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ActOn]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곳, 여성주의 웹진 (2)

연재순서

1. 웹은 여성주의에 어떤 미래를 보여주는가
2. 웹 환경 개선 운동: 접속의 조건 만들기
3.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곳, 여성주의 웹진 2/2
4. 웹에서 이루어낸 여성주의 공동체: ‘언니네’를 중심으로
5. 웹에서의 여성주의 담론
6. 웹을 여성에게 향하게 하라, 그리고 여성주의적 소통으로 흐르게 하라

3) 여성적 글쓰기를 통한 담론의 형성


사이버 공간이 우리 삶의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여성의 수다는 글쓰기를 통해 담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사이버 공간의 대표적 특성 두 가지, 즉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과 쌍방향성으로 특정 작가군이 아닌 보통사람도 의견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담론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한 활발한 상호작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은 그 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수다를 글쓰기라는 실천행위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1)

웹진에서 담론 형성 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여성주의적 관점의 독립, 대안저널로서의 웹진은 여성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남성중심의 사고 속에서 이슈를 다루는 주류매체와 달리 ‘사소한 것’이라고 치부되는 여성의 경험과 일상이 여성주의 웹진에서는 개인적이라고 밀쳐지지 않는다. 일상에서 겪게 되는 여성의 경험은 아무리 작고 소박하더라도 이슈가 된다. 기사화된 이슈는 다른 여성과 게시판, 댓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통함으로써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되어지던 경험이 ‘소중한 것’으로 여겨지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담론을 형성한다.

1년에 85일 정도를 사용하는 생리대. 비싼 가격에 비해 실제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비슷비슷한 광고 속에서 제품의 차별점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언니네]에선 이번 월경 특집과 관련하여 시판 중인 생리대의 기능성과 각 제품의 차별점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우선 20명의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결과와 대형 슈퍼마켓의 고객 선호도를 바탕으로 5개 제품을 선정했다. 각기 다른 제품을 사용한 19명의 여성을 면접한 결과와 각각의 제조사가 내세우는 기능성을 참고로 하여, 5개 제품모두를 사용해본 1인의 주관적인 의견을 중심으로 각 제품의 장·단점을 정리했다.(많은 여성들이 생리기간 내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울트라슬림 날개형 모델로 선정했습니다)
―<언니네―채널넷> 20호 생리대 비교체험

<언니네―채널넷> 20호의 주제는 ‘월경’이다. 여성의 일상과 밀접한 경험인 월경이라는 이슈를 다룬 것에 대해 <언니네>는 “역사적인, 의학적인 터부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의 일상에서조차 월경은 금기시되었다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 감춰야 되는 것, 부끄러운 것. 드러내지 않음으로 인한 여러 가지 오해와 부정... 자연스럽게 내 몸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즐거워할 수 있는 계기로서의 월경..” 이라고 밝혔다. 여성주의 웹진에서 다루어지는 이슈는 이처럼 ‘사소한 것’,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되었던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생리대에 대한 여성의 경험을 다루며, 더 나아가 ‘생리대 비교체험’이라는 소재를 통해 여성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둘째, 여성에 관한 일상적인 소재가 이야기될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여성주의 웹진은 주류매체에서 왜곡, 변질된 여성에 관한 이슈를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한다. 남성의 관점이 아닌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사회, 문화, 정치 전반을 아우르는 이슈에 대한 재조명은 새로운 담론의 의제로서 여성들에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조선일보는 21일 <“황박사님 ‘난자’걱정 마세요” 각계 여성들이 팔 걷고 나섰다>는 제하의 난자기증모임의 창립총회를 보도하는 기사에서 “여성들은 이웃의 불행이나 인류전체 행복 증진을 위해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다”, “난자 기증도 여성들이 스스로 그 목적과 용도를 이해한다면 본인의 판단 아래 의지를 가지고 동참할 것”이라는 창립 취지문을 집중 인용했다. ‘희생정신’을 내세우며 노골적으로 난자 기증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 것이다.(중략)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여성 개인들이 많아지는 것으로 무슨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또한 언론은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그리고 난자채취가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노골적으로 여성의 몸을 실험도구로 희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 박희정 기자, “황우석 신화와 성역을 만든 언론 저널리즘 포기하나”,
여성주의 저널 <일다> 2005,11.29 기사체험

<일다의 기사 목록 중>

▶이런 기사가 성범죄 낳는다
▶성폭력, 여성들이 대처하라?
▶아메리칸 드림에 모성신화까지
▶황우석 신화와 성역을 만든 언론
▶동성애 편견 부추기는 사기사건 보도
▶‘불임시술신화’ 만드는 언론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컨텐츠 중 <매체비평>은 TV와 신문,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편견과 차별을 지적한다. 매체를 적극적으로 읽어내어 그 속에 담긴 어리석고 보수적인 시각을 꼬집고, 이들 매체가 담지 못한 공정한 시선과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만들어졌다.2)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주류언론의 여론 만들기에 반해 여성주의 웹진은 여성의 입장에서 시사문제를 다루며, 담론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왜곡된 주류매체의 여성 이슈에 대해 재조명하는 과정은 위에서 보이는 <일다>의 매체비평 기사목록을 살펴보면 잘 드러나 있다.

셋째, 여성주의 웹진에서는 여성주의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발굴한다. 이전에 나왔던 정보일지라도 묻히거나 잊혔던 정보를 제공하거나, 새롭게 나타난 여성주의 이슈 및 관련 의제들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운동에서도 다양한 층위를 구성하는 여성 이슈 및 관점을 소개하며 이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 새로운 담론 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달나라 딸세포>의 ‘번역글’ 코너를 살펴보면 사이버 페미니즘과 관련된 다양한 글들을 소개하는 기획의도를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한 가상공간이든 현실 사회 구조이든 여성과 성, 젠더에 관련한 모든 사안과 쟁점에 대해 열린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고 밝히고 있어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여성주의적 담론을 형성한다는 웹진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성주의 웹진을 구성하는 컨텐츠와 글들은 여성의 일상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역할과 함께,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슈를 재해석하며, 여성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질서를 변화시키려는 담론의 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

4) 나가며


여성주의 웹진은 웹에서 발행되는 일반 웹진과는 그 목적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여성주의 웹진은 여성적 글쓰기가 내포된 각 컨텐츠의 구성과 내용뿐만 아니라 여성주의 관점의 이슈 발굴, 주류매체에서 다루어지는 여성 이슈에 대한 재조명, 그리고 여성을 위한 정보―페미니즘, 여성운동, 건강, 여성의 몸, 여성의 성, 여성 노동 등―를 제공하여 담론의 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주류매체와는 다른 독립, 대안 저널인 것이다.

그러나 여성주의 웹진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여성적 글쓰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함축적 의미와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아직까지 유보된 상태이다.

여성의 언어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입니다(이 진부한 비유, 여성들은 스스로의 언어를 개발할 수 없는 것일까요?). 여성들이 스스로의 언어에 이름표를 붙일 때, 그녀들은 아들들의 언어에 대항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제를 얻게 되겠지만, 반대로 스스로 그어 놓은 선 속에서 아등바등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가부장적 질서 아래라 할지라도 여성들은 남성들과 함께 살아가야한다. 이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분야에서 남성들과 함께 토론하며 여성으로서의 권리와 존엄성을 획득해 나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언어와 글쓰기는 여성 이슈를 담론으로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속에서 여성의 언어로 그리고, 여성적 글쓰기로 남성들과 말한다는 것은 지난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또한, 여성 담론을 창출하는 역할을 가진 여성주의 웹진이 담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여성의 주체성 확립과 성찰을 이룰 수 있도록 기능하지만, 여성 담론이 단지 여성주의 웹진 안에서만 소통이 되고 공유되는 폐쇄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여성주의 웹진 및 여성운동 진영과의 연대를 통한 담론의 확산을 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독립, 대안 미디어는 주류미디어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이런 독립, 대안적인 성격은 자연스럽게 제작하는 주체, 컨텐츠, 생산방식에 있어서도 주류 미디어와는 다른 방식을 띠게 된다.3) 독립, 대안저널로서 여성주의 웹진은 주류매체와는 달리 주체들 사이의 관계 및 생산방식에 있어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운영진과 이용자들 사이의 관계 역시 이용자가 필진으로 참여, 혹은 이용자가 컨텐츠의 구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운영자가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등 서로가 웹진을 만드는 능동적인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 대안미디어는 주류 미디어가 자본의 집중적인 혜택을 받는 것과는 달리 안정적인 재정의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이로 인한 지속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여성주의 웹진으로 출발했던 <언니네>와 <일다>가 컨텐츠 및 회원의 유료화를 통해 재정상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여성주의 웹진으로서 성공적인 사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여성주의 컨텐츠의 개발과 운영방식에 있어서의 다각적인 변화를 모색해 나간다면 여성주의 웹진의 앞날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각주>

1) 송난희(2002)


2) 여성주의 저널 <일다> - <매체비평> 코너 소개 글


3) 미디액트(2005),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 새로운 공공 미디어 정책 마련을 위한 연구』,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출처: 웹진ActOn
덧붙이는 말

박명희 : 전 <미디액트> 활동가.

태그

여성주의 , 사이버페미니즘 ,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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