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우려했던 ‘설마’는 ‘사실’이 되다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5호 후일담 1

 

우려했던 ‘설마’는 ‘사실’이 되다

- ‘국내 개최 국제영화제의 지원방향과 발전방향’토론회 후기

 

오유나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는 2010년 4월 8일(목)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 공공미디어연구소와 함께 ‘국내 개최 국제영화제의 지원 방향과 발전 방향’을 점검하고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 3월 17일, 문화부 주최, 영진위 주관으로 개최된 ‘국제영화제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고 당시 토론회에서는 국제영화제 국고지원 관련하여 국제 영화제를 문화적 역할로 보고 지원을 강화할 것인가, 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국제 영화제를 평가하고 국고 지원을 축소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자들의 첨예한 이견이 노출되었다. 당시 문화부는 6개 국제영화제에 대한 문제점을 영화산업 기여 미비, 프로그램 수급비용 과다, 비효율적 예산 운영(초청,이벤트), 관객 충성도 감소 등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문화부는 토론회 직후인 3월 23일, 국제영화제 국고지원을 결정하여 6개 영화제에 통보하였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설마’는 ‘사실’이 되었다. 2010 국제영화제지원심의위원회 결과 지원 대상 국제영화제는 2009년과 동일한 6개 국제영화제로 ,부산국제영화제에 15억(2009년보다 3억 축소),전주국제영화제에 7억(2009년보다 2억 축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4억 5천(2009년보다 5천 축소),서울국제여성영화제(2009년보다 1억 축소),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2억(2009년보다 5천 축소),제천국제음악영화제 2억 5천(2009년 동일) 등 총 35억(2009년 42억에서 2010년 35억)지원이 결정되었던 것이다. 또한 작년 집행액과 비교하면 분명 총 8억이 줄어들었는데도 7억이 줄었다며 그 1억은 군소영화제에 지원하려고 남겨두었다는 문화부의 변(變)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사실이 더해져 토론회를 준비하던 내내, 도대체 이 평가기준이 왜, 누구에 의해 어떤 잣대로 이루어진 것이며 과연 합당하고 투명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에서 도무지 사라지지 않았다. 활동가로서의 고민과 국내 개최 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의 망연함이 더해진, 포괄적이고도 복잡다단한 의문이리라.


창조산업연구원 대표이자 전 영진위 사무국장인 김혜준 씨의 진행으로 시작된 토론회는 영화평론가이자 광운대 교수인 강성률 씨의 ‘국제영화제의 문화적 역할과 국고 지원의 방향’에 대한 발제와 용인대 영화영상학과 허욱 교수의 ‘해외 유수 국제영화제 사례에서 본 지원 정책과 발전 방향’에 대한 발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가 건국 헌법 이래 채택하고 있는 헌법의 기본 원리인 문화 국가의 원리를 영화와 영화제가 반영해야 함을  짚어낸, 그리고 국고 지원의 방향에 대한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한 발제였다. 특히 제시한 기준 중 이번 토론회의 중심 토론주제였던 ‘다섯 째,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에서는 지금의 일괄적인 잣대로는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며 각 영화제의 특성을 고려한 잣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지금 문화부의 평가 기준은 일괄적이고 기계적인 평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름의 장점,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는 6개 영화제에 대해 동일한 눈금의 자를 대어 같은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 것은 결국 영화를 문화가 아닌 상품으로, 영화제를 문화제의 성격이 아닌 산업논리로만 보기 때문이 아닌가. 이어진 허욱 교수의 발제는 칸느 영화제를 예로 들어 영화제에 대한 정책의 문제와 지원을 둘러싼 '정상적인 상황‘과 ’정상적인 운용‘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칸느의 시작을 통해 영화제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칸느의 위기를 통해 영화제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 점검해 보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발제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토론에서는 논란과 이견이 연달아 도출되었다. 각자의 입장, 혹은 양 측의 이견이 팽팽히 맞섰다고나 할까. 지원금이 삭감된 6대 영화제,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각자의 시선은 참으로 달랐고 양 측의 논리는 매우 합치되기 어려워 보였다. 물론 토론회는 각 자의 입장과 기준, 논리를 들어보고 그러한 가운데에서 의견을 나누고 전달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기계적 중립을 위해 혹은 무난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달라도 이리 다르고 아니래도 이리 아닐 수 있을지. 특히 평가서를 위탁받아 작성했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정헌일 책임연구원은 평가 보고서가 산업적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는 여러 토론자들의 지적에 문화부 문화산업국의 업무 중 하나가 영화‘산업’에 대한 진흥임을 강조했고 평가는 공정했음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하게 설명했다. 또한 산업적 측면에 대한 옹호로 한국일보 논설위원이자 영진위 위원인 이대현 씨의 토론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눠주기 식 영화제 배분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정부와 영화인의 선택과 집중은 다르다, 자극제로서의 계기로 삼아라 와 같은. 얼핏 들으면 매우 타당하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수없이 들어본 말이기도 했다. ‘경쟁’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맹신에 가까운 기준과 논리 아니던가. 살아남은 것은 살아남길 가치가 있다는 식의, 좌도 우도 없되 오직 경쟁만 있다는 식의 생존에 대한 강요. 마지막 토론자인 공공미디어 연구소 임순혜 이사는 ‘국제영화제에 대한 평가기준에서 산업적 기여도를 3점에서 12점으로 배점을 높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지원금 축소이유는 관객이 줄었다는 점이었는데 영화제 예산축소로 인한 상영관 축소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 관객감소가 평가기준이었다는 결국 구조적인 악순환의 필연적 연속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또한 2008년 ‘문화미래포럼’의 ‘문화예술계 현안과 과제’라는 문건이 고흥길 문방위 위원장에게 전달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결국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이러한 영화제 예산지원 축소가 이루어졌음을 토론회 중에 밝히기도 했다. 최문순 의원실은 토론회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영화제에 대한 평가위원 7명 중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 및 정초신 부위원장 등 문화미래포럼 관계자들이 다수 포함됐음을 지적한 바 있다.


세 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토론회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논란과 이견이 팽팽히 양 쪽을 오가는 열띤 토론회였기도 했지만 그만큼 우리 시대, 문화산업인 영화와 영화제의 위치가 크고 중요하며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만큼 그 어느 편에서도 놓칠 수 없는 ‘하나의 가치’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인 것이다. 토론회를 마치며 사회자인 김혜준 대표는 이런 제안을 했다. 평가기준 설계에 대한 영화제 관계자들의 평가, 즉 역 평가를 해보자는 이야기였다. 그 주제가 무엇이든 앞으로 더 많은 관점, 더 많은 논란, 더 많은 토론이 오고 가는 자리가 계속 해서 부지런히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에 무엇보다 고개가 흔쾌히 끄덕여졌다. 더 열심히 토론하고 더 열심히 고민하며 평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대해 올바른 평가가 내려질 수 있을 때까지, 그리하여 국내 개최 국제 영화제의 올바른 그리고 정당한 지원 방향과 발전 방향이 모색되어 실행될 때까지 문화연대 미디어 문화센터의 활동가인 나 또한 반드시 분투하리라 다짐해 본, 참으로 뜻 깊은 토론회였다. 영화제라는 축제가 언제까지나 영원하길 바라기에, 그리하여 그 곳을 찾는 관객들의 설레임과 경쾌한 발걸음이 그 속에서 늘 함께 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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