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프랑스의 '과거를 묻지 마세요'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0호 특집기사 1

 

외규장각 도서 반환 소송 : 프랑스의 '과거를 묻지 마세요'

 

김중호 변호사

 

2006년 한국의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을 원고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중이며 1866년 병인양요때 프랑스로 유출된 외규장각 도서 및 관련 문화 유산(이하 ‘외규장각 문화유산’)에 대해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반환의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 일지는 다음과 같다.

 

              날짜  

               

보낸이      

              받는이

                                     

 내용

2006.10.31 문화연대

(프)

문화부장관

외규장각 문화유산에 대한 프랑스 국유재산지정 취소 및 문화연대로 소유권 반환 요청 서신 전달
2006.12월 대한민국국회 만장일치로 프랑스에 외규장각 반환 촉구 결의안 채택
2007.1.2

(프)

문화부장관

문화연대 문화부장관반환거부서신접수
2007.2.9 문화연대 파리행정법원 파리행정법원에 외규장각 문화유산 반환의 소 제기
2008.3.25 파리행정법원 문화연대 프랑스 문화부의 답변 서면 법원 접수
2008.8.27 문화연대 파리행정법원 문화연대 추가 답변서 법원 접수
2008.9.10 문화연대 주한프랑스대사관 외규장각도서 및 기타 문화재 반환 요청 서신 전달 및 기자회견
2008.10.27

(프)

문화부장관

파리행정법원 답변서면
2009.7.8 문화연대 행정법원 추가서면제출
2009.12.4 행정법원 소송 당사자 최종심리일
2009.12.24 행정법원 당사자 판결일
2009.12.30 행정법원 당사자 판결문 접수

 

논점의 핵심은 외규장각 유산의 프랑스 국유재산 편입 및 결과적인 양도불가의 논리는 원천적으로 법적 오류라는 원죄론이며, 법원의 해당 유산의 비국유화 명령 및 반환 명령을 요청하는 것이다.

 

국유재산의 기본 성격이 양도 불가성이라 할 때,  1866년 외규장각 탈취 당시 해당 유산은 조선왕조의 국왕 소유, 즉 현재 그 합법적인 승계자인 대한민국의 국유재산으로 그 자체가 프랑스로의 국유재산으로의 일방적인 편입이 원천적으로 불가한 것이다.  즉, 외규장각 유산의 프랑스 국유재산으로서의 편입은 그 자체가 법적인 논리 모순이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관련 문화 및 역사적 유산의 보호법령을 가지고 있는 한국을 보자. 50년대 제정된 한국의 구황실재산법은 구한국황실의 소유에 속했던 재산으로서 구 이씨왕조에서 관리하였던 일체의 동산, 부동산 및 기타의 권리를 구황실재산이라 규정하면서 이는 국가의 영구보존재산으로서 그 중 대표적으로 중요한 미술품, 역사적 기념품 등은 양도가 불가하다고 천명하고 있다.  나아가 동 법률을 포함시킨 한국 문화재 보호법은 국보•보물 또는 중요민속자료는 국외로 수출 또는 반출할 수 없다고 하고있다.

마찬가지로 역사상 많은 사례, 프랑스 국내법 및 유럽연합법령, 각종 국제 협약 등은 불법유출된 국유재산에 대한 본국으로의 반환에 대한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국경을 넘어 타국으로 넘어가 현재 그 타국의 국유재산이라 일방적으로 주장한다하여 그래서 이 재산이 양도불가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는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이며, 이러한 프랑스의 논리는 외규장각 문화유산의 국유화 이전에 문제의 유산이 이미 타국, 즉 대한민국의 국유재산이었음으로 프랑스로의 이전 및 소유권양도가 원천적으로 불가할 수 밖에 없다는 원죄에서 벋어날 수 없다.  더구나, 병인양요 당시의 외규장각 유산의 유출이 불법적인 약탈이었음에야. 그 이유를 보자.

 

당시 강화도에 침범하였던 중국 주둔 극동함대의 소속 Roze제독의 군대 및 그 상급자인 극동지역 책임자 De Bellonet총영사는 프랑스 정부의 정식 사전 허가없이 먼저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취하게 되며, 늦게서야 정보를 받은 프랑스 정부는 De Bellonet 및 로즈제독의 군사행동을 사전에 차단시키지 못하게 되고, 병인양요로부터 1달도 지나지 않은 동년 11월 De Bellonet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본국 소환 및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즉, 이는 병인양요 자체가 프랑스 정부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정식 교전이나 전쟁이 아니라 중국을 담당하던 지역 책임자의 독단적인 판단하에 이루어진 정당화 될 수 없는 군사 행위로 규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De Bellonet의 파직과 함께 탈취된 외규장각 유산의 운명이 이 때 동시에 결정되지 않은 것이 역사의 아쉬운 부분이다.

 

설사 정당화될 수 있는 군사행동이었다 가정하더라도, 당시 로즈제독의 보고서를 보면, 외규장각 유산의 찬탈이 군사행동이나 전쟁과는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유물 찬탈행위였음이 들어나는 증거들이 있다.  즉, 강화도 점령 당시 로즈제독 자신이 작성하여 프랑스 정부에 송부한 당시의 로즈보고서를 보면 스스로 별도의 ‘보물찿기’ 원정팀를 조직하여 가치있는 유산을 찿기위해 강화도를 수색하던 중 외규장각을 발견하게 되었음을 시인하고 있고, 그 곳에서 일련의 도서 및 문화재를 발견, 그 내용은 (중국어로 되어있어) 이해할 수 없으나 국왕의 거처에서 발견된 것임으로 무언가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약탈품 목록 작성을 하여 이 중 일부를 프랑스로 보내고 조선군에 밀려 급히 퇴각하는 상황에서 외규장각 건물은 물론 나머지 도서 및 유산등은 모두 방화 및 파괴 하기하게 된다.  이 내용은 당시 로즈제독의 보고서에 스스로 자세히 당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로즈제독의 동 보고서에 나타나듯 일부 유산을 개인적으로 상급자에게 선물로 상납하는 행동을 취하기도 함으로서, 외규장각 유산의 탈취가 프랑스 정부의 행위가 아니라 일개 군인의 독자적인 행동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원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프랑스는 규장각 문화재의 취득당시의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 

 

1993년  미테랑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 1권을 반환할 당시의 언론과의 인터뷰에 보면 이 부분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미테랑은 프랑스에 보관하고 있는 많은 유산 및 예술품들이 ‘더 자세한 상황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좋은 역사적 상황’에서 취득하였다고 설명하며, 이는 ‘역사적 우연’이라 돌리고 있다.  정부의 허가없이 지역군사책임자가 독단적으로 불법 침략 및 탈취, 파괴를 자행한 병인양요 당시의 상황의 언급을 피하고자 하는 반증이 아니고 무었인가.  그러나 미테랑은 이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의하지 말자한다.  이는 미테랑에 의하면 단순한 역사적 우연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동 인터뷰에서 한국의 반환 요청에 대한 논의를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에 비유하며 이 요청을 들어줄 경우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중인 세계 각국에서 획득한 수많은 문화재들이 모두 증발해버릴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프랑스가 외규장각 유산의 반환을 주저하는 이유가 명백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당시의 약탈을 인정하고 그 불법성을 시인한다면 반환을 거부하기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묻어두자는 것이다.

최근 판결에서 공공연하게 ‘약탈’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공판에서 언급되고 판결에 인용되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한국의 조그마한 승리일 수도 있다. 다만, 법원이 약탈à 불법 취득à반환, 이라는 논리적 전개를 끝까지 하지 않고 중간 차단한 것은 아쉬운 점이긴 하다.  합법적인 양도나 매매 등 정당한 취득이라면 당연히 대한민국도 반환을 요구할 근거가 없을 것이다.  그 취득상황과 불법성 여부가 반환의 여부또한 결정짓게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취득의 불법성은 역사적 사실로 그냥 묻어두자고 하는 것이다. 

 

변호인 입장에서 법원에 변론서면 준비를 하면서 가장 고민하였던 용어중 하나가 ‘약탈’이었다.  여러 다른 담당 변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느 용어가 적합할지, 약탈이라는 용어가 너무 ‘쎈’ 용어로 프랑스인일 수 밖에 없는 판사를 자극하지는 않을지 (반 농담이긴 했지만 심지어 이 소송으로 내가 프랑스에서 추방되더라도 소송은 한국서도 계속할 것이니 프랑스서 지원하라고 하며 우리끼리 웃기도 했었다), ‘도난’이나 ‘불법적 취득’ 또는 비정상적 취득 등 여러 용어을 두고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표현은 외교협상에서 양 정부간에는 다룰 수 없는 민감한 부분 중 하나였을 것이며, 한국이 가슴조리면 하지못한 말이었을 것이다.  모든 변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차례 논의한 결과, 이 소송은 외교협상도 아니고 나아가 지금껏 우리가 마음에만 두고 하지 못하였을 이 표현과 감정을 최소한 소송에서는 자유로이 쓰기로 하고, ‘약탈’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론 지었다.  최소한 ‘할말은 하자’라고 결정한 것이다. 나아가 약탈은 우리에겐 역사적 진실이며, 그것이 진실이기에 어디에서나 떳떳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정치적, 외교적차원의 고려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역사적 진실과 법률에만 의지하며  법원에 직접 호소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약탈이라는 표현의 사용과 프랑스측의 간접적인 인정은 사전에 계산된 것이며 우리측의 ‘유도작전’의 산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느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이 소송준비를 하면서 수많은 전략회의를 통해 우리측의 주장들과 그 각각의 주장에 대해 나올 수 있는 상대편의 반론이나 주장 등을 미리 추정하여 이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또는 특정 방향이나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논리를 짜서 서면을 작성하였다.  원죄론의 논리의 핵심으로 불법적 약탈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이에 대해 어떻게 든지 프랑스측의 답변과 입장을 끌어내고자 한 포석이 숨어있었으며, 결국 프랑스는 자신의 국유재산 정당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인정하게 되버린 것이다.

 

이번 소송과정에서도 행정법원 정부대변인은 공판에서 ‘약탈’을 언급하면서도 취득당시의 상황에 관계없이 현재 국립도서관 보관중인 규장각은 프랑스 국가재산으로 양도가 불가하다 주장하였으며, 이를 판결 또한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약탈’이었음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면서도, 미안하지만 지금 우리 소유인 현재만이 고려되고, 과거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테랑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우연’이나 ‘언급하지 않는게 좋은 역사적 상황’임으로 현재만 보자는 것이다.  취득조건, 즉 도난이나 불법적인 수출등 그 취득의 합법성을 기준으로 문화재의 반납을 규정하고 있는 각종 국제협약등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국제사회에서 프랑스는 문화재 보호 및 불법적 수출, 불법 취득한 문화유산의 반환에 관한 각종 국제 협약 및 유럽연합의 규정에 서명 및 가입하고 있는 국가이다.  유럽차원에서는 프랑스 국내법의 상위법인 1992.12.9일자 유럽 regulation 및 1993.3.15일자 유럽 Directive (프랑스 국내 법률 95-435호에 반영)의 지배를 받으며 이 유럽규정들은 ‘불법적으로 일국을 떠난 문화유산의 반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프랑스는 1954.5.14체결된 전시 문화유산의 보호관련 헤이그 협약, 문화유산의 불법적인 유출 금지에 대한 1970.11.14 Unesco협약, 1995.6.24 문화유산의 불법적인 도난 및 수출 금지에 관한 Unidroit협약 (서명 후 국회 비준 대기 중), 1999 Unesco의 문화유산 거래인의 윤리관련 국제 규정등에 모두 서명 또는 가입국이다.

 

이 협약들의 제목만 보아도 반환의 대상이 되는 문화재는 ‘불법적인 취득이나 도난, 불법적 수출’ 등 그 취득자체가 불법적인 경우 반환을 의무화 하고 있다.

 

프랑스의 ‘과거를 묻지마세요’의 논리를 비약시키면 모든 법률과 도덕은 의미가 없어진다.  과거 죄를 지었더라도 현재 착하게 살면 과거의 죄는 덮어야한다.  내가 어제 도둑질을 하던 살인을 하던, 지금은 착한 시민이니 과거를 묻지마세요 라고 주장한다해서 이를 인정해줄 법원이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 프랑스 행정법원은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법원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부인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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