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예술인회관 사태 뒤엔, 문화부 있다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1호 특집기사 2

 

예술인회관 사태 뒤엔, 문화부 있다


김상철
(진보신당 비상임연구위원)


한국예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예총)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예술인회관 사업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작동한 터이겠지만, 오히려 문화부에게 떠밀려 억지로 하게되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목동 예술인회관의 공사는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사리에 맞는다면, 공사재개 전에 기자간담회 형식이든 뭐든 간에 공중에게 취지를 알렸어야 합당하다.


따라서 등떠밀려 나온 예총을 순수하게 갑의 위치에 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예총을 대리인으로 놓고 문화부를 갑의 위치에 놓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신재민 차관이 기자와의 자리에서 나온 예술인회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국회에서 결정한 것이라 모른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국회에서의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문화부 차관이 실무담당자로 배석을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에서 조정되지 못한 문화부의 사업을 우겨넣기도 하고, 의원들이 이곳 저곳에서 가져온 사업을 절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신 차관이 당시 상임위의 예산심의과정에서 몰랐다 해도, 예결위 과정에서 개입이 없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실제로 상임위 차원에서 400억원으로 상정된 예산이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1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이를 최소한의 방어라고 했을 때, 이를 할 수 있는 것은 담당 부서밖에 없다. 왜냐하면 의원의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해당 예산 대신 방어해야될 수많은 지역민원 예산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일단 깍는 것을 전제로 시작되는 예결위 과정에서 상임위 의원들이 힘을 썼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해서 이번 예술인회관 사태의 뒤엔 문화부가 있다.


문제는 이런 문화부의 태도가 대통령 이하 모든 부처에서 앵무새처럼 읖조리는 법치주의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논외로 하더라도, 2006년 문화부에서 의뢰한 모든 법률 검토에서 보조금의 반환이 합법적이라는 의견을 받았다. 또한 문화부는 수차례 공문을 통해 예총으로부터 해당 보조금을 반환하도록 요구했으며, 예총이 문화부의 승인없이 해외자금을 유치하여 예술인회관 공사를 재개하려고 했을 때도 이에 제동을 걸었다. 이 모든 과정은 보조금 관리에 대한 법률에 근거한 합법적인 조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합법적인 조치가 불과 3년이 지나면, 보조금까지 탕감해주는 어이없는 특혜로 변질된다. 솔직히 문화부내에서 바뀐 사람보다는 바뀌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텐데도 문화부의 행정에 있어 질감 자체가 변화한 것이다.


간단하게 따져보자. 예총의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은 '보조금 사업'이다. 이는 예총이 주관하여 하는 사업에 정부가 보조를 해준다는 뜻이다. 따라서 보조금 사업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사업 시행자의 자부담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 예총이 예술인건립사업에 돈을 보탠 적이 없다. 무슨 무슨 자선행사도 하고 하면서 수십억을 조성해 생색을 내겠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보조사업의 시행자로서 자격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회원수가 수백만이 된다고 해도 자신들의 건물을 지을 노력조차 보이지 않은 단체에게 정부가 수백억짜리 건물을 지어줄 수야 있겠는가. 박통때나 전통때가 아닌 다음에야 말이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일이 과거 정부를 '반민주적이다'며 거품을 물고 반대했던 실용정부에 의해 자행되었다.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철도공사의 합법파업 조차 국민의 편익을 고려하여 불법으로 만들어 버린 '실용법치' 정부가 몇년전이나 지금이나 법조항의 개정도 없이 입장을 180도 바꿔 버린 것이다.


그들의 말대로, 민예총 등에 편파적인 지원을 했다는 참여정부 조차도 수백억짜리 건물을 공짜로 지어줄 정도의 배포는 없었는데 예술의 정치도구화를 비판하면서 '문화의 미래'를 걱정했던 인사들이 권력을 차지한 실용정부의 문화부에서 말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작년에 통과된 예산에 대해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의 세부 내용이 뭐냐고 문화부에 질의했더니 '예총에서 2월까지 작성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한다. 그런데 그 때에도 이미 목동 예술인회관은 공사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뭘 지을지도 모르는데 삽질부터 시작하는 것이 실용정부의 트레이드마크라 하더라도 이건 심했다.


정 예총을 밀어주고 싶었다면, 사리에 맞게 하나씩 해결했어야 옳다. 우선 예총의 돈이 1원도 들어가지 않은 현재 목동 예술인회관 부지의 소유권을 국가로 옮기고, 예술위원회부터 무상임대(그런 주제에 정작 당사자들은 예총회관의 일부를 유상임대하여 임대수입을 얻고 있었다)하여 사용 중인 대학로 예총회관을 유상임대로 전환했어야 옳다. 그 다음에 법률에 따라 하나씩 순차적으로 별도의 사업입안을 하고, 사업대상자를 선정한 후 예산을 조정하여 반영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물론 예총이 떳떳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총이 문화예술계의 맏형 노릇을 하는 것이 단지 쪽수 때문이라면, 새마을운동 단체나 바르게 살기와 같은 단체는 우리나라 최대의 시민단체라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도대체 최소한의 자기부담도 하지 못하면서 정부와 국회에 대한 로비를 통해 이권을 따낸다면, 이것이야 말로 예술의 정치수단화가 아니고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주변에서 무어라해도 밀고 가는 것 역시 실용정부의 특징이니, 예술인 회관사업은 어쨋든 진행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스쾃 대상은 예술인 회관이 아니라 문화부일 것이라 단언한다. 아니 원칙과 법률을 말했던 자들이 그것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면, 이는 스쾃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청소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자, 더 늦기 전에 공개하라. 도대체 무엇을 위한 예술인 회관이고 누가 주인이며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말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데도 사용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다른 의미에서 투기에 불과하다. 속된 말로 더이상 쪽 팔리기 싫으면 제발 정도껏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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