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민중의 집 첫 돌잔치를 함께하며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11월 1호 후일담

 

민중의 집 첫 돌잔치를 함께하며

 

오김현주
(민중의 집 회원)

 

민중의 집 1주년 행사를 마치고 누군가에게 오늘 행사가 어땠냐고 질문하자 잠시 숨을 고르시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가슴이 꽉찬 느낌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날 제가 느꼈던 즐거운 흥분들과 설렘이 한마디로 설명되더군요. 가슴이 꽉차는 느낌......

민중의 집에 늘 함께하는 사람들조차도 민중의 집이 한 살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에 놀랄만큼 그날의 돌잔치는 성장의 기쁨이 컸던 자리였습니다. 사실 제가 민중의 집을 알게 된 것은 올해 초였는데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지금까지 봐왔던 많은 시민단체들과 다른 아늑한 공간이라는데 놀랐고 예약을 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그곳을 채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1주년 토론회때 누군가 표현한 것처럼 주인이 없는 집이자 모두가 주인인 집이고 그곳에 문만 열 용기만 있다면 다시 오고 싶어지는 곳. 그곳을 함께 만들기로 하고 사람들의 의지를 모으고 지역의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그리고 회원들을 처음으로 만나갈 때 느꼈던 막막함마저 부러울만큼 1주년을 맞이한 지금 너무 늦게 민중의 집을 알아버린 것이 안타까워졌습니다.

 

사실 민중의 집 1주년 행사는 11월 1일 하루였지만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있었던 과정부터 먼저 소개해 드리고 싶군요. 멋진 리플렛을 제작해 그동안 민중의 집에 함께해온 수많은 단체와 회원들을 만나고 거의 일주일동안을 녹초가 될 때까지 2층 벽에 벽지를 뜯고 페인트칠을 함께하고, 10분의 노래공연을 위해 한 달 동안 바쁜 짬을 내어 연습하는 공연팀의 모습을 함께 지켜보면서 누가 보면 살짝 우둔하고 무식해 보이겠다 싶었습니다. ^^ 하지만 만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힘든 일은 놀이처럼, 정성은 무한대로 쏟는 모습 자체가 1주년 행사의 시작을 여는 과정이었습니다.

 


 

11월 1일에도 민중의 집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50여장이 넘는 전을 부치고 주변의 이웃들에게 돌떡을 돌렸습니다. 민중의 집이 망원동 주택가 골목 조용한 곳에 자리잡은 지 1년이지만 주변의 이웃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한 적이 없었는데 돌을 맞아 이웃집도 방문해보고 상가의 상인들에게 인사도 드렸습니다. 늘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라 약간은 소란스러웠을텐데 대부분의 주민들의 반응은 활기 없던 골목에 생기가 돈다며 긍정적인 눈길을 보내십니다. 1주년을 맞아 민중의 집이 더 나아가야 할 바가 있다면 지역의 주민들이 밖에서 뭐 하는 곳인가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집 문턱을 넘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시 행사가 시작될 즈음부터 우르르 손님들이 도착하셨습니다. 시작은 아침부터 열심히 구워댔던 전을 비롯해 음식을 함께 먹는 시간이었는데 역시 음식을 나누는 것만큼 서로의 벽을 허무는 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조그만 찻집도 차려지고 모두가 어우러져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덧 민중의 집 마당에서 작은 음악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쌀쌀한 날씨, 지역주민의 신고가 있었다며 등장한 경찰과의 헤프닝에 약간은 움츠러들었지만 추위와 어지러운 마음도 날려버리는 소리의 힘이 위안이 되었습니다.

 


본행사는 민중의 집 2층에서 시작되었는데 2층 강당이 꽉 차고 넘칠 만큼 많은 분들이 왔습니다. 흔히들 단체의 공식행사라면 지위가 높은 순서대로 내빈을 몇 명을 소개하는 식인데 민중의 집 행사 첫 내빈은 바로 민중의 집을 매일 웃음과 시끌벅적함으로 채우는 토끼똥 공부방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여느 행사처럼 긴장하지 않고 마음을 확 풀어헤치지 않았나 싶은데요, 연이어 많은 사람들을 소개했는데 다들 처음 만난 사이도 많은데 ‘여기 너무 잘 오셨습니다. 정말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표정이 가득한 시선들을 나누는데 ‘훈훈’이 바로 이런곳에 쓰는 말이구나 싶더군요. 민중의 집 공동대표인 홍세화 선생님은 수줍은 모습으로 정경섭 대표님은 유쾌한 모습으로 인사를 했고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서부지회장 구옥회 지부장님은 민중의 집 사람들 분위기가 어쩜 이렇게 좋냐며 찬사를 보내주셨습니다.

 


1주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토끼똥 선생님들과 회원으로 꾸려진 공연팀이었는데요, 이른바 ‘둠바둠바’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킨 성과를 낳았습니다. 한명은 성가대 풍으로 한명은 판소리 풍으로 한명은 오페라 풍으로 노래를 하는 팀이라 과연 저 팀이 공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 회의적인 반응들이 많았는데 주위의 편견과 시련을 딛고 성공리에 아카펠라 ‘얼굴찌푸리지 말아요’를 비롯해 ‘노래여 날아가라’ 심지어는 앵콜송까지 떠나갈듯한 박수와 폭소와 감동을 준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1주년 행사돌떡을 자르고 공식적인 행사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모두들 삼삼오오 수다를 떨며 저녁밤을 밝혔는데요, 가슴이 뻥 비거나 우울해진다면 한 가지 권고드리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민중의 집 방향으로 베게를 놓고 자거나 절을 하거나 가장 좋은 것은 민중의 집에 문을 두드려 주세요. 이제 곧 추워질텐데 보일러 뜨끈하게 올려 놓고 많은 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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