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사회, 그 이후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10월1호 후일담 ①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사회, 그 이후"

- 문화연대 10주년 기념 토론회 후기

 

 

김소이
(문화연대 자원활동가)

 

올해 9월, 10살을 맞이한 문화연대를 위해 안과 밖으로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기리려는 노력들이 있어왔다. 23일에 열린 토론회는 이러한 노력들 중 하나로서 문화연대라는 단체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한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자라온 궤적을 돌아보고 앞으로 자라면서 염두 해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했다.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이동연 공동소장이 앞서 말한 문화연대의 궤적에 대해서, 그리고 문화연대 강내희 공동대표가 문화운동의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사회는 문화연대 원용진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그 외에 토론자로는 Lab 39 큐레이터인 김강, 성공회대 교수 김창남,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명숙,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박원석, 연세대학교 교수 조한혜정이 참여해 주었다.

 

 

첫 번째 발제에서는 문화연대의 출범부터 함께 해온 이동연 소장이 문화연대가 ‘닺을 올’린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연대기를 세 시기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동연 소장은 문화정책 감시활동과 감성의 정치를 추구했던 초창기 1999년에서 2000년까지의 ‘제 1기’, 문화운동이 대중적인 소통을 위해 나아갔던 2001년에서 2004년까지의 ‘제 2기’, 비로소 문화연대가 시민운동과 사회운동의 적극적인 네트워크로서 그 위치를 강화시킬 수 있었던 2005년부터 현재까지의 ‘제 3기’로 나누었다. 그러면서 자라나는 무엇이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고민들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대부분 반성적으로 그 궤적을 바라보는 쪽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문화연대는 일관된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해왔는가,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해왔는가, 문화연대의 주장은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갔는가, 그리고 그동안 문화연대가 제안해 왔던 대안운동들이 제대로 된 실효성이 있었는가 등이 쟁점이 되는 고민들이었다. 요컨대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지만 동시에 주체적으로 대안적인 문화운동을 시도하려는 문화연대에게 그동안 불가피하게 ‘대중성’과 ‘독자성’의 문제가 있어왔고, 앞으로의 행보에서도 결코 피해가기는 힘들 것이다. 이렇게 이동연 소장은 자신이 몸담아온 단체를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도 셋방살이를 살면서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에피소드들을 곁들이며 화목한 분위기로 발제를 이어갔다.

 

이동연 소장의 발제가 문화연대‘를’ 바라보는 시각에 의한 것이었다면 강내희 대표가 진행한 두 번째 발제는 문화연대‘가’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것이었다. 강내희 대표의 발제는 근래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여러 나라들 중에서 한국이 어떠한 위치에 놓여있으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중요한 점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시사하는 바가 신자유주의 자체의 몰락이 아닌 신자유주의의 헤게모니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인데, 이명박 정권이 자행해온 용산 사태를 비롯한 사건들은 이렇게 붕괴되고 있는 헤게모니의 방식을 따르며 오히려 세계의 정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골적으로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는 이명박 정권이 87년부터 유지해온 한국의 민주화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자유민주주의의 정착이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점은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면 ‘자유’를 얻는 대상이 대다수의 국민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건재한데 반해 실질적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상황에서 문화운동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강내희 대표는 문화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문화정책 노선을 제시 하며 그 중에서 문화민주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에 높은 가치를 두며 뛰어난 소수의 작가로부터 다수의 대중에게 이러한 문화를 전하는 일방향적인 노선이 문화민주화가 추구하는 것이라면, 문화민주주의는 대중을 문화적 주체로 인정하며 대중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문화연대에서 추구했던 방향은 문화민주주의였다고 한다. 그러나 강내희 대표는 문화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는 문화민주주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는 문화민주주의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자유주의 하에서 행해지는 한에는 앞서 말한 대상의 편협성이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양상 하는 자유주의와 거리를 두는 꼬뮌주의적 대안문화의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문화사회 건설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원칙으로 소비문화의 포획에서 벗어나는 방법 찾기, 실험 정신을 갖는 대안문화, 그리고 “새로운 사람 되기” 인 새로운 문화적 주체 형성하기를 든다.

 

이번 토론회에서 빛을 발한 것은 앞의 두 명의 발제자만이 아니었다. 후에 토론자들과의 토론은 앞의 발제들이 풍부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언급하지 못한 점들에 대한 보충, 앞 발제자들의 의견에 대한 의문, 그리고 각 토론자들의 의견 개진으로 이루어졌다. 강내희 대표의 “새로운 사람 되기” 가 갖는 막연함과 ‘문화사회’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 등 이 지면으로는 모두 포괄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더불어 인권운동사랑방, Lab 39, 참여연대, 대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은 토론의 내용을 풍부하게 해주었다. 토론을 들으면서 문화연대가 10년 동안 한편으로는 단단해지고 체계적으로 구축되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초창기에 가지고 있었던 고민의 끈을 끝까지 끌고 가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한다 해도 일상까지 스며들어온 자본주의의 식민화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서 이야기된 고민이 더욱 확장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를 바라는 노력이 있는 한 새로운 문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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