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까만색끈] ‘경제의 개념’을 바꾼다 : 대안화폐 ‘두루’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7호 기획기사

[까만색끈] ‘경제의 개념’을 바꾼다 : 대안화폐 ‘두루’

 

최준영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활동가)

 

* 이 글은 ‘두루를 물 쓰듯 쓰고 싶은 행복한 백수’ 김우 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 * 인터뷰어 : 정소연, 최준영(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두루’를 아시나요?

 

빚이 쌓여도 별 걱정 없는 경제, ‘경쟁과 효율’이라는 말이 사라진 경제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가능성에 도전하는 운동, 바로 대안화폐 운동이다. 마포 성미산 일대에서는 2년 전부터 ‘두루’라는 이름의 대안화폐가 유통되고 있다. 아직 많은 가게가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재활용 가게 <되살림가게>와 성미한 학교의 <미니샵> 등에서 ‘두루’를 내고 물건을 살 수 있다. 또한 마포두레생협 조합원들은 ‘두루’를 매개로 물건뿐 아니라 품앗이도 교환하고 있다.

 

‘두루’ 시범 1호점인 재활용 가게 <되살림가게>의 경우, 물건을 내 놓을 때 판매가격의 절반은 가게에 후원하고 나머지 절반을 ‘두루’로 받는다고 한다. 또한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는 절반을 ‘두루’로 낼 수 있다. ‘1,000원=1,000두루’다. 이렇게 <되살림가게>를 통해 생긴 ‘두루’는 다른 방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웃에게 잠시 아이를 맡길 때, 동네 아마추어 예술가의 공연을 보러갈 때(음악상품권 구입) 등 물건에 한정되지 않는, 기술과 서비스를 품앗이 할 때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런 품앗이는 그냥 해야 하지 않냐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두루’를 활용하면 이런 자연스런 품앗이와 주민들 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진다. 부탁하기에 조금은 미안한 일, ‘내가 OOO를 할 수 있다’며 정작 나서기 민망했던 일도 ‘두루’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한 두차례 쌓이다보면 주민들 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


신뢰에 바탕을 둔 대안적 생활체계

 

이윤축적이 지상과제인 자본주의 경제체계에서는, 상품의 빠른 유통과 매장의 대형화 등을 통한 경쟁과 효율의 극대화가 경제생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된다. 여기에 사람들 간의 관계가 들어설 여유는 없다(대형마트를 상상해 보라!). 하지만 대안화폐, 지역통화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두루’와 같은 대안화폐, 지역통화는 기본적으로 호혜와 상호부조, 신뢰에 바탕을 둔 대안적 생활체계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실제로 약속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나의 품과 기술, 물건 등에 스스로 가치를 매기고(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신뢰가 바탕일 수밖에 없다.

 

또한 신뢰가 바탕이기 때문에 대안화폐 시스템에서의 빚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아무런 거래가 없는 사람보다는 (-)가 많은 사람이 많은 것이 더 낫다는 게 김우 씨의 판단이다. 빚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주위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 빚이 쌓이게 되면 ‘나는 어떤 품으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할까’라고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므로, 오히려 사람들 간의 관계를 더욱 활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화페, 지역통화의 성패는 많은 가맹점과 체계적인 시스템 등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물론 이러한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알려진 대전 <한밭레츠>의 경우에도, 자주 만나게 해서 서로 잘 알게 하는 것을 통해 거래량을 늘려 나갔다고 한다. <민중의 집>의 화요밥상과 같은 형태의 ‘품앗이 만찬’에서 출발하여 여행모임, 찜질방 모임 등이 구성되었고, 결국 현재에는 회원 400여명에 1년에 1만 건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그 거래액은 약 3억 원(60%는 두루) 규모로까지 성장하였다.

 

대전 <한밭레츠>의 품앗이 만찬


① 음식을 자기 가족이 먹을 양에서 2․3인분 정도 더 준비하여 서로 나눠먹는다.
② 서로 별명지어 부르기. 존칭×, 새롭고 평등한 관계를 형성한다.
③ 자기소개 및 거래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
④ 이웃과 나누고 싶은 물건을 준비, 그 물건을 서로 나눔에 ‘두루’를 활용한다.


결국 사람이 바뀌더라

 

대안화폐 사용의 장점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김우 씨가 강조한 것은 바로 상호부조, 호혜, 나눔, 신뢰 등에 바탕을 둔 문화가 생성되고,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문제였다. 지난 2년 동안 ‘두루’는, 사람이 바뀌고 사람들 간의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공동체도 강화되는 과정을 만들어 왔다. 뿐만 아니라 ‘두루’와 같은 대안화폐에는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의 접근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자신의 품을 기꺼이 이웃과 나눌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안화폐 운동에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루’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바로 참여의 폭을 넓히는 문제이다. 하지만 현재 계획대로 마포두레생협 조합원 게시판을 통해 이루어지는 품앗이를 지역주민으로까지 확장하고, 여기에 ‘두루’의 취지에 동의하는 가게를 늘려나간다면 상호부조, 호혜, 나눔, 신뢰의 문화는 지역으로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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