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나는 순응주의자가 아닙니다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10월1호 후일담 ②

 

나는 순응주의자가 아닙니다
- 문화사회연구소 오픈세미나 담/론 후기

 

 

최미경

(문화사회연구소 간사)

 

9월 25일 문화사회연구소에서는 지행네크워크의 불량청년(?)중 한 명인 ‘오창은’, 문화연대 미디어 문화센터 운영위원 ‘이광석’, 연구공간 수유+너머 ‘정정훈’ 님을 초대하여 오픈세미나 담/론을 진행하였다. 오픈세미나는 책의 집필자를 초빙하여 진행하는 대중 토론회이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대안담론을 구성하고자 하는 세미나이다.

 

 

책 제목 『나는 순응주의자가 아닙니다』를 보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난 순응주의자인가’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에 떠오르는 질문은 ‘그럼 순응주의자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거지?’였다. 내가 ‘순응주의자’라면 어떤 처지와 관습에 순응하고 있는 것일까? 또는 ‘순응주의자’가 아니라면, 내가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바꾸어가려 하고 있는가 또 더 나아가 시장과 국가권력에서 벗어나려는 실천을 하고 있는가? 머리로는 ‘자본과 경쟁의 논리에 포섭당하지 말아야지’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소비와 권력을 욕망하고 있지는 않은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순응주의자는
-과잉 소비와 유력자(majority)의 권력을 욕망하는 사람
-말없이 순종하고 규칙에 복종하는 산업형 인간, 군대형 인간
-자본주의 국가체제에 기반을 두고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체제 순응적인 지식인 등이다.

 

이러한 순응주의적 삶을 벗어나 새로운 정치공동체를 모색하고자 불량청년(?)들이 모였다. 그들 모임 이름은 지행네트워크(오창은, 이명원, 하승우)이다. 말 그대로 앎과 삶이 일치되는 삶을 지향하고 연대를 실천하고자 하는, 행동하는 지식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시민사회단체들 간의 자율적인 연대의 장을 마련하고, 스스로 연구자이면서 활동가이기를 꿈꾸는 공간이 지행네트워크이다. 지금은 지행네트워크에서 지식협동조합으로 전환 중이다. 그들은 숭배하는 앎에서 행동하는 앎으로 향하기 위해, 앎이 삶과 더불어 가기 위해서 세상을 받아들이는 태도로서의 감수성을 바꾸고, 주류적 관점이나 문화, 이미 조직화된 체계를 거부하고 ‘이탈’을 감내하는 것이 순응주의자로 살지 않기 위한 선택이자 결단이라고 이 책을 통해 말한다. 


책 내용 이외에도 세미나에서는 학술진흥재단 체제와 지식인의 역할, ‘지행네크워크’, ‘수유+너머’와 같은 공동체의 위상, 체제 안과 밖의 운동, 저항운동으로써 반MB운동과 ‘아나키즘’이 갖는 의의, 그리고 지식협동조합을 제안하는 이유 등이 논의되었다. 결국 문제는, 우리 또는 지식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의 상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현실에서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가이다. 지행네크워크는 현실을 바꾸어내는 실천으로써 지식협동조합을 제안하고 있고, 수유+너머는 ‘연구자 꼬뮌’을 지향하며 세미나와 대중강좌, 사회적 실천을 결합하고 있다. 또 미디어문화센터는 민주적 소통로를 구성하기 위한 미디어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지금 당장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할 공동체는 이러한 모습이다’라고 뚜렷하게 선언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자본의 세계화와 경쟁의 담론이 아닌, 체제에 대한 대항담론을 구성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며, 그것은 협동조합, 세미나, 대중강좌, 직접행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되어 갈 것이다.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하면서 처음 내게 했던 질문, ‘난 순응주의자인가?’를 다시 바꾸어서 질문하려 한다. 난 순응주의적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장과 국가권력 밖으로 ‘이탈’을 감내할 용기가 있는가?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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