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까만색끈]시장에서 물건만 사고 팔아요?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11월 2호 기획기사

 

[까만색끈] 시장에서 물건만 사고 팔아요?

- 민중의 집 ‘다정한 시장’


최준영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민중의 집> 운영위원)


벼룩시장이 아닙니다

 

겉보기엔 여느 벼룩시장과 다르지 않다. 차이라면 다만 공간이 협소하다는 정도? 보자기 하나 펼칠 수 있는 자리에 중고 생활용품, 옷, 장난감, 직접 만든 소품 등을 늘어놓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흥정하는 모습은 정말 일반적인 벼룩시장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다정한 시장’은 벼룩시장이 아니다. ‘다정한 시장’에서 흥정되는 품목은 물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많지는 않지만 물물교환 가게가 열리기도 하고, ‘놀아주기’와 같은 형식의 가게나 직접 노래를 불러주는 ‘주크박스’ 가게가 열리기도 한다. 또한 재활용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생활창작 워크샵도 함께 열린다. ‘다정한 시장’은 벼룩시장이 아닌 무언가를 지향하고 있다.

 

 

사실 ‘다정한 시장’은 상호부조와 호혜, 나눔의 정신을 회원들과 공유하겠다는 다소 거창한(?) 기획의도를 갖고 출발하였다. 상호부조, 호혜, 나눔은 <민중의 집> 운동의 지향점이기도 한데, 10대 90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90의 네트워크’를 꿈꾸는 <민중의 집> 운동이 서로가 서로를 돕는 정신을 중요한 운동의 원리로 삼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모든 것이 돈으로만 거래되는 세상에서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방식의 교환과 나눔이 확산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치 ‘나비효과’처럼 일파만파 영향력이 커진다면, 1차적으로 가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무분별한 소비문화를 잠재우고, 나아가 나눔과 연대의 기쁨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꿈같은 얘기긴 하지만.

 

다정하고 소박한 시장

 

‘다정한 시장’은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매월 첫 번째 일요일 오후2시부터 6시까지 망원동에 소재한 <민중의 집> 공간을 활용하여 진행되는데, 사전 참가신청만 한다면 개인들의 참가(가게 열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매회 대략 5~10개 정도의 개인 참가자 가게가 열리는데, 아이들이 직접 여는 장난감, 학용품 가게부터 옷 가게, 생활소품 가게, 책과 CD판매 가게, 커피 가게, 점보기 각게 등 열리는 가게의 종류는 다양하다.

 

 

‘다정한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소박함이다. 우선 물품 가격이 소박하다. 처음 시장을 기획할 때 여러 가지(?) 우려를 하면서 물품 개당 판매액을 2만원 이하로 하는 규칙을 정하였으나, 5회 정도 지나면서보니 그런 규칙이 무색할 정도로 가격이 소박하다. 100원, 200원, 500원 등 천원 이하의 물품이 대부분이고, 나름 꽤 괜찮은 물품들도 오천원을 넘는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둘째, 분위기가 소박하다(=다정하다). 워낙에 동네장사(!)이다 보니 낯익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러다보니 가게를 비우고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별 일 없어도 시장에 참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남의 가게 대신 봐주기, 먹거리 가게 일손 돕기, 아는 사람 만나서 수다 떨기 등 ‘다정한 시장’에서 소박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니까.

 

‘다정한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생활창작 워크샵 형태의 ‘할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퍼블릭아트 고물상>과 <문화로 놀이짱>과 같은 네트워크 단체들이 ‘다정한 시장’에서 다양한 워크샵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다정한 시장’에서는 도장 만들기, 칠판 만들기, 버튼 만들기, 의자 리폼, 주사위 만들기 등 천원 정도의 재료비만 부담하면 참가자들이 직접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 수 있는 재활용 워크샵이 항상 열리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밖으로 밖으로

 

‘다정한 시장’은 지금 변화를 꿈꾸고 있다. <민중의 집> 공간을 떠나 동네 놀이터에서 시장을 여는 계획이 그것이다. 물론 12월~2월까지는 <민중의 집> 실내 공간을 계속 이용해야겠지만, 3월부터는 근처 놀이터 공간을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 주민자치위원회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래도 회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장에 주민들이 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상호부조, 호혜, 나눔이라는 <민중의 집>의 날갯짓에 동참하는 주민들이 더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

 

물론 <민중의 집>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겨우 10여 개의 가게가 열리는 ‘다정한 시장’을 두고 나비효과니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90의 연대” 운운하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해 오바스럽다. 하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다정한 시장’의 경험이 켜켜이 쌓이면서 생긴 단골 회원들과 ‘다정한 시장’을 겪은 아이들이, 돈과 시장에 대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될지. 두고 볼 일인 동시에 ‘다정한 시장’을 만드는 주체들이 끊임없이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12월에는 ‘다정한 시장’을 한 번 방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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