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2010년 문화정책, 자화자찬조차도 거짓일뿐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0호 특집기사 3

 

2010년 문화정책, 자화자찬조차도 거짓일뿐

- 2010년 예산으로 본 문화정책전망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작년 12월 31일 한나라당은 2010년도 정부 예산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그때 통과된 2010년도 문화부 예산안에는 새로운 사업이 하나 추가됐다. 사업명은 대한민국예술인센터 건립지원 사업, 배정된 예산은 100억 원이었다.


사업의 추가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국회 심사 보고서는 문화부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에 지원한 예술인센터 건립 보조금(166억 원)에 대한 반납조치를 철회하고, 예산 100억 원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예술인센터 건립사업의 역사는 김영삼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총 165억 원을 지원했지만, 특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예총은 자체재원조달계획을 지키지 못했다. 그때부터 예술인센터건립사업은 파행을 거듭해 왔다. 예총의 사업추진능력과 의지가 도마 위에 올랐고, 지속적인 건설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감사원은 예술인센터 건립 지원 및 관리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문화부는 국고보조금 지원 결정을 취소하고 지원금을 반납하라고 명령했다. 물론 예총은 지원금을 반납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마침내 이명박 정부가 등장했다. 때를 기다리던 예총은 온통 4대강 예산에 관심이 쏠려 있던 순간을 적절한 로비 시점으로 삼았다. 정부의 반납조치도 철회시킨 것은 물론 추가 지원금까지 확보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이로써 예술인센터사업을 보수문화단체의 부동산 사업이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 사업으로 바꾸려던 문화계와 시민사회의 끈질긴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현 정부가 물거품으로 만든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문화시민권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들을 좌절시켰다.

 

첫째, 국립예술기관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있다. 국립극단(50억)을 법인화하고, 전속단원제가 없는 국립현대무용단을 창단하는(18억) 등 국·공립예술기관 운영에 시장 원리를 적용하여 예술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기관 운영에 수익성 우선 원칙을 강요하고 있다. 공공예술기관의 존립근거인 문화시민권 신장 목표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국·공립예술기관의 예술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문화부는 애국주의 가치가 담긴 소위 ‘국가브랜드’ 작품을 개발할 것(19억)을 하달하여 예술기관이 자율적으로 작품 주제와 형식을 결정한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셋째, 저작권 정책의 보수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최첨단 수사기법(9억 9,200만)을 도입하는 등 저작권 보호 예산은 늘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저작물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 관련 예산(13억 7,500만)은 축소되었다.

 

넷째, 언론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사업비가 전년 대비 38억 2,300만 원(약 26.4%)이나 감소하여 지역 내 여론 다양성이 위축될 위험이 높아졌다. 반면, 언론진흥기금의 운용·관리주체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80억 원 예산이 국회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국회 감시망에서 벗어난 재단 측의 편파·특혜 지원 정책으로 보수 매체의 독점을 강화시킬 위험이 커진 것이다.

 

다섯째, 영화 다양성을 파괴하고, 영화시민권을 후퇴시키고 있다. 중·소규모 영화에 대한 제작·유통지원 예산이 28억 9,600만 원이나 삭감되었고, 영화 향유권 강화 예산은 2009년 대비 24억 9,000만원(61.4%)이나 격감했고, 영화단체 지원 예산도 1억 5천 만 원이 삭감되었다. 특히 장애인을 포함한 문화소외계층의 영화향수권을 신장시키고, 독립영화 감독 및 일반시민에게 영상미디어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전수해온 영상미디어센터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였다.

 

반면, 현 정부는 대규모 상징물·이벤트·개발 예산은 급증시켰다.

 

첫째, ‘뉴라이트 박물관’ 사업에 거액을 배정했다. 2008년 ‘건국 60주년 기념’이라는 목적 아래 수립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사업은 현재까지 제시된 예산만 673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문화부는 484억으로 축소 발표하여 500억 원 기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회피하고 있다.

또한, 보수적 가치를 전파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도 60주년을 맞는 한국 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6.25 기념 영화제작 지원(4억), 9.28 서울 수복 기념 ‘평화대축제’ 개최(8억)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 시대 관제 주민동원캠페인이었던 새마을운동을 놀이동산의 주제로 삼는다는 발상으로 새마을운동테마파크조성연구사업(10억)에도 예산이 배정되었다.

 

둘째, ‘문화개발주의’ 사업에 천문학적 예산을 책정했다.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사업에 정부는 앞으로 총 7,182억 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2010년도 예산에 반영된 것은 총 94억 원이다. 대표 사업은 자전거 유스호스텔 조성사업(24억 1,200만원)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에 ‘시급성이 낮은 사업’으로 분류했다.

 

셋째,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막대한 예산을 투여할 계획이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 하계 U 대회 등의 대규모 국제스포츠 대회에 총 1,063억 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2년 월드컵 축구 대회 등을 유치하는 활동에도 82억 원을 투여할 계획이다. 총 1,145억 원이 책정되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국제 대회 개최와 유치 활동에 쏟아 붓고 있지만, 대규모 스포츠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스포츠시민권을 보장할 대책은 제시한 적도 없다. 게다가 국제 대회 유치 활동에는 일정한 기준도 없이 지속적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시민 접근성이 월등히 높은 생활체육시설예산은 오히려 141억 원이나 삭감되었다.

 

현 정부의 문화 분야 일자리 창출 정책의 문제도 심각하다.

 

문화부는 2010년 문화 분야 고용 관련 예산을 930억 원으로 책정해 총 9,4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한국의 사회서비스 고용비중은 OECD 평균 보다 7.5%포인트 낮고, 스웨덴에 비해선 무려 18.7% 포인트나 낮다. 게다가 문화, 복지 등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선진국에서도 실업 극복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만,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망 아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고용 창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부가 창출하겠다는 일자리의 질은 형편없이 낮은 게 현실이다. 1년 계약기준으로 월 평균 소득이 약 82만원 수준으로 2009년도 최저임금(주 40시간 기준, 83만 6천 원)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초단기 일자리들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문화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고용 파괴 및 실업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문화시민권 신장 및 양질의 문화일자리 창출 전략을 제시하여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규모 이벤트와 개발사업, 상징물 건립사업으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자 한다.

 

문화부는 이런 예산안을 제출해놓고서도 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예산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총 3조 423억 원으로, 처음으로 3조원 대를 돌파하고, 정부 재정 대비 점유율도 1.04%로 최고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정홍보예산을 감산한 ‘순문화부 예산’으로 과거와 공정하게 비교하면 708억 원이 줄어든 2조 9,715 억 원, 국가총재정의 1.01%에 불과하다. 정부의 자화자찬조차도 거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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