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은행에서 은행으로 : 요코하마 뱅크아트1929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7호 특집기사 ①

은행에서 은행으로 : 요코하마 뱅크아트1929

 

김강

(project space LAB39)


도쿄에서 서남쪽으로 약 1시간 거리의 해안도시인 요코하마시는 2002년부터 ‘창조도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 관광을 중심으로 한 창조도시 논의는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요코하마시가 개항(150년 전)을 전후로 지어진 근대 건축물과 산업시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코하마시는 도시발전의 원동력으로 문화와 예술을 도입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을 위하여 ‘문화예술과 관광 진흥에 따른 도심부 활성화 검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를 통해 유럽 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하는 ‘창조적 도시(Creative City)’를 바탕으로 하여, 2004년 1월에 ‘문화예술도시-Creative City 형성을 향한 제언’을 내놓는 것으로 나아갔다. 이 제언에서는 ①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살고 싶어 하는 창조적 환경(creative milieu)의 실현, ②창조적 산업 클러스터의 형성에 따른 경제 활성화, ③매력 있는 지역 자원의 활용, ④시민이 주도하는 문화예술 창조도시 만들기라는 네 가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요코하마시는 항만 주변에 6개의 ‘창조도시 거점지구’를 만드는 등 예술가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예술작품 생산과 유통, 관광 등 경제 파급 효과가 연간 1,0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요코하마시의 ‘창조도시’정책 추진의 대표적인 사례지 중 하나가 뱅크아트1929(BankArt1929)이다. 뱅크아트는 1929년 설립된 다이이치 은행 건물을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한 곳으로써, 동시대의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고안된 요코하마시의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국제레지던시공간, 전시장, 카페, 레스토랑, 서점 등으로 공간이 구획된 뱅크아트는 요코하마시의 입장에서 보자면, 예술을 위한 투자라기보다 ‘도시 건설을 위한 문화예술’로서의 투자, 즉 도시건설을 위해 문화예술을 도구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뱅크아트는 문화예술이 단순히 도시개발의 도구로만 기능하게 하기 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의 발신지로 기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의 파트너십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구축으로 나아갔다.

 

 

뱅크아트는 공간 운영 공모를 통해 NPO가 그 운영을 맡고 있으며, 공간운영을 위한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두 축으로 이룬다. 요코하마시가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년간 6.000만엔(약8억2천만원) 을 운영비로 제공한다.[이 중 절반이 관리비와 청소비로 지출되고, 나머지 절반이 인건비(상근 직원 4명)와 사업비(1,000만 엔)로 쓰인다.] 이에 더해 매년 뱅크아트는 8,000만엔(약11억원) 가량을 자체적으로 수익구조를 창출하고 있는데, 2009년 CREAM Festival을 위한 전시장 임대도 그러한 수익사업 중 하나이다. 뱅크아트의 디렉터 오사무 이께다(Osamu Ikeda)의 말을 빌자면, 뱅크아트의 운영은 NPO의 자율적 운영으로 진행된다. 일종의 거번너스로 형성된 운영위원회의는 NPO간의 상의와 조정의 역할을 하는데, 이는 도시건설의 도구로서의 뱅크아트의 소임을 잊지 않으면서도 지역 예술 활동의 활성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기 위한 소통기구이다. 물론 요코하마시의 ‘창조도시정책’의 틀 안에 갇혀있기 때문에, 정책을 넘어서는 혹은 시에 비판적인 예술 활동을 벌이기에는 어려운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뱅크아트의 탄생으로부터 비롯한 한계라 할 수 있다. 즉 정부정책에 의해 추진된 문화예술공간은 그 운영에 대해서 직할을 하거나 위탁운영을 한다손 치더라도 정부정책의 큰 틀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예술이 가진 사회적 기능 중 ‘사회비판’의 기능은 소홀해 지거나 축소될 수 밖에 없지만 이는 공간운영기구나 참여 예술가들의 유연한 태도와 작품 활동을 통해 일정정도는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이케다 상은 세제와 음식물의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세제는 음식물과 자신이 같은 성분인 것처럼 위장할 때 접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접시에 접근한 그 순간 바로 자신의 본성인 세제로 돌아와 접시와 음식물을 분리시킨다. 그래야 접시가 깨끗해 진다.” 이께다 상의 비유는 제도공간에 접근하는 비제도권 사람들이 취해야 하는 유연한 태도에 시사점을 준다. 

 

 

도시정책이 예술을 도구로 삼고자 한다면, 그 도구를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만약 예술에 종사하는 예술가/매개자들이 도구가 되기를 포기했을 때 ‘창조도시’정책은 성립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양자의 중간에서 균형추를 잡으며 취할 것과 버릴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활용하고 활용되는 관계성을 통해 결국엔 문화예술이 사회에 기여/발언 할 수 있는 기능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 21세기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정책에 개입하는 ‘개입자’들의 역할일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뱅크아트1929의 명칭에서 1929는 다이이치 은행의 설립연도이자, 주식시장이 무너진 후 세계가 공황상태에 빠진 잔인한 경제상황에서 ‘예술이 비판적 역할’을 수행하던 상징적인 해를 가리킨다. 공간의 역사성을 설명하면서도 예술의 비판적 역할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공간명칭에서도 드러나는데, 이는 우리가 뱅크아트1929의 실험에 주목하고 싶은 여러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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