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여보자”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6호 후일담 1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여보자”
[체육문화위원회4월포럼]비만히스테릭 - 누군가 비만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하장호(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나는 뚱뚱하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 부터 지금까지 나는 늘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렇다 보니 ‘비만’이니 ‘다이어트’니 하는 단어들은 내겐 꽤나 익숙한 단어들이다. 비만을 ‘히스테릭’하게 받아들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사춘기 시절엔 콤플렉스이기도 했고 그 시절을 지나고 나서도 비만과 다이어트는 오랫동안 마음의 짐이었다. 최근 몇 년간 이러저러한 이유로 병원을 드나들 때마다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이 “살 좀 빼셔야겠어요.”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런 내게 지난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 월례포럼 ‘비만히스테릭 - 누군가 비만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뒤집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날 포럼에는 비만이란 주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반영한 듯 평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였다.

 

발제자였던 이대택 선생님은 지금까지 알려진 비만에 대한 과학적 증거들이란 것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만산업이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과학자들과 자본이 과학적 근거들을 조작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건강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4~5% 정도에 불과함에도 비만산업과 결탁한 과학자들이 전체 케이스의 10~20% 만을 가지고 비만의 위험성을 부풀려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OECD 국가 중 비만율이 가장 낮은 편이지만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과 열풍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의학, 보건, 식품업계, 다이어트업계, 패션업계 등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사실 비만을 이용해 그 누군가 자신의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가고 있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비만과 건강간의 상관관계 자체가 조작되고 부풀려져있다는 얘기는 제법 충격적이기까지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적’ 근거들과 ‘통계적’ 수치들이 객관성을 보장해준다고 생각하고 이에 근거한 ‘비만은 건강의 적이다’라는 명제는 일종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솔직히 처음엔 이대택 선생님의 주장에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발제가 계속 진행되면서 제시되는 다양한 자료들은 체중과 건강을 단순히 묶어서 생각하는 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확인시켜 주었다. 인간의 수명과 체구, 건강에 관련한 자료만 보더라도 지난 100여 년 간 사람들의 체구는 계속 커졌지만 수명은 계속 늘고 있으며 평균적인 체중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심장병, 폐질환, 관절염 등 생활습관병이라 볼 수 있는 병들의 발병률은 줄어들고 있고 그 시기도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비만지수를 체중과 키의 상관관계로 볼 때 비만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더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체중과 키의 상관관계로 비만도와 건강함을 측정하는 방식 자체도 문제가 있었다. 최초의 신장-체중표 자체가 과학적 연구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19세기 말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가입자들에게 할증료를 적용하기 위해 단순한 통계들을 조합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또한 한국에서 비만평가의 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Broca 공식은 100여 년 전에 치료시 투약량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체중과 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기엔 어려운 지표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로 사용되는 지표들도 숫자와 공식으로 표현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인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지표들을 기준으로 한 정상체중의 범위도 자의적이고 정치적 의도하에서 설정되어 비만산업의 성장에 따라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비만 인구로 떠밀리고 있었다.

 

이대택 선생님은 발제를 마무리하며 건강을 체중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체력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체중이란 일상생활의 자연스런 결과물이며 잘 먹고 잘 움직이는 건강한 일상을 통해 자연스레 개개인에게 가장 적당한 체중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체중이 건강한 삶을 위한 목표가 될 수 없으며 단순히 체중을 조절하는 것으로 건강해 질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란 것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 학교체육이나 생활체육을 활성화 하는 것과 같이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확인하며 발제를 마무리 하였다.

 

이번 포럼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비만은, 살을 뺀다는 것은 대단히 사적인 문제였다. 그리고 이른바 정상적인 몸의 범주에 들어가기 위해 다이어트와 같은 방식으로 스스로의 몸을 괴롭혀 왔다. 하지만 포럼을 듣고 나서는 나의 몸에 새겨진 다양한 의미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예전처럼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지금 내 목표는 단순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 것.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 건강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그래서 마음이 제법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