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사업계획서 한 장 없이도... 266억 원 참 쉽죠잉~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1호 특집기사 1

 

사업계획서 한 장 없이도... 266억 원 참 쉽죠잉~

 

최준영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266억 원을 날리다

 

2009년 11월 30일, 제284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위 제6차 회의.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이 안 되었습니다만...”으로 시작된 한 건의 신규 예산편성 사업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이름하여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사업>. 이 때부터 문화부, 예총, 국회 문광위원장이 주·조연으로 참여한 한 판 사기극이 벌어진다. 국회 회의록에 나와 있는 이들의 명대사를 한 번 살펴보자(강조는 필자).

 

“... 전체 금액이 한 700억 되는데 이미 300억을 투입했는데 전체 예술인의 복지 향상을 위해서 어쨌든 국고가 좀 지원이 될 필요성은 있다는 생각으로 저희들이 400억을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 문화부 예술정책관 박순태


“... 정부 차원에서 원래 165억을 국고 보조로 나갔었는데 이것이 여러 가지 진행 과정에서 반납을 하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 이것은 적어도 돌려서 사업이 제대로 되도록 해야 되겠다는 취지가 하나 담겨 있고요.” - 문화부 문화예술국장 박광무


“... 그래서 저희가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이 못 되었고, 그래서 특히나 지금 고흥길 위원장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그렇습니다.” - 문화부 문화예술국장 박광무

 

‘어쨌든 국고가 좀 지원이 될 필요성은 있다’, ‘여러 가지 진행 과정에서 반납을 하는 현상’이라고? 말이 참 쉽다. 그리고 또 짧다.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사업>이 어떤 사업인가? 지난 15년 간 문화예술계의 대표적인 특혜사업, 파행사업으로 자리매김한 <예술인센터 건립사업>이 이름만 살짝 바꿔 부활한 것인데, 그 15년의 과정을 ‘어쨌든’, ‘여러 가지’ 등의 말로 뭉개버리다니 참으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미 국고보조금 반납조치를 받은 166억 원의 감면에다 플러스 400억 원의 추가 보조를 결정하면서 사업계획서 한 장 살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010년 예산 100억 원 이외에 추가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총 266억 원(반납조치 취소 166억 + 2010년 예산 100억)의 예산이 사업계획서 한 장 없이 통과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죽은 사업을 살리는 기적을 연출할지어니

 

지금의 사기극이 더욱 어이없는 것은, 이미 국회, 감사원, 문화부 등에서도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깊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회, 감사원, 문화부 등 주요한 국가기관에서는,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이 예총에 대한 특혜사업이자 대표적인 문제사업으로 인식되고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 예술가들의 문제제기와 항의가 이어지면서 이미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에 대한 조사와 논의를 한 바 있다. 그리고 국회에서의 문제제기, 감사원의 감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문화부는 사업에 투입된 총 216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회수할 것을 결정하였고, 50억 원을 1차로 회수한 이후 166억 원을 추가로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문화부는 <2006 회계연도 정부결산심사결과 시정요구사항에 대한 조치결과>에서 “예총의 재원조달 미 이행 등 자구계획이 미흡한 상태에서 잔여공사비를 국고에서 지원하기는 어려우며”라고 보고한 바 있으며, 국회 또한 2008년 <제18대 국회 정책현안 자료집>(국회문방위 수석전문위원실, 당시 국회문방위원장은 고흥길 의원)을 통해 “추가 국고 지원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음”, “다각적인 국고보조금(165억 원) 반납 방안 적극 모색 필요”라고 보고한 바가 있다.

 

결국 이번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사업>은 ‘죽은 사업이 부활한 것’이나 다름없다. 266억 원이라는 시민의 혈세를 동원한 특혜와 로비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예술인회관? 예총회관!

 

“뭐, 예산도 이미 투여되었고 그래도 지어놓으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아마 다 죽어가는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을 살려낸 분들(?)은 이런 여론이 생겨나길 바라겠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목동이라는 공간이 문화예술인의 복지와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얼마나 적합한 공간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사업은 예총에 대한 특혜사업이자 부동한 임대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우선, 이번 사업은 표면적으로 ‘예술계 전체의 복지공간’이니 ‘전체 예술인의 복지 향상’이니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예총에 대한 특혜사업, 부동산 임대사업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국회 회의록에서도 박순태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이 “양천구 목동에 있는 예총회관을 말합니다.”라고 언급한 것을 볼 때, 문화부에서도 이 사업이 결국 예총만을 위한 사업이라는 걸 알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2007년 예술인회관 재착공 시도가 무산되었을 당시 예총의 사업계획을 보면, 전체 건물의 70%가 임대수입을 위한 오피스텔로 채워질 계획이었으며, 그나마 나머지 30%의 공간 또한 공연장, 전시장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예총의 사무실로 쓸 계획이었다. 또한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의 기본방향이 ‘이익의 극대화’, ‘상가 활성화’, ‘쇼핑 공간 창출’, ‘목동지구의 명소’ 등으로 예술(인)과는 무관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불과 며칠 전 예총에서 부랴부랴 배포한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사업> 계획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하 5층, 지상20층 규모의 건물 중, 지하 1층의 전시관과 지상 2~4층의 근린시설과 컨벤션극장, 지상 8~10층의 예술아카데미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예총의 사무실(지상 5~7층)이거나 스튜디오텔(지상 11~19층)로 채워져 있다. 이 중 스튜디오텔의 경우,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공간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과거 오피스텔로 쓰겠다는 공간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공간일뿐더러 “숙박비를 이원화해 일반인들에게는 정상적인 가격을, 예술인들에게는 최소한의 비용으로...”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결국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백지화가 문제해결의 출발점

 

결국 해결방안은 하나밖에 없다. 이번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 말고는 더 이상의 대안이 없다. 이미 216억 원 국고환수 결정이 내려진 사업이라 함은, 해당 보조사업자(예총)가 더 이상 이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증명한 것이다. 더 이상 문화예술계와 문화예술인, 그리고 세금을 내고 있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사업>을 백지화하고, 이미 결정한대로 국고 166억 원을 마저 회수해야할 것이다.

또한 국회 문방위, 감사원 등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죽은 사업이 다시 살아나는 기적’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국고보조금에 대해 “개기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생겨나서는 안 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한 재발방지 노력과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기극을 연출한 주·조연의 경우, 응당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고흥길 국회문방위원장, 문화부의 박광무 문화예술국장 등 책임자, 그리고 특혜사업이자 국고환수 결정이 내려진 사업을 다시 살리겠다고 나선 예총 등은 깊이 반성하고, 사과와 사퇴 등의 조치를 스스로 판단하길 바란다.

 

[보론]

과연, 정녕(!) 사업계획서 한 장 없이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사업의 예산이 심의, 통과되었을까? 어이없게도 이는 사실이다.

(1) 문화연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예총을 취재한 언론사 기자 및 국회 문방위 국회의원실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고보조금 400억 원을 추가 신청한 예총은 국회 예산심의가 이루어질 당시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사업과 관련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2) 또한 문화연대가 문화부에 제기한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사업계획서와 관련 된 질의(접수번호 : 48, 2010.1.22) 및 정보공개청구(접수번호 : 969960, 2010.01.22)에 대해 문화부는 모두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는‘대한민국예술인센터건립 사업 계획안 및 운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변(2010년 2월2일, 2월16일) 하였다.

(3) 사업계획서 없이 예산 심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번 사건의 문제점이 언론을 통해 밝혀진 이후인 2010년 2월 8일, 예총이 부랴부랴 기자간담회를 열고 9페이지짜리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사업계획서를 발표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 참고자료. ‘이명박 정부의 문화행정 파행과 잃어버린 문화민주주의’(이원재, 2010. 2. 9)
* 참고자료. 제284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소위 제6차 회의록

 

* 메인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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