기를 만들기 위함이다. 또한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현장의 작업조건과 건강상태를 분석하고 문제해결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고용불안과 저임금 등 노동강도 강화 요인을 제거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찾기 위한 작업으로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3. 동지들! 장시간노동은 이제 그만! 놀 땐 놀고 일합시다.

끝으로 가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하다 보면 오히려 노동자들이 연장근무와 휴일노동을 하게 해달라고 기를 쓰고 요구하는 경우를 본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우리는 수년간 ‘노동강도 완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고 투쟁해 왔는데 말이다. 만성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 구조 속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노동자들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어느새 노동자들이 자신의 몸과 삶을 죽음과도 같은 노동에 내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 하루하루 고된 노동과 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동지들에게 힘들지만 말한다. ‘놀 땐 놀고 일하자’고, ‘휴게시간은 늘리고, 휴가는 휴가대로 써보자’고. 어떤 동지의 말처럼 우리가 더 열심히 투쟁하고 연대하면 배가 되어 돌아올 거라고 확신한다. 노동자의 건강과 삶, 단결과 연대는 우리의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