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용산참사현장에서 365일을 보낸 이의 억울함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1호 후일담 3

 

용산참사현장에서 365일을 보낸 이의 억울함

 

신유아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활동가)

 

용산의 아침은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유가족과 철거민을 괴롭히려는지 신경이 곤두선다. 정당에서, 종교인들, 시민단체들, 사회운동단체들... 쉼 없는 기자회견과 행사일정들은 용산에 함께 사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기도 하고 싸움의 단초이기도 하다.

 

오전 11시쯤이면 모 단체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앰프를 설치하고 현수막을 건다. 이때부터 긴장감이 돈다. 경찰과 전경부대원들은 용산 남일당 부근에서 철거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상부에 보고하면서 일은 시작된다. 무조건 불법이고 무조건 막는 막가파식 대응이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불법인 용산에서 철거민들은 밥 먹는 것조차 저들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용산 남일당 뒤에는 고 이상림씨가 운영하던 레아호프가 있다. 이곳은 2009년 4월부터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져 용산을 찾는 이들에게 용산참사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남일당과는 또 다른 느낌의 새로운 공간으로 운영되었다.

 

어느 날인가 모 단체에서 보내온 도시락을 활동가들과 함께 먹고 있었다. 레아호프 맞은편에서 경찰로 보이는 이가 사진기를 들고 우리들의 일상을 증거로 남기며 상부에 보고하기위해, 그래서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 체증을 하고 있었다. 밥을 먹던 이가 당신누구냐, 왜 사진을 찍느냐고 달려가 물으니 어리버리 한 경찰은 사진을 안 찍었다며 당황해했었고 이것이 시발이 되어 하루 온종일 경찰과 신경전이 있었다. 이 일은 점점 확대되어 사제단이 폭행당하고 농성중인 천막이 뜯겨지고, 유가족이 실신하는 등 새벽까지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결국 용산경찰서 서장과 그 이하 과장들이 사과를 하는 웃지 못 할일이 발생한 것이다.
온종일 두들겨 맞고 끌려 다니고 욕설에, 체증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현장사람들은 이렇게 또 치열하게 하루를 보낸다.

 

하루하루 치열함과 긴장감으로 365일 일 년을 보내고 냉동고 안에서 움츠릴 대로 움츠려진 철거민들의 사지를 시원하게 펴드리고 마음 편히 보내드리기 위해 장례준비를 하던 날 정부와 최소한의 협상 때문인지 용산 남일당 부근의 경찰과 전경들은 모두 사라졌다. 고요함과 평온함이 남은 것 같은 레아호프 앞거리에서 이 협상이 저들에게는 그저 용산에서 철거민들을 내쫒고 높은 빌딩을 짓고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철거를 서두르기 위한 기쁜 소식에 불과했다.

 

경찰은 장례를 위한 작은 제안조차도 거절했다. 용역들과 경찰들의 공용공간인 주차장 사용을 요청하였으나 철거민의 철자도 듣기 싫다는 용역들과 이를 제압하지 못하는 경찰들은 용역이 안된다면 경찰도 어찌할 수 없다며 슬금슬금 도망을 치고 만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총지휘 책임자는 용역 업체였다. 365일 용역과의 싸움에서 경찰이 왜 늘 뒷짐 지고 바라만 보았는지, 왜 그들은 철거민들만을 구속하고 감시했는지, 왜 그들은 유가족과 사제단을 못 쫒아내서 안달이었는지, 이제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용산참사의 총 지휘책임은 용역이었고 자본이었고 자본에 목맨 경찰들이었던 것이다.

 

장례식을 위한 무대설치를 방해하고 작가들의 작품을 불법이라며 경찰부대를 이용해 둘러싸고 노제를 위한 거리행진을 방해하고 음향차와 무대차를 감금하는 등 어리석음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결국 대한민국의 경찰들은 자신들이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준 것이다.

 

도덕도 없고, 인정도 없고, 윤리도 없는 용산참사의 진실을 자본의 하수인들에게만 맡겨 두기엔 그 신뢰가 이미 바닥이기에 아직도 구치소 작은 방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구속자들을 위해, 모란공원 한 귀퉁이에서 분노하고 있을 열사들을 위해 우리 모두가 분노를 거리에 분출시켜야 한다. 더 이상 억울하게 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용산에서의 일 년을 마무리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 남겨진 과제들을 더 큰 분노로 풀어나가야 하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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