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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용산 참사, 북콘서트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4호 후일담 1

 

끝나지 않은 용산 참사, 북콘서트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용석

(문화연대 회원, 《내가 살던 용산》편집자)


책이 나왔다. 처음에는 책을 통해 용산 참사를 더 넓게 알려내고, 그래서 용산 참사 유가족들과 철거민들이 싸우는데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었다. 그러나 작업은 더뎠고, 시간은 흘러가고, 어느새 미약하나마 총리의 유감을 받아내고, 장례식도 치르게 됐다. 결국 1주년에 맞춰서 겨우겨우 책을 냈다.


《내가 살던 용산》은 첫 반응이 꽤 좋았다. 언론이나 사람들의 관심도 높았고 실제로 책도 많이 팔렸다. 부랴부랴 2쇄를 찍었다. 하지만 한순간이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관심을 가져주고 이곳저곳에 서평들이 실리곤 했지만, 책 판매는 갑자기 확 떨어졌다. 책을 통해 용산 참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이슈를 만들어 철거민들의 싸움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거꾸로 용산 참사가 이슈가 되어야 책이 팔리는 상황이 될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걱정이 앞서기는 했다. 북 콘서트 ‘용산, 당신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많이 안 오면 어쩌지. 그리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회사(보리출판사)가 이번 북 콘서트에 후원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모든 일을 문화연대와 만화가들이 도맡아 해야 했다. 나는 그저 개인 자격으로 기획을 돕는답시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은근히 추천하는 정도 밖에는 하지 못했다. 아, 아니구나. 그래도 티켓은 많이 팔았다. 고맙게도 쭈뼛쭈뼛 내미는 티켓을 사람들은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 데리고 온다고 여유 있게 사갔다. 그래도 걱정은 가시지 않았다. 북 콘서트가 진행될 클럽 빵이 너무 넓어서 자리가 비어보일까 하는 걱정은 안했지만, 이왕지사 북 콘서트를 하면, 후원도 좀 많이 되고 이번 콘서트로 사람들에게 용산 참사 아직 안 끝났다고 더 많이 알리고 싶은데 그럴 자신이 없었던 거다.

뭐 기자 한 명도 없이 기자회견도 해봤고, 청중 한 명도 없이 주최 측만 놓고 강연회나 상영회도 해봤으니 상처받을 건 없었다. 그냥 사람 조금 오면 우리끼리 즐겁게 한 판 놀지 뭐, 하는 마음으로 (게다가 나는 실무 팀도 아니었으니 부담 없이) 북 콘서트 장에 갔다. 내가 맡은 일은 티켓부스 옆에서 책 파는 일이었다. 회사 친구와 같이 하는 일이라서 일이랄 것도 없었다. 콘서트 시작 전, 그래도 관객석의 절반은 차지하는 의자가 얼추 다 찼고 새로 입장하는 사람들은 서서 봐야하는 정도는 됐다. ‘이 정도면 뭐 실패는 아니네.’ 혼자서 안심했다.

 

김수박 작가의 차력 쇼로 콘서트가 시작됐다. 이어 언제나 감동적인 시와의 공연, 유가족과 작가의 말, 소문대로의 실력을 뽐낸 앙꼬(‘상현이의 편지’ 만화가) 밴드의 공연, 출판기념 헌정식에서도 멋진 공연을 했던 두 번째 달 바드, ‘상현이의 편지’ 슬라이드 영상 상영 들이 이어졌다. 슬슬 책 판매 부스에 한 발 담가놓고 공연이나 즐겨야지 했지만, 예상외로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홍대 앞 작은 용산 두리반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고, 옷차림 새로 봐서 직장이 끝나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느덧 클럽 빵은 발 딛을 틈 없이 북적거리고 화장실 다녀온 사람은 원래 자리에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일부는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그냥가기 미안하다고 책을 한 무더기 사가기도 했다.

 

다음날, 친구들이 너무 재밌었다고 한다. 공연장에 비해 사람이 많이 와서 답답한 것을 제외하면 공연도 좋았고, 이야기도 좋았다고 한다. 물론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애정 없이 막말할 친구들은 아니니, 부족함이 없었다는 이야기로 들으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솔직히 내가 한 일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걸 어쩌나. 북 콘서트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김홍모 작가와 다른 만화가들도, 문화연대와 용산 범대위도, 그리고 살짝 내 이름도 끼어 넣어 다들 두 번째 세 번째 북 콘서트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충분했다.

 

북 콘서트만 잘하면 뭐하냐고? 당연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용산 참사를 알리고, 구속된 사람들의 재판에 힘을 보태고, 곳곳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강제철거를 막을 수 있다면 북  콘서트 아니고 뭐라도 좋다. 북 콘서트도 좋다. 그래서 또 할 거다. 미약한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혹은 오랜 싸움으로 지쳐있는 철거민들과 철거민의 친구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될 수 있다면. 다음 북 콘서트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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