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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사수 총력투쟁에 나선 공무원 노동조합

노동3권(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극한까지 착취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주어진 최소한의 권리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별의별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자본주의라는 괴물마저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정도로 노동3권은 노동자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다.

노동3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 노동자들

하지만 자본과 정부는 자신들의 이윤에 결정적인 타격이 오거나 자신들의 사회적 기득권을 위해 통제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전혀 보장해 주지 않는다. 노사관계 로드맵에서 필수공익사업장이나 필수유지업무 운운하면서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파업을 금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고, 최근 총력투쟁을 선언한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동3권은커녕 노동2권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서도 힘겹게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 즉 파업권을 갖지 못한다. 공무원 역시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임금을 받음으로써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임금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공무(公務)라는 이름 하에 친자본적인 행정집행을 강요당하면서 노동자가 아닌 국가와 자본의 집행도구로 전락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힘겨운 노력 끝에 2002년에 전국 산별 단일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건설해 내긴 했지만,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기는커녕 극도로 탄압하여 공무원 노동자들은 단체행동권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권 역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우외환에 빠진 공무원 노동조합 - ‘법내파’와 ‘법외파’의 갈등

이러한 상황에서도 공무원노조는 2004년 역사적인 총파업을 이루어내는 등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서 열심히 투쟁해 왔다.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빌미로 한 대량 해고와 대량 징계, 작년 9월에 전국에서 일제히 벌어졌던 노조 사무실 강제 폐쇄, 공무원의 노동3권을 노골적으로 제한하는 공무원노조 특별법 등을 앞세운 정부의 강력한 탄압에 “노동3권을 제한받더라도 설립신고를 하고 국가가 인정한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자”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공무원노조특별법 수용을 둘러싸고 이른바 ‘법내파’와 ‘법외파’의 논쟁이 시작되었고, 2006년 11월 25일에 열린 공무원노조 16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법외노조 원칙을 고수하기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 논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부의 집요한 탄압과 분열공작에 흔들리는 부위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는 지난 2월 24일에 있었던 17차 대의원대회가 법내파 대의원들이 퇴장하면서 유회되고, 법내파 중앙위원 15인이 이른바 공무원노조 ‘통합추진위원회(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함)’를 만들어 기존의 집행체계를 무시하고 조합비 납부마저 축소하는 등의 반조직적 행위를 일삼으면서 공무원 노동조합은 바깥의 탄압과 내부의 혼란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은 반조직적 행태를 보인 대의원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지난 5월 19일 대의원대회에서 6월에 총력투쟁과 대정부 교섭을 진행하며, 교섭 결과를 7월 조합원 총투표에 부친 후 대의원대회에서 최종적으로 노조설립신고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공무원노조 총력 투쟁은 민주노조 사수투쟁이다.

‘6월 총력투쟁/대정부교섭 이후 7월 총투표’라는 결정사항의 의미는, 설립신고를 전향적으로 고려하되 무작정 설립신고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6월 총력투쟁을 통해 대정부 교섭을 이루어 내고 이를 통해 공무원노조법 독소조항 개정과 해고자 복직문제 해결 등의 조건을 달고 법내노조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은 노동3권의 현실적 제한을 받아들이고 법내노조의 틀로 들어가자는 법내파의 노선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14만 명이었던 공무원노조가 비대위의 분열책동으로 인해 순식간에 4만으로 줄어든 지금의 상황에서 민주노조를 어떻게든 사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대위의 발 빠른 행보는 매우 위협적이다. 멀쩡한 집행부를 놔두고 결성된 괴뢰단체인 비대위가 민주노총을 스스럼없이 방문하여 별도의 공무원노조 설립과 가입을 논의하는 데도 이석행 집행부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공무원노조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석행 위원장이 “공무원노조에 당연히 정통성이 있다”고 발언하긴 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공무원노조의 투쟁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어용 비대위 세력의 조직파괴행위를 엄단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현재 이러한 상태에서 6월 총력투쟁이라는 돌파구가 없다면, 2004년 총파업 정신을 계승하고 공무원 사회에 민주노조 깃발을 올바로 세워내는 일은 영원히 해결 불가능한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공무원노조의 6월 총력투쟁은 대정부교섭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정부보다도 오히려 어용세력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장의 조합원들을 조직하는 것이 유일하게 승리하는 길이다.

현재 공무원노조는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 해고자 원직복직 쟁취!!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공무원 강제퇴출 저지!!>를 내걸고 총력 투쟁에 돌입한 상태이다. 5월 29일부터 4대 요구 쟁취 조합원 서명운동, 지도부 단식농성, 회복투(해고자 원상회복투쟁위원회) 거점농성, 전국현장순회투쟁 등을 시작하였으며 23일 14시에는 전국현장순회투쟁을 정리하면서 4대 요구 쟁취 6월 총궐기 투쟁이 예정되어 있다.

분명히 지금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대정부교섭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고 많은 부분의 조직을 잃어버린 상태이며 6월 23일 이후의 투쟁계획 역시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는 투쟁을 회피하면서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는 어용의 길보다는, 힘들고 고되더라도 진정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쟁취할 수 있는 민주노조의 길이 더 옳음을 현장의 조합원들한테 끊임없이 설득해 내야 한다.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대정부교섭을 이루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하나, 현장의 공무원 노동자들을 조직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권리는 누군가로부터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노동3권 역시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노동자 투쟁이 흘린 피와 땀으로 쟁취한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지금 흘리는 피와 땀이 이 땅 모든 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기본권이라는 결실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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