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내일의 희망을 기대한다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7호 후일담 ①

내일의 희망을 기대한다

: "언론자유 민주주의 수호,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위해 달려 온 2009년 100일행동을 돌아보며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

 

“언론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첫 행동으로 포문을 연 여의도 벚꽃축제가 폭발적인 반응으로 마무리됐다. 4월 10일부터 3일간 열린 집중 선전전에 3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의 뜻을 함께 했다.”지난 4월 여의도 선전전 이후의 쓴 글이었다. 여의도 벚꽃축제 기간에 우리는 꽃씨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언론자유의 꽃을 피워 달라’며 100일행동 첫 선전에 나섰다.

 

100일행동 시즌 1은 국회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라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100일간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기간 동안 우리는 국민들과 신선하고 발랄하게 만나기 위해 만들어낸 선전홍보를 위한 팀이었다.

 

2008년 12월 한나라당은 언론악법을 12월 6일 발의한 뒤 연내처리를 못 박았고, 언론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서 싸우면서 MB 악법중 대표악법인 언론악법을 저지시킨 바 있었다. 그리고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또 강행처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에 맞서 언론노조와 시민사회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야는 국민여론 수렴을 위해 미디어발전국민위를 만들어 100일간 운영하기로 것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100일간의 시간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미디어발전법의 속내가 무엇인지, 왜 이를 저지해야 하는지 알려야할 소중한 시간이었다. 재벌과 조중동에게 방송채널을 주고자하는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알려내기 위해서는 집회나 투쟁보다는 선전과 홍보, 시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개미들의 조직된 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언론노조와 문화연대, 언론연대 등의 미디어행동 참여 단체와 네티즌 커뮤니티, 팬클럽 동호회, 야4당 실무자 등이 100일행동 기획팀에 함께했다. 지난해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조중동의 폐해와 문제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네티즌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 여의도 벚꽃축제부터 꽃씨와 풍선을 들고 다니면서 봄과 여름의 초입까지 전국 곳곳에 사람들이 모일만한 곳이면 동서남북 산행 선전전과 마라톤대회, 해수욕장까지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움직였다. 결의대회보다는 네티즌 커뮤니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시기에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직접 행동할 네티즌들의 의견으로 기획들은 만들어졌다. 

 

국민들과 함께하려는 우리의 노력과는 정반대로 한나라당은 국민여론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도 하지 않은 채 미디어발전국민위는 100일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7월 29일 한나라당은 70%의 국민이 반대하는 언론악법을 날치기, 대리투표,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 등 불법적인 의회 폭력으로 강행처리에 나섰다.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인 절차적 민주성마저 내 팽겨친  한나라당의 폭거는 60년만에 해를 가린 일식 만큼이나 의회민주주의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언론악법은 다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 되면서 판결이 나오기까지 다시 우리에게 100일간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나라당의 폭거를 알리면서 왜 이들이 이토록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는지, 의회 정치를 깽판 정치로까지 만들면서 무리수를 두는지 분노한 국민들과 함께 이제는 움직여야 했다. 언론악법 원천무효 언론장악저지 100일행동 시즌2는 이렇게 탄생했다.

 

명동에서, 거리에서, 전국 각지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운동이 전개됐다. 대부분의 서명이 5만명을 넘기기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에는 국민 2백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한나라당에서 제 아무리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디어산업발전이라 우겨도 국민의 65%이상은 재벌방송과 조중동을 위한 특혜방송이 본질임을 간파하고 있고 1년 이상 변함없이 언론악법을 반대하는 여론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100일행동은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의 분노를 어떤 식으로든 모아낼 필요가 있었다. 고민중에 언론노조 파업 프로그램으로 기획했으나 성사돼지 못했던 경매 프로그램과 바자회를 연결해 추진키로 했다. 또 정부의 미디어법 홍보 광고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악법 TV 맞불광고가 필요했으나 예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어서 바자회로 수익을 낼 수있다면 해볼만 한 재미있는 기획이었다.

 

언론악법 맞불 TV광고 모금을 위한 바자회로 ‘언론자유를 탐하는 탐스런 사람들과 탐나는 물건과 재미가 가득한 바자회’(줄임 ‘탐탐한 바자회’)로, 가장 먼저 공동주최를 타진한 곳은 여성삼국(쌍코, 쏘울드레서, 화장발)이었다. 바자회 명칭도 여성삼국 회원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개념찬 언니들이 결합하자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시들해진 촛불 커뮤니티들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언소주와 진알시, 82쿡, 다인아빠, 민전시, 우리하나되어 등에 이어 정치인 팬클럽도 대거 가세했다. 신문사와 인터넷 언론사들은 십시일반 후원으로 바자회 홍보 광고를 무료로 게재해 주었다. 언론노조 등 단체와 카페가 바자회 물품 모집에 직접 나섰고, 바자회 날 단체별로 부스를 자율적으로 맡아 판매하기로 했다. 당일 자원봉사자 규모는 200여명, 바자회 4일 전부터 물품 분류를 위한 자원봉사는 하루에 30여명. 모든 일정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숫자는 항상 예상 인원보다 많았다.

 

바자회 경매 프로그램으로는 문화 예술인들과 언론인, 정치인, 진보진영 원로 등 많은 분들의 기증으로 바자회 전부터 경매물품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또 바자회의 가장 큰 힘은 많은 직접 참여하는 시민들이었다. 한달간 공지한 물품 기증에는 5백여명 이상이 참여했고, 구매하러 온 시민은 3만여명 이상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의류를 파는 상인이 보내준 옷들과 가방공장을 하는 분이 보내주신 가방, 속옷, 작아진 옷과 책들, DVD, 직접 천을 떠서 만든 가방, 쇼핑몰을 하는 분이 보내주신 OUT 이니셜의 악세사리 천여점, 코트, 신발.. 5만점 이상의 물품과 현장에서 단체마다 준비한 부스에서는 막걸리와 파전, 떡볶이와 오뎅, 음료수, 페이스페인팅, 가훈써주기, 컵 만들기, 타로점, 즉석 생과자 등. 만화작가들의 전시회와  가수, 문화예술인들의 공연까지 가미돼 바자회는 그야말로 축제의 마당이 될 수 있었다.

 

최문순 의원이 기증한 다기셋트는 낙찰가 최고가인 600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경매 분위기는 고무됐고 바자회와 먹거리 판매 등 최종 수익은 7천 1백여만원이었다.  방송3사 TV광고 1회와 신문사 광고를 두 차례 이상 할 수 있는 큰 금액이었다.

 

바자회에는 여성들의 참여가 단연 돋보였다. 준비과정에서부터 바자회 당일 행사진행까지, 기증자와 구매자들도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특히 20대에서 30대의 개념찬 여성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언론악법 원천무효 싸움에서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조직된 여성들의 힘을 확인한 것과 투쟁의 주역인 언론노동자들의 자신감 회복이었다. 이 바자회를 통해 힘을 얻은 언론노조와 지역단체들은 이후 2차 지역 바자회를 광주와 춘천에서 열기도 했다.

 

100일행동은 이후로도 대규모의 시민이 참여한 추석 귀향 선전전과 페이스페인팅 동시다발 1인 시위, 명동 기차놀이 등으로 언론악법 원천무효 싸움의 심심치 않은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며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초 100행동 시즌2는 10월 29일 헌재 판결일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운동에 함께해주신 명동 시민들과의 상인들에게 감사의 떡을 돌리며 활동을 종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언론법 표결처리 과정은 위법, 결과는 다시 국회에서 재논의라는 희대의 판결로 그간 누적된 피로감으로 지친 전열을 재점검하고 가다듬을 수밖에 없게 됐다.   

 

헌재판결 이후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언론악법 완전 폐기를 위해서는 국회 재논의가 해법이라며 단식에 돌입했다. 소설가 현기영 선생님께서는 언론악법 만민공동회 토론회에서 “질수밖에 없는 상황일지라도 반드시 싸워서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반민주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없다는 절망이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민들이 역사의 주역이자 희망이라고 말했다.

 

여럿이 함께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다양하게 알리려고 시도했던 봄부터 겨울. 100일행동과 함께 언론악법 저지 싸움에 함께한 수많은 시민들에게서 내일의 희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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