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동자들의 연대와 희망 월간금비

우리는 누구인가_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들①

늘어만 가는 금융권 비정규직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규모와 실태를 분석 발표 했다. 동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노동자는 2003년 784만명(임금노동자의 55.4%)에서 2004년 816만명(임금노동자의 55.9%)으로 31만명 증가한데 이어 2005년 8월에는 840만명(임금노동자의 56.1%)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임금총액 비율도 2004년 51.9%에서 2005년 50.9%로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저임금계층 가운데 정규직은 44만명, 비정규직은 354만명으로 10명 중 9명 꼴로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나 ‘저임금계층의 절대다수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새해 저명인사들의 대부분이 ‘사회양극화 해소’를 한국 사회의 핵심 이슈로 꼽은 배경에는 이런 비정규직의 급증과 저임금의 상관관계에 따른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이미 노동자의 55.9%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이글을 읽는 당신과 나, 둘 중 하나는 비정규직일 수 있다. 물론 내가 아는 사람이 비정규직 일 수 있다. 비정규직이 주홍글씨의 낙인은 아니라 할지라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받을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차별을 생각하면 억울하고도 답답하다. 그 울분은 당연한 것이다.

체질개선 IMF 그리고 4대부문 구조조정

OECD 가입으로 촉발된 금융자유화 조치는 준비가 덜 된 한국에 눈물겨운 교훈을 남겼다. 그리고 97년 11월 단기 외환수급 문제가 발생하면서 확산된 경제 위기는 결국 IMF로 부터 1차로 55.6억달러를 차입, 99년 5월 20일까지 총 10차에 걸쳐 195억달러를 차입과 더불어 IMF의 요구에 따른 금융, 기업, 노동, 공공 등 4대 부문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을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모습은 기업매각, 공공기관 사유화, 노동시장 유연화, 금융의 대형화 및 부실 금융 기관 대량 퇴출의 형태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1금융권의 경우 5개 은행이 퇴출됐으며, 5개 은행이 통폐합 되는 등 5만 여명이 넘는 인원 감축을 동반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또한 단순 구조조정의 틀을 넘어 금융산업의 소수 상위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대형화와 겸업화 및 종합화, 외국계 금융기관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개방화, 향후 부실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수준에까지 다다른 소매금융시장의 급 팽창, 직접금융시장이 발달하고 금융신상품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과 같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도, 아웃소싱과 금융전산화 등 업계의 구조조정에 따라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확산되는 등 고용구조의 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또한 보험 및 연금업의 대폭 감소, 금융 및 보험관련 서비스업의 증가를 바탕으로 각 부문별로 기타 비통화 금융기관이나 재 보험, 투자자문업이나 보험연금서비스업 등 비 전통적 영역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인적 구성의 변화가 급속히 진행됐고, 이런 필요인력이나 숙련업무의 빠른 변화도 비정규직의 확산에 기여했다. 결국 IMF 이후 4~5년간 압축적으로 진행된 구조조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확산을 동반한 것이다.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들의 사회적 이름표

비정규직의 개념은 ‘법률상 용어’가 아니다. 단지 정규직이라는 개념이 가진 요소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형태의 노동자들을 일컫는 ‘사회적인 용어’일 뿐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2002년)은 △무기(無期)계약 근로자 △전일제(full-time) 근무 △상용직으로 고용주와 사용자가 일치하는 직접 고용관계 △고용주가 지시하는 사업장에 근무 △사업장 내에서 기업특수훈련과 승진보장, 기업의 법정 복지와 비법정복지를 포함한 각종 부가급여의 적용대상이 되는 노동형태를 가진 노동자들을 ‘정규직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아닌 자󰡑로서 정규직에 대비되는 의미로서 그 유형은 ①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 ②단시간 노동 ③간접고용 ④특수고용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직접고용󰡑은 사용자에게 직접 고용되어 있고, 근로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에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일용직 또는 임시직 등의 형태로 일하며 언제든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계약직’의 경우 근로계약기간이 6개월, 1년 등 ‘일정 기간’이 정해져 있고, 노동시간 1주 40시간 또는 1일 8시간 보다 짧은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 업무의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고용되는 ‘일용직’이 있다.

'간접고용'은 말 그대로 고용주와 사용자가 다르다.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고용주와는 형식적 관계를 유지하되, 다른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으며 금융기관에서 일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일하는 현장에서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그들 또한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권한을 행사하지만 근로계약관계는 제 3자인 파견, 용역업체를 통해 맺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기관과의 간접적 고용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간접고용은 다시 파견과 용역으로 나뉜다. 이것은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에 근거한 근로자파견인가의 여부에 따른 구분이 된다. 즉 파견법에 따라 허가받은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사용업체에서 일하는 경우, '파견'이고, 용역업체-도급업체-협력업체 등에 고용되어 있지만 금융기관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지휘감독을 받는 경우는 󰡐용역󰡑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간접고용인 '도급'의 경우, 수급인(하청)이 직접 노동자의 업무에 관한 지휘, 감독을 하는 경우로서 도급인(금융기관)으로부터 경제적, 조직적으로 독립되어 있는 경우를 뜻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금융기관과 개별적으로 위탁(위임)계약 등을 맺고, 일한 성과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경우, 흔히 개인사업주(자영업자)로 취급받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험모집인(설계사), 텔레마케터, 채권추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레미콘 운송차주, A/S기사, 애니메이터 등이 특수고용 형태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명백히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반 노동법의 보호’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정규직의 경우는 근로관계의 종료에 있어 회사의 임의적 고용 종료로부터 법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조건이 있다.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해고할 만한 귀책사유가 있거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해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비정규직의 경우, 사용자는 재계약거부나 계약해지의 방식 등 임의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고, 이러한 근로관계의 종료가 사실상 해고와 다를 바가 없음에도 현행 법제도 아래에서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재고용 여부가 사용자에게 심하게 종속되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각종 차별과 열악한 처우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금융노동자 비정규직으로, 그 안타까운 숙명의 전환

금융업계의 비정규직 확산은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과 맞물려 있다. 제1금융권의 경우 업계내에서는 세분화 된 고객에 따른 사업부 및 영업점 구분, 후선 업무의 집중 방안으로 콜센터나 ATM 등 저비용 서비스채널들이 활용됐고, 󰡐소은행󰡑에서 󰡐편의점󰡑으로 지점 조직 개념의 변화, 인적자원관리는 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변화들이 일어났다.

이는 또한 3단계에 이르는 구조조정 과정과 맞물려 많은 금융산업 노동자들이 이직, 해고, 퇴직하게 되었다. 금융산업노조 비정규직 실태조사 2005년 자료에 따르면 경제 위기 이후 5년간 57,638명이 감축됐고 금융산업 내 이직 경험자 36만명 (비자발적 이직이 18만명, 정리해고 및 명예퇴직이 약 10만명) 중 15.8%만이 금융산업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노조 소속 전체 금융노동자는 2005년 6월 현재 140,087명이다. 이중 정규직은 70.5%인 98,721명이고, 비정규직은 29.5% 인 41,366명 으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비중은 41.9%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금융노조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분포는 텔러 직무가 32.7%로 가장 높고, 사무(본점 지원업무) 직무가 10.5%, 경비 9.4%, 콜센터 직무가 9.8%의 현황을 나타냈다.

또한 97~98년 5개 은행 퇴출과정에서는 부실채권을 수임하는 기관들이 대거 형성됐다. 금융기관 및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탄생한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경우는 이른바 ‘공적 자금’인 ‘부실채권처리기금’을 수탁관리하면서 주로 5개 퇴출 은행의 노동자들과 전문 인력을 대거 경력 직원으로 채용했고, 이 과정에서 ‘채권 추심’을 중심으로 하는 특수고용직 비정규직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주로 조세체납 정리, 국유재산 관리 등 주로 정부의 위탁업무와 부실채권의 정리(추심 등), 부동산 공매(온비드)와 배드뱅크 및 희망모아 사업, 기초수급자 지원사업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자산관리공사 비정규직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은 연봉제 계약직과 채권 회수 담당 계약직으로 크게 나누어 진다. 조합원들의 98%가 은행 출신으로, 대부분 5개 은행을 중심으로 퇴출되었던 노동자들이 대다수이다. 또한 정규직과 연봉 계약직을 비롯해, 기본급 없이 100% 인센티브 성과급을 받는 계약직과 그외 아르바이트, 용역, 파견 등으로 구성된다.

계약직원들은 현재(2005년 6월) 약 650명(연봉직 550명, 성과급100여명)으로 정규직(약 530명)보다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연봉계약직의 경우 1급 부장부터 5급 사원까지 정규직과 동일한 직급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계약직 부장 및 팀장이 정규직 직원을 부서 및 팀원으로 통솔하며 업무지시, 근무성적 평가 등을 하고 있다. 신용불량, 금융피해자들의 증가로 인해 부실채권 추심의 새로운 업무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직원들의 경우 계약직(계약기간1년~3년단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년 일방적으로 대량 계약해지를 당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또 다른 전환기를 맞고 있는 전국생명보험노동조합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조합원 2600여 명 규모에 비정규직 403명이 있으며 이들의 분포를 보면 콜센타, 지점 및 본사 서무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근재 생보노조 사무처장은 “보험업종의 심사를 맡은 간호사들이 간혹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분사한 상태이다. 2년 3년 단위 비정규직도 많고, 분사 이후 파견으로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보험업종의 경우 아웃소싱, 분사 뿐만 아니라 계약직 형태의 현지 채용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보험 업종의 경우 지점장을 하던 고위급의 노동자들이 퇴직 후 대리점을 차려, 회사로 부터 위임직 대리 점장을 하면서 1년 단위 재계약을 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 설계사와 같은 특수고용직에 해당된다.

증권업종의 경우는 97년 IMF 당시 외환위기에서 촉발된 주가 폭락 사태가 98년 전환, 다시 활황장의 여세를 몰아 희망퇴직 했던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형태로 복귀했다. 이 시기는 또한 ‘인센티브’ 연봉제 도입 등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유연화도 병행되어 자발적 비정규직군을 대거 형성하게 된다.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의 자료 조사에 따르면 03년 전체 5369명 중 1698명으로 24%, 04년에는 5244명 중 1483명으로 22%가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관련하여 김은아 증권노조 조직국장은 “증권업종의 경우 IT전산이나 시설 노동자들이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이다. 직접 고용 비정규직의 경우 남성들은 대다수가 본사나 지점 영업을 담당하고 있고, 여성들의 경우는 콜센터, 본사 혹은 지점의 서무직이나 관리 여직원 형태가 다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본사 영업의 경우는 높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자발적 비정규직 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농업협동조합의 경우 비정규직은 파견과 파트타임 형태의 간접고용, 그리고 지방 지점에서 직접고용하는 형태로 나뉘어 진다. 대형 마트의 경우는 파견이 다수이고, 대부분이 직접 고용 형태다. 박찬준 농협 강원본부 사무부장은 “농협의 경우 직접 고용이 50% 정도 되고 파트타임이 30%, 파견직이 20% 정도의 규모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농협 지점의 창구를 담당하는 텔러들의 대부분이 직접 고용이고, 보통은 1년 단위 재 계약을 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여성이다. 남성들의 경우는 99년 이후 유류배달이나 농기계 수리 센터․농산물 수송을 담당했던 기능직 노동자들이 명예퇴직 한 후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어 대부분 계약직으로 고용되어 있다.

그리고 대표적인 금융업계의 특수고용직, 30만 명에 이르는 보험모집인들의 경우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보험 모집인 노조 고성진 위원장에 따르면,

금융권 비정규직 계속 늘어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정규직과의 차별, 낮은 임금, 저조한 부가급부(복지혜택의 전무), 그리고 미비한 고용 안정성이라는 부정적 조건을 비롯해 정규직 노동자 대비 시간당 상대임금도 53%에 불과하다. 또한 이러한 임금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법률전문가, 금융전문가, 회계전문가 등의 전문 계약직 같은 고액 직종, 증권업의 경우 본사 영업등은 놀라운 인센티브제에 근거해 자발적 비정규직 군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 비정규직은 콜센터, 텔러나 사무행원, 후선 지원과 같은 영업점 업무에 계약직 형태로 집중되어 있다. 금융노조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중 텔러 직무가 32.7%로 가장 많고, 사무(본점 지원업무) 직무가 10.5%, 경비 9.4%, 콜센터 직무가 9.8%의 현황을 나타낸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파견등의 간접고용 형태였다. 이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보험모집인과 마찬가지로 대다수가 여성이다. 또한 피크타이머는 은행업무의 집중기(월말)에만 나와서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직원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상대적일 뿐 아니라 절대적인 저임금 노동자다.

다른 한편 성과급 형태의 보험 대리점이나, 방카슈랑스, 대출상품 판매, 통합금융법의 도입 등 각종 조치들로 금융업계간의 장벽이 사라지면서 분사와 아웃소싱의 활성화, 판매 전담 비정규직들이 외부 별도회사와 도급계약을 통해 통째로 외부화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새로운 비정규직 확산의 통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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