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모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라디오가 말해주었다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10월1호 후일담 ③

 

 모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라디오가 말해주었다

 

 

난다
(모난라디오 DJ) 

 

모난라디오를 처음 만난 건 청소년인권활동을 통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모난라디오는. 아니, 모난라디오 뿐만이 아니라 실은 지금 이러한 청소년인권활동을 통해 만난 건 수도 없이 많다. "활동"이라는 걸 처음 겪게 된 작년, 그러니까 2008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던 시간 중 하나일 것이다. 누구를 만나든, 어떤 활동을 만나든, 어떤 매체를 접하든, 모든 것이 다 새로운 것이었으므로 이리저리 휘둥그레. 모난라디오는 그런 새로운 것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도 할 수 있을 법한 때, 함께 활동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던 문화연대와 청소년활동가 친구들과 만들게 된 또 다른 활동이다. 그럼에도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아직도 실은 ‘휘둥그레’상태이기 때문에, 모난라디오는 활동에 있어서도, 내 일상에 있어서도,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 계속 물어온다.

 

 

모났다. 모난라디오는. 사실 다 ‘모난’ 성격이어서 ‘모난라디오’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모난라디오를 만나고서야, 내가 ‘모난’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모났다는 건, 주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뜻을 포함한다. 일명 비주류. 그런데다 우리는 그 ‘모남’에 ‘저항’을 곁들였다. 주류가 되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고, 만들어진 하나의 곧은 길로 걸어가야 함이 정답이었던 사회에서 샛길로 삐져나온 우리는 하나같이 저항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1년이 지나도록 내 마음 속을 떠나지 않던 고민 중 하나가 ‘길’, ‘방향’에 대한 것이었는데. 쭉쭉 뻗은 탄탄대로가 있었다. 나름. 그 길로 가는 게 맞는 걸까, 나에게. 만약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선택해서, 잘못 되면 어떡하지. 불안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왔다갔다 고민했던 것 같은데. 모난라디오는 어쩌면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조금 확실히 전해준 것 같다. 내가 ‘모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면서, 이런 ‘모남’이 꼭 필요하겠구나, 싶은 막연한 생각까지.. 이렇게 써놓고 보니 모난라디오 참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구나 싶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라디오라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 ‘모남’으로 일구어낸(?)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싶었으나 우리는 내공이 없었더랬다. 그래서 뒤죽박죽 횡설수설 대본을 쓰지만 마무리가 부족한 라디오를 진행하며 이것이 모난라디오의 매력이라 스스로 위안한다.

 

모나게 살기에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현실이 문제다. 다른 활동들 속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는데다가, 인력은 DJ들 뿐이라 대본작성, 녹음, 편집까지 하다보면 밤을 새기 일쑤다. 장비문제도 그렇다. 얼마 전 YTN FM 라디오녹음은 마이크 하나뿐인 우리의 장비에 대해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스튜디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너무 큰 소망일까?

 

 

넉넉치않은 재정,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모난라디오의 안테나는 여전히 삐쭉삐쭉 곳곳에서 솟아난다. 우리의 삐쭉삐쭉함이 누군가의 삶을 자극하는 한 시간이 되길 바라며 모난라디오 DJ들은 오늘도 마이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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