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60살 국립극단이 사라진다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2호 특집기사 1

 

60살 국립극단이 사라진다


김경민

(공공노조 선전차장)

 

작년엔 국립오페라합창단, 올해는 국립극단?

 

국립극단 단원들이 자신들의 해고사실을 처음 알게 된건 조선일보를 통해서다. 1월 14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국립극단 단원 23인 가운데 장민호(86), 백성희(85) 등 2명의 80대 단원을 제외한 나머지 단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월 28일 국립극단 단원들은 문화부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국립극단 소속 단원 23명 모두가 그 대상자였다. 해고하지 않겠다던 원로단원 2명도 여기에 포함됐다. 또한 단원의 해고 공문에는 ‘국립극단폐지‘ 도 언급돼있다.

 

단원들이 받은 ‘단원 계약 해약 예고 통보’라는 희안한 이름의 공문에는 ‘자진퇴직 안내문’까지 친철하게(?) 첨부돼있다. 최종 해고일인 3월 31일 전, 일정기간동안 자진해서 나가겠다는 단원에게는 퇴직 수당 등의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에 단원들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하다”고 얘기한다. 문화부가 단체를 법인화 하겠다고 밝힌 게 지난해 9월이지만, 법인화 추진 방침에 단원 전원에 대한 해고가 포함될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유인촌 재직기간은 ‘국립’ 예술단체 수난시대

 

그도 그럴것이 이 모든 상황은 문화부가 법인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지 불과 3~4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 사이에 문화부 담당공무원은 단원들과 단 두차례의 면담을 했을 뿐이다. 단원들은 “이 것 역시 문화부 관료들에 의해 결정된 법인화 방침에 대한 예술단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요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해고를 위한 수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2~30년간 한결같이 몸담아온 극단의 발전방향을 논의 하면서 배우들은 쏙 빼놓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문화부 관료들의 처사에 예술가들로서의 자긍심은 이미 땅바닥에 내팽겨쳐졌다.

 

문화부는 2009년 초 국립오페라합창단의 비정규직 예술단원 42명을 전원 해고해 국내외적으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올해는 국립극단이 그 타켓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비등해지자 마지못해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모순적인 정책의 결과로 공공부문의 양질의 일자리가 대폭 축소되고, ‘질 낮은 일자리’로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극단 법인화, “단원들은 그만 나가시라”

 

문화부는 지난해 이미 국립극단을 법인화(우회적 민영화)를 천명했지만, 단원들은 그것을 자신들의 해고와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 이유를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관료주도의 밀실행정”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국립극단 법인화 사업은 정부 관료의 밀실 행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법인화 방안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엔 행정안전부, 2009년 초엔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국립중앙극장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법인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보고서를 기초로 2009년 7월~8월 경 문화부는 내부적으로 국립중앙극장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법인화 방침을 확정하고 2010년도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먼저 국립극단 법인화 사업 예산을 책정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문화부 소속 두 기관의 법인화를 결정하는 근거를 제공한 연구보고서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구보고서 내용을 놓고 각계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공론화 과정은 물론이고 해당 예술기관의 예술단원(예술가)과 예술관객(시민)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거치지 않았다. 정부 관료들이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법인화 방침을 확정한 것이다."

 

“2009년 9월~10월 문화부는 법인화 방침을 확정한 뒤에 국립중앙극장 전속4단체의 예술 감독과 예술단원 대표들을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이는 문화부의 국립극장 담당과장(문화예술국 공연전통예술과장)이 이미 확정된 법인화 방침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견해를 청취하는 요식 절차에 불과했지 법인화가 국립극장과  전속4단체의 발전방안으로 적절한지, 문화부가 계획하고 있는 법인화 방안은 무엇인지를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국립극장 측은 법인화는 본부(문화부)가 추진하는 일이라면서 기관의 자율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태를 보였고, 문화부는 일방적으로 법인화를 결정하고 법인화 방안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국립극장 담당과장을 보내 국립극단 예술단원들과 두 차례의 면담을 갖고 법인화 방침을 전달했을 뿐이다. 그 결과 핵심 이해당사자들인 국립극단 예술단원들조차 문화부가 어떤 근거로 법인화를 결정했는지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법인화 방안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심지어 국립극단 예술단원들이 자신들이 해고대상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월 14일 조선일보가 유인촌 장관의 해고방침을 보도했을 때였다.” 


* 사회공공연구소 이슈페이퍼<국립극단 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 중 일부 발췌 


국립극단 단원들은 문화부 담당과장과 면담 당시, 그 자리에서 법인화의 전제 조건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하기 까지 했다. 단원 의견서의 핵심내용은 △운영의 독립성, 재정의 안정성, 사업의 공공성 보장 △국립극단 발전을 위한 전용극장 등의 필수 인프라와 프로그램 △ 현행 임금·단체 협약에서 보장하는 고용, 임금, 복지 후생 수준 유지 등이었다. 그러나 단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후에 담당과장은 “이 의견서를 받은 적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박정훈 연구원은 “관료 주도의 밀실행정은 이해당사자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비민주행정으로 이어진다”며 “국립극단 법인화 사업은 문화부 관료 주도 아래 예술단원들의 의사를 배제한 채 비민주적으로 추진되어왔다”고 밝혔다.

 

문화부가 법인화 방침을 천명한 후, 국립극장은 2월 1일에 ‘국립극단 정리추진단’을 구성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국립극단 단원에 대한 정리해고가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맞서 공공노조 국립극단 지회는 2월 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정리해고 방침이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국립극장의 나머지 전속단체에도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현재의 법인화 정책이 국립극단의 발전을 위해서도, 문화시민권 증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공공노조 국립극단 지회는 국립중앙극장 경영진과 법인화 및 정리해고 방침을 논의하기 위해 단체협약이 보장하는 공연문화발전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극장 측은 공연문화발전위원회에 참여해온 예술노동자들의 자격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공연문화발전위원회 자체를 불인정하였다. 이는 명백히 현행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것이지만, 극장 측은 현행 단협 관련 법에서 단협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이로써 2002년 노동조합이 출범한 이래 비록 제한적이긴 했지만 국립중앙극장의 노·사가 공동으로 협의하고 토론해오던 민주적 운영의 전통은 파괴되었다. 사용자 측의 일방적인 노사협의기구 불인정으로 인해 노·사 간의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국립극단은 어떤 곳인가?

 

국립극단의 홈페이지에는 “국내 유일의 국립연극단체로서 한국 현대 연극사의 맥을 이어옴은 물론 각계에 스타를 배출해 온 한국 연기예술의 산실”이라고 소개돼 있다.

 

아울러 “창단 이래 일반극단이 시도하기 어려운 대작과 세계적 고전 명작을 무대화하는 역할뿐 아니라 창작극 개발과 고정 레파토리 정립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돼 있다.

 

이태주 연극평론가는 “우리나라는 극장의 전통이 없다”며 “우리는 해방 후 힘을 모아 1950년 구 부민관(현 서울시의회)에서 ‘월술랑’ 공연으로 국립극장의 막을 올렸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은 1950년 동족상잔의 비극을 앞두고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예술기관이다. 창립 기념 ‘원술랑’ 공연에 서울 시민 6만 명이 모였다고 한다. 당시 서울인구가 약 40만 가량이었으니 대중적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립극단은 군사 독재 시기엔 집권세력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던 오욕의 시절도 있었지만, 민주화를 거쳐 다시 시민의 문화적 권리를 신장시키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문화적으로 척박한 이 나라에서  연극예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화하는 데 앞장서온 대한민국의 대표연극예술단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