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세 분석에 관한 시론

머리말


머리말


세계대공황으로 인해 세계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전 세계는 이미 대공황의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 있다. 각국에서 실업자가 증가하고 자본들이 파산하는 가운데 그리스의 시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 등 계급투쟁이 불붙고 있고 전쟁도 발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대공황이 세계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대공황으로 재격화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가 세계변혁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은 매우 긴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계정세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미진하기만 한다. 세계정세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세계변혁의 추진에 기본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일국 차원의 정세분석을 넘어 세계적 차원의 정세분석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국의 변혁은 현 단계에서는 세계변혁에 의해 규정되며 세계변혁이 진전되는 양상에 따라 일국의 변혁의 가능성도 파악된다는 점에서 세계변혁과 일국의 변혁의 역동적 관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대공황은 일국의 변혁과 세계변혁을 통일시키는 객관적 경제적 토대이다. 세계대공황에 의해 규정되는 세계정세의 진전을 분석하고 세계변혁의 조건과 일국 변혁의 조건을 통일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론적이나마 세계정세를 분석하는 틀을 확인하고 나아가 세계변혁의 현 단계는 어떻게 되는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1. 세계정세 분석의 방법론


일국의 정세를 분석하는 방법론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적 상황, 객관적 토대를 분석하고 나아가 이러한 토대의 변화를 기초로 경제적 대립투쟁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대중의 역동성이 증대되는가 그리고 이러한 토대의 변화, 경제적 대립투쟁을 기초로 권력에대한 정치적 투쟁이 얼마나 증대되는가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일국의 정세를 파악하는 방법론이다. 그리고 여기서 권력에 대한 대립투쟁의 정도가 일국의 정세를 규정하는 핵심요인이 된다. 이렇게 일국의 정세의 변화를 분석하는 틀을 올바로 수립하는 것은 과학적 정세분석, 나아가 전술수립의 토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국의 변혁이 세계변혁과 긴밀하게 연동되고 일국의 정세에 세계정세가 미치는 영향이 날로 증대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일국의 정세분석 틀은 불완전한 것이다.

그러나 일국의 정세를 분석하는 틀을 세계정세를 분석하는 틀로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일국의 계급투쟁의 조건과 세계변혁의 조건은 완전히 판이하기 때문이다. 즉, 일국의 정세를 분석하는 틀은 경제적 토대와 정치권력의 존재라는 것을 기초로 정세를 분석하는 것인데 세계정세에서는 세계경제는 존재하지만 세계국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국가는 자본주의 하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는 사적 소유를 바탕으로 하고 자신의 고유한 국가의 성격으로 민족국가적 규정을 받기 때문에 세계국가는 불가능한 것이다. 부르주아혁명을 통해 민족국가를 형성했다는 역사성, 그리고 사적 소유의 배타성으로 인해 세계적 차원의 통일된 연합을 구성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는 불가능하고 공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자본주의의 모순들을 극복할 때만 세계적 차원의 통일성을 갖는 연대의 틀, 연합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현 단계에서 아무리 세계화가 외쳐지더라도 세계정치를 규정하는 근본주체는 민족국가 단위가 된다. 이는 카우츠키 등의 초제국주의가 공상이라는 것이며 현실에서는 UN 등의 국제연합은 세계국가가 아니라 민족국가들의 연합체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세계국가가 불가능하고 민족국가 단위가 세계정치의 기본틀이 된다는 점으로 인해 세계정세 분석은 일국의 정세분석과는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국적 차원에서 정세를 분석한다는 것은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계급역관계가 어떠한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세계정세분석에서도 본질적으로 관철된다. 세계적 차원에서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역관계가 어떠한가가 세계정세 분석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차원에서 계급역관계를 파악하는 지표는 일국의 정세를 파악하는 지표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토대, 경제적 투쟁, 정치적 투쟁이라는 정세분석 틀은 세계정세 분석에서는 일정하게 수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러면 세계적 차원에서 계급역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는 무엇인가가 중요해진다. 이에 대해 레닌은 일찍이 ��제국주의론��에서 분석한 바 있다. 즉, 제국주의라는 자본주의의 현 단계에서는 제국주의와 제국주의의 대립, 자본주의 국가 내에서 계급대립, 그리고 제국주의와 식민지 민중의 대립이라는 제국주의 주요 모순을 정식화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하여 사회주의세계가 성립한 후로는 제국주의와 사회주의 진영 간의 대립이 주요한 대립으로 된다. 이러한 레닌의 분석은 세계정세를 파악하는 주요한 틀이 될 수 있다. 즉, 자본주의 국가 내에서 계급투쟁의 진전 정도, 제국주의와 제국주의의 대립, 제국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 제국주의와 식민지민중, 지금은 종속국 혹은 신식민지, 약소국의 민중의 대립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러한 대립의 축이 어떻게 변화하는가가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근본적 요소가 되는 것이고 이러한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토대로서 세계경제가 작동하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

이렇게 세계정세분석과 일국의 정세분석이 다른 것은 그를 형성하는 질의 차이 때문이다. 민족국가는 존재하나 세계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황이 서로 다른 질을 강제하는 것이다. 질이 같아야 양의 확장과 양적인 비교가 가능한데 세계정세의 질이 일국 정세의 질과 다르다는 점에서 정세를 분석하는 지표가 변경되는 것이다.



2. 정치는 경제의 집약이다.


세계정세분석이 이렇게 일국의 정세분석과는 질이 다르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러나 세계정세 또한 계급역관계의 문제라는 점에서, 즉, 정세분석의 일종이라는 점에서는 일국의 정세와 같은 점이다. 여기서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토대로서 세계경제의 분석이 요구된다는 점을확인할 수 있다. 즉, 정치는 경제와 불가분의 연관을 갖는 것이고 일국의 정세가 근본적으로 경제적 토대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과 세계정세가 근본적으로 세계경제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이 유사성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와 경제의 연관성은 레닌의 ‘정치는 경제의 집약이다’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다. 복잡하게 보이는 정치적 현상들이 실은 경제적 계급대립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고 이는 세계정세에도 그대로 관철되는 것이다. 이는 전쟁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경제적 압박, 경제적 어려움을 호도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이 실은 비일비재한 것이다. 제 1차 대전이 식민지로 대표되는 시장의 확보를 위한 전쟁이었다는 것, 제 2차 대전이 쏘련에 대한 공격을 특징으로 하지만 실은 세계대공황에 의해 비롯된 경제적 곤란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 등이 전쟁의 경제적 성격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정세를 올바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세계경제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세계경제의 모순이 어떻게 정치적 대립투쟁으로 상승하는지, 세계적 차원의 정치적 대립으로 나타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적 차원에서 형성되는 정치적 쟁점은 무엇인지를 세계경제에 대한 분석에 토대를 두고 밝혀낼 때 세계정세 분석은 과학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세계정세 분석에서 세계경제를 분석하는 것과 함께 레닌의 주요 지표들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경제와 레닌의 분석틀을 통일적으로 파악할 때 세계적 차원의 정치적 쟁점들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대공황의 전개양상


2008년은 21세기 초엽의 세계대공황이 발발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2007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던 미국의 써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2008년 들어 본격화되면서 세계적 차원의 신용공황, 금융공황을 야기했던 것이다. 이러한 금융공황에 대해 부르주아지들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이는 세계대공황이 실은 세계적 차원의 과잉생산공황이라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주택이 과잉되어 집값이 하락한 것이 써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불렀고 이것이 금융공황으로 되었는데 부르주아지는 사태를 거꾸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대공황은 시작되었는데 유럽, 일본 등이 먼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2008년 4/4분기에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파산하면서 세계경제 전체가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졌던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부르주아지들은 2009년을 넘기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데 이는 단지 소망에 불과한 것이다. 왜냐하면 공황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과잉자본의 해소 과정이 따라야 하는데 세계적 차원에서 아직 과잉자본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유럽의 세계 5위 반도체 회사가 파산을 하자 한국의 반도체 회사의 주가가 오른 것은 과잉자본의 해소 여부가 공황의 진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과잉자본의 해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공황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대공황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남미 등 세계의 모든 곳을 뒤덮고 있다. 부르주아지들은 중국, 인도 등의 신흥공업국이 공황을 저지해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고 혹은 공황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세계경제의 회복을 이끌어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이 또한 희망에 불과한 것이다.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을 대표하는 중국은 2008년까지 경기침체를 모르고 20여년 가까이 고도성장을 누려왔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하는 특수한 상태에 있었다는 것과 관련된다. 왜냐하면 사회주의는 공황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이미 사회주의적 생산관계가 해체된 지 오래됐고 지금은 철저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입각하고 있으며 이미 전형적인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리고 나아가 중국의 경제성장이 소위 개혁개방 등에 의해 해외시장에 입각한 수출주도의 경제였다는 점에서 중국은 세계경제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고 중국에서 대대적인 공황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이다. 중국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주식가격이 폭락하여 주가가 반토막, 아니 1/3토막이 났고 2008년 4/4분기의 성장률이 6%로 급감했다. 2007년의 성장률이 두자리 숫자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경기가 하강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중국경제를 이끄는 수출도 최근 20%이상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대공황이 중국으로 전이됨에 따라 중국의 경우 많은 기업이 파산하고 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다. 2009년 1월 현재 중국에서 농민공 중 2천만 명이 실직하여 고향으로 귀향하고 있다. 사적 소유 체제로 전환하여 노동자계급과 농민에 대한 착취와 수탈로 급성장했던 중국경제가 난파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대공황이 미국의 부실한 금융시스템 때문이라고 미국을 비난하고 있지만 중국은 ‘너 자신을 알라!’라는 금언이 적합한 상황이 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중국의 대공황은 중국이 착취사회, 자본주의 사회임을 세계적으로 폭로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중국에서 격화될 수밖에 없는 계급투쟁은 세계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이외에 한국, 대만, 싱가폴 등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들은 수출의 급격한 감소라는 상황에 처하여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은 내수보다 해외시장에 주요하게 경제성장을 의존해 왔던 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대공황의 충격이 훨씬 심한 것이다. 국내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가혹한 착취, 초과착취에 기반하여 내수는 취약한 가운데 상품의 실현을 해외시장에 의존하며 고도성장을 누려왔지만 이제 그러한 축적체제 자체가 대공황에 의해 파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이들 나라의 계급투쟁 또한 격화될 수밖에 없다.

유럽의 경우 아시아의 신흥공업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적다는 점에서 대공황의 충격이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유럽 또한 과잉생산공황이라는 세계대공황의 본질적 측면이 관철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은 이미 2008년 4/4분기 이전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으며 또 유로화가 고평가됨에 따라 수출경쟁력의 약화를 경험하고 있다. 유럽 중에서 영국의 경우 유로화 체제에 편입되어 있지 않는데 영국은 경제의 상당 부분을 금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대공황의 파괴적 영향을 더욱 더 받고 있다. 영국은 이미 2008년 말에 300억 파운드가 넘는 구제금융을 투입했고 은행들을 국유화한 경험이 있는데 다시 2009년 초에 2000억 파운드에 달하는 새로운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제조업이 취약한 가운데 금리생활자의 나라였던 영국은 이번 대공황으로 백척간두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영국에서 계급투쟁의 진전은 세계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수천억 달러, 아니 조가 넘는 달러를 투입하고 있지만 공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의 빅3가 언제 파산할지 모르는 상태이며 실업자가 격증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해고당한 노동자가 가족과 동반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경제는 그동안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기반으로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을 통해 유지되어 왔는데 이제 대공황으로 인해 이러한 경제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그러한 쌍둥이 적자를 중국, 일본, 유럽 등의 해외자금이 메워주는 것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었는데 대공황은 더 이상 이러한 시스템이 유지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건설이 필요한데 이는 상당한 시일을 요하는 것이고 또 세계경제의 진전에 긴밀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대공황의 파괴적 영향은 상당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에서 새로이 계급투쟁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고 미국에서의 계급투쟁은 세계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2008년의 4/4분기에 마이너스 2%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일본은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대공황의 영향을 깊이 받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1990년대의 장기불황에서 제대로 회복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시 대공황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의 국채규모는 거대하다. 약 8조 달러에 이르는 일본의 누적된 재정적자는 1990년대의 불황타개책으로 정부가 막대한 돈을 경제에 쏟아 부었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국가가 대공황에 대해 새로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지금의 대공황의 압력은 가중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경제는 대공황의 초입부를 지나고 있다. 이러한 대공황으로 인해 세계무역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국내산업제품의 우선 구입을 명시하는 등 보호주의 색채를 띠자 유럽 등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세계무역의 급격한 감소가 세계경제의 아킬레스 건이 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1930년대의 대공황의 경우는 무역의 급격한 감소와 제국주의 각 세력의 블록화가 결국은 2차 대전을 불렀다는 점에서 무역의 급격한 감소는 세계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것이다.

한편 이러한 대공황으로 인해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등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의 기존의 축적체제가 파탄나고 있다는 것은 이번 대공황의 심도가 얼마나 될 것인지 예상하게 한다. 단순한 경제사이클 상의 변동이 아니라 세계경제 자체의 구조변동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각국의 힘겨루기를 필연적으로 야기할 것이고 그에 따라 제국주의의 제반의 모순은 격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9년의 경우 본격적으로 과잉자본이 해소되는 단계에 처할 것이다. 그에 따라 기업의 줄도산과 실업이 본격화될 것이다. 어느 기업이 파산할 것인가, 어느 나라의 기업이 주로 파산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그에 따라 세계경제의 약한 고리가 명백히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고 세계적 차원의 계급투쟁이 본격화되는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4. 세계정세 개관


이미 세계정세는 공황기에 나타나는 정세의 특징들의 맹아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에서 먼저 계급투쟁의 불길이 치솟았다. 경찰의 민중 살해에 대한 항의로 시작한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는데 특히 청년층이 광범위하게 가담했다. 이는 지금의 그리스 자본주의 체제가 청년층에게 전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농민들의 시위가 한창이다. 고속도로가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로 막히고 있어서 그리스 경제는 멈춰선 상태이다. 항의의 불길은 프랑스, 독일 등으로 번졌는데 프랑스의 경우 최근에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경제대책에 대한 항의로 100만명이 넘는 시위가 발생했다. 이렇게 세계적 차원에서 계급투쟁은 서서히 불붙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용산에서 살인진압은 공황을 돌파하려는 국가권력의 무리수가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는 한국의 경우도 계급투쟁이 활성화되는 단계로 진입한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한편 공황기는 세계적 차원에서 정세가 불안정해진다는 점이 있는데 이는 전쟁의 위험 증대로 표현된다. 세계적 차원의 역관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그 공백지점에서 제국주의적인 세력의 전쟁 도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제국주의적 침략과 학살을 자행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권력교체기를 틈탄 것이라는 분석, 혹은 이스라엘 자체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부로 전가하기 위한 것, 이스라엘의 총선에서 재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는 세계정세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는 것, 그리고 약소국 민중의 희생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약소국 민중의 저항의 강화는 일종의 필연이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전쟁을 진행 중이다. 이라크의 경우 꼭두각시 정부는 미군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미국이 대공황이라는 상황에서 이라크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되는 것이다. 만약 미군이 철수한다면 이라크는 내전의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리고 아프카니스탄의 경우 아프카니스탄 민중의 미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은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미군의 지배범위는 매우 협소하다. 아프카니스탄 민중이 승리한다면 미국의 위신은 세계적으로 추락할 것이다.

한편 사회주의권과 제국주의 간의 대립은 여전하다. 쏘련 붕괴 뒤 북한과 쿠바를 제외하면 사회주의진영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북한과 쿠바는 체제의 붕괴를 걱정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제국주의 세력은 대공황으로 인한 체제의 불안정을 호도하기 위해 북한과 쿠바 등 잔존하는 사회주의 진영을 압살하려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쿠바는 그동안 각기 살아남기 위해 고난의 행군, 경제개혁 등을 진행해왔고 최근에 북한은 핵을 보유함으로써 일정하게 안전판을 마련한 상태이다. 동아시아의 6자회담은 사회주의 국가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러한 상태가 얼마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국과 일본 등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침략하려 한다면 그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왜냐하면 러시아 혁명이후 제국주의 세력이 사회주의 국가를 군사적으로 정복한 사례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제국주의 세력의 패배로 끝난 것이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제국주의 세력과 신식민지, 혹은 약소국의 대립도 강화될 것이다. 남미의 차베즈가 상징하는 것은 새로운 사회주의는 아니다. 왜냐하면 차베즈는 21세기 사회주의를 말하지만 사적 소유를 공격하거나 철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종의 민중주의 권력인 차베즈가 세계적 차원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미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세력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대립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 등 제국주의 세력은 대공황으로 인한 어려움을 이들 약소국에 전가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국의 경우 한미 FTA는 제국주의 세력이 신식민지 민중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전가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한국민중의 투쟁의 쟁점으로 되는 것이다. 한편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의 경우 전형적으로 제국주의 국가의 약소국에 대한 침략과 지배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는 반미성향이 강한 아랍진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것이다.

대공황이라는 경제적 조건이 세계적 차원에서 정치적 쟁점을 형성하는 것은 이러한 약소국, 신식민지 국가의 민중과 제국주의 세력 간의 대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대공황으로 인해 약소국 민중의 경제적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는 가운데 제국주의가 대공황의 압력을 약소국으로 돌리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1월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은 전형적으로 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한편 세계적 차원의 정치적 쟁점은 자본주의 국가 특히 제국주의 국가 내에서 계급투쟁의 활성화이다. 이미 프랑스 민중, 그리스 민중이 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자본주의 모순이 극도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들 자본주의가 발달한 국가의 노동자계급이 투쟁으로 나서도록 강제당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 그동안 성취했던 사회복지 등 개량의 성과가 그대로 유실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주목되는 것은 세계대공황으로 인해 미제국주의의 일방적 헤게모니가 크게 약화될 것이고 이는 제국주의 세력 내부의 질서재편으로 귀결될 것이고 나아가 제국주의 간 대립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달러의 추락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세계경제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이 현격하게 약화될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통해 경제를 유지해온 것이 그동안의 미국경제였는데 최근의 대공황으로 인해 이러한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현재의 대공황의 상황에서 일본, 중국, 유럽 등이 미국 국채를 사들여서 미국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세계경제에서 지위는 압도적 헤게모니를 상실하고 향후의 계급투쟁과 제국주의 간 힘겨루기에 따라서 새로운 지위가 주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는 유럽과 미국의 대립, 미국과 일본의 대립, 미국과 중국의 대립 등이 앞으로 세계정세의 주요한 쟁점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5. 세계변혁의 현 단계


이러한 세계대공황의 발발과 영향은 세계변혁에 있어 중대한 조건의 변화를 의미한다. 1990년 쏘련이 붕괴한 뒤로 세계사는 거대한 반동의 시기를 경험했다. 자본주의를 대체할 전망이 사라진 가운데 미국 등 제국주의 세력의 영향력이 일방적으로 행사되고 세계민중은 숨을 죽여야 했던 것이다. 반세계화 운동이 있었으나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세력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반세계화가 사회주의를 자신의 이념으로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대공황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적으로 폭로함으로써 다시금 사회주의가 대안으로 검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는 쏘련 붕괴 뒤의 반동의 시기가 마감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는 것이고 세계적 차원에서 정세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이 시작되는 사회주의 운동은 쏘련 붕괴의 원인과 교훈 등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밖에 없고 이는 20세기 사회주의 운동과 질적으로 구별되는 보다 높은 차원의 운동이 시작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계노동계급의 현 상태는 열악하기만 하다. 다수의 노동자 대중이 개량주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변혁세력으로 포괄되는 것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21세기 사회주의가 내용을 갖추고 그것이 세계적 차원에서 대중적 운동이 되기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대공황이 그러한 과정을 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급투쟁의 발생과 대안의 모색은 대공황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강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공황은 개량주의의 물적 토대를 원천적으로 빼앗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제국주의 국가 그리고 신흥공업국의 경우 개량주의세력이 일정하게 존재하는데 이들의 정치적 토대가 대공황으로 인해 격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변혁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세력이 쏘련 붕괴의 원인과 교훈을 자신의 것으로 하면서 대안세력으로 나선다면 세계 각지에서 사회주의 운동은 다시금 힘있게 부활할 것이다.

현재의 대공황은 전반적 위기를 격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전반적 위기의 결과 21세기를 새롭게 여는 사회주의 변혁의 성공은 일종의 필연이다. 대공황으로 인한 토대의 격심한 요동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제국주의의 제모순의 격화는 필연적으로 그에 대한 지양, 21세기를 새롭게 여는 사회주의 변혁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17년의 러시아 혁명이 인류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게 했듯이 21세기를 새롭게 여는 사회주의 변혁의 성공은 인류를 계급사회로부터 단절시키고 계급사회의 잔재를 말끔이 일소한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킬 것이다. 맑스 이래로 꿈꾸어 왔던 ‘필연의 왕국에서 자유의 왕국으로 도약’이 21세기의 인류의 새로운 단계가 될 가능성이 주어지는 것이다.

21세기의 새로운 사회주의 운동은 20세기와 비교할 때 철저히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에 입각한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20세기 사회주의의 실패의 원인이 바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붕괴였기 때문이다. 21세기 현재의 변혁의 물적 조건은 20세기 러시아 혁명과 비교할 때 매우 풍부해졌다.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노동계급의 동질성도 상당한 정도로 확보된 상황이다. 이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물적 조건이 성숙했다는 것이며 한 점 불꽃이 광야를 불사르듯이 약한 고리에서 변혁이 발생하면 세계 전체가 변혁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노사과연>

덧붙이는 말

"생각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세와 노동 제43호(20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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