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국립극단 법인화, 무엇이 문제일까?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2호 특집기사 2


국립극단 법인화, 무엇이 문제일까?

-시민에겐 문화양극화, 예술가에겐 정리해고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법인화란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의 행정기관이 공공적 성격의 민간기관으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기관의 법적 위상이 특수법인(혹은 재단법인)으로 전환되고, 구성원의 신분도 공무원(혹은 상용직)에서 민간인으로 바뀐다. 특히 법인화 과정에서 기관의 운영 원리가 시장주의(경쟁, 성과, 수익의 원리)로 전환된다. 공공기관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업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유권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이 아니지만 법인화를 ‘민영화의 우회적 형태’라고 한다. 가령 정부기업이 공사로 바뀌고(철도공사), 직속기관이 산하기관으로 전환되고(한국산재의료원), 부속기관이 산하기관으로 전환되고(서울대학교병원), 문화부 소속기관인 국립중앙극장의 전속단체였던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오페라단이 재단법인으로 전환된 것 등이 법인화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편집자주]

 

국립극단 법인화와 관련해 필자는 최근 흥미로운 문건 하나를 입수했다. 지난 2009년 4월에 문화부가 작성한 것인데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 법인화 검토회의 자료”라는 제목의 문건이다. 총 21페이지로 구성된 이 문서는 국립중앙극장을 비롯한 문화부 소속 기관에 대한 법인화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글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국립극단이 속해 있는 국립극장 법인화에 대한 문화부의 견해이다. 이 자료에서 문화부는 국립극장 법인화의 문제점을 △국가대표예술기관으로서의 공공성·예술성 위기 △순수공연예술의 고사우려 △국가재정부담 및 사회적 비용 가중 등 세 가지로 요약한다. 이는 국립예술기관의 예술단원들과 시민사회가 법인화의 문제점으로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것으로 문화부 또한 이 견해에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서는 법인화 이후의 공공성 위기에 대해 이렇게 기술한다. “‘전통예술 전승·발전’의 기관목표가 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영화는 비고유사업부문의 기관 역량 편중을 초래하여 공공성 및 전통예술의 보존·전승이라는 극장의 정체성 훼손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법인화를 민영화라고 적시하고 있고, 법인화 이후 국립극장은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일을 수행하는 대신에 수익을 창출하는 일(문건의 용어로는 ‘비고유사업부문’)에 몰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예술성 위기에 대해선 “상업적인 공연 추구시 순수예술의 존립과 정체성 위기 초래”한다고 분석한다. 법인화 이후에 수익성 우선 경영에 따라 예술의 상업화가 가속화되어 순수예술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부는 그간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법인화가 외려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가중시켜왔다고 지적한다. “기 민영화된 국립3단체(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처럼 대중·상업적인 공연을 추구하는 경우도 국고 의존도가 여전히 높으며, 국가재정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그간의 법인화 경험을 요약하고 “경영효율성의 이익보다 국가재정부담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경제적 비용 및 공공성과 예술성의 훼손,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 축소에 따른 사회적·문화적 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한다.

 

문화부의 결론은 무엇일까? “법인화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므로 법인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이렇게 법인화를 반대하던 문화부가 태도를 바꾸어 국립극단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식적인 입장부터 살펴보자.  문화부는 국립극단 법인화 사업의 취지를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예술성 향상을 위한 국립극단 법인화 추진”이라고 적고 있다. 국립극단 법인화의 기대효과로는 “독자적?자율적인 극단 활동이 가능하며, 다양한 재원조성 기회 확보”와 “상근?비상근, 단원제의 다원화 등 열린 시스템 도입으로 공립 예술단체의 체질개선에 기여” 등 두 가지를 꼽았다. 문화부의 추진 계획에 따르면, 재단법인 국립극단은 현재 23명에 불과한 예술단원을 47명으로 늘리는 등 총 60여명으로 단원을 확대하고, 운영방향으로는 계약기간, 보수, 자격(연수단원, 준단원, 정단원)을 차등화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기부 활성화를 위해 후원회를 운영하여 다양한 재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문화부의 입장은 과거의 입장과 상충된다. 앞서 보았듯이 1년 전에 문화부는 법인화가 예술의 상업화로 귀결돼 예술성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법인화 이후에도 국가재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하면서 다양한 재원이 조성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여전히 연극예술이 소수계층의 전유물로 간주되어 개인과 법인의 예술 후원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원이 다양화되지 않으면 결국 정부의 재정 지원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는데다가 예산 지원의 결정권을 행사하는 문화부에 대한 의존이 높아져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극단 활동도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문화부가 국립극단의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한 보수일간지의 보도에 담겨 있다. 지난 1월 14일 조선일보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올해 출범하게 될 재단법인 국립극단은 현재의 국립극단 예술단원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국립극단 예술가 전원을 사실상 정리 해고하겠다는 것이었다. 문화부가 불법소지가 다분한 정리해고라는 초강수를 두겠다는 것이었다.

 

현 단원들을 해고한 뒤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문화부가 국립극단 법인화의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정리해고부터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작년부터 문화부가 국립극장을 대상으로 추진해온 단체운영 개선 및 단체협약 개악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미래의 단원들은 현재의 단원들보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더욱 나빠지지만 계약기간은 더욱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속단원제(고용안정제도)가 완전히 폐지되어 작품별로 초단기 고용계약을 맺으려 할지도 모른다. 즉 법인화는 국립극단의 현 단원들에겐 실업을 의미하지만, 미래의 단원들에게 무한경쟁,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의미한다. 이것이 문화부가 국립극단 법인화를 추진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또한 문화부는 국립극단 법인화를 앞두고 그동안 예술단원 노동조합이 꾸준히 쌓아온 운영의 민주화, 예술단원의 권익 등의 성과를 모두 후퇴시키려고 하고 있다. 작년부터 문화부는 국립극장과 함께 현행 단체협약의 개악을 추진해왔고, 올초부터는 단체협약이 인정하고 있는 노사협의기구인 공연문화발전위원회조차 부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5~50세에 은퇴시키는 조기정년제, 1년 혹은 2년 등 단기 계약을 남발시킬 계약기간차등제, 등을 도입하고, 예술감독에게 평정은 물론 보수체계와 고용계약에서도 결정적인 권한을 행사하도록 ‘예술 감독의 독재’를 강화하고 있다. 즉 무한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예술감독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립극단 법인화가 국립예술기관의 예술노동자들에게만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국립예술기관이 법인화되어 민간 기업처럼 수익창출에 몰두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된다. 입장료와 대관료가 치솟고 시민공연예산은 축소되며 시민의 문화적 권리를 신장시키는 활동은 급격히 축소된다. 가령 국립극단 예술가들이 그동안 아홉 차례에 걸쳐 총 300여명의 청소년에게 직접 연극을 가르쳐온 동해청소년연극캠프사업은 축소 혹은 폐지될 것이다.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방 소도시 청소년들의 문화적 권리가 축소되는 것이다.

 

요컨대 국립극단 법인화는 예술가들에겐 정리해고를 의미하고, 시민들에겐 문화시민권의 축소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