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8호 기획기사
운전자는 없다. 그래도 미디어버스는 달린다
정소연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팀장)
“어찌나 트렌디 하신” 유인촌 장관이 아이패드로 문제를 일으킬 때 난 엉뚱하게도 아이패드가 종이책을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첨단기기의 등장으로 인해 사람들이 책을 보지 않는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약속장소였던 서점은 대대적인 공사를 행하면서 살아갈 궁리를 하고 있다. 팔리는 책은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졌던 소설들과 무슨 나이에는 뭘 꼭 해야하고, 어디를 가야하며,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자기개발서 뿐인 그깟 서점 없어도 그만이다.
... 라고 생각하기엔 마음이 짠했다. 그깟 서점이 없어도 책은 끊임없이 나온다. 유명하지 않은 작가이기에, 난생처음 들어보는 출판사이기에 쉽게 만날 수 없지만 어디선가 쓰윽, 누군가의 손에서 가방에서 발견된다.
그 책, 어디서 사셨어요?
자가출판, 독립출판, 자주 출판 이라는 말이 낯설지만은 않은 요즘이다. 홍대의 문화공간들에는 매일 새로운 출판물들이 넘쳐 난다. 읽기가 무색할만큼 가볍기도 하고, 어느날 난데없이 연재가 중단되어버리거나 조용히 사라지는 것들도 많지만 어떤 것들은 재기발랄하고, 날카로우며, 심도있는 작은 책들을 발견한다.
블로그 하나쯤은 필수적으로 관리하는 요즘 파워블러거들은 당연히 책 한권쯤 출판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다못해 SNS 서비스들은 구독하기 기능을 추가해 정기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읽게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구독하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이제 독자와 작가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새삼, 독립출판이라는 것이 새로웠다.
이미 이바닥에서 유명한 잡지 '보일라' 를 보다가, 꽤나 묵직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 있는 북소사이어티를 지나다가, 재기발랄한 청소년들이 만든 환경잡지 '지구방위대'를 보다가 !!
자가출판이 뭐 별건가. 밤을 새며 만들던 학급문고는 지구종말을 불러이을킨 20c소년의 ‘예언의 서’ 까지는 못되더라도 꽤나 정성들여 만들던 생애 첫 출판물 아니었을까? 물론 자가출판, 독립출판물의 내용의 질을 보장 할 수 없다거나 (질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 모르겠지만), 지속적이지 않다거나(연재물의 경우 흥미로운 소수의 독자들의 애타는 심정과는 다르게 작가의 사정으로 폐간되는 경우가 잦다), 너무 구하기가 어려워 발품을 부지런히 팔아야 한다는 불편함들이 있지만 자가출판의 책들은 꽤나 매력적이다.
팔릴 것 같은 컨텐츠로 잘 포장한 책들, 유명인들의 자서전 및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의 충고성 글들, 지식인들의 잘난척 책들이 지겹다면...
깔끔하게 청소하며 사는 노하우부터, 모나미 볼판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담긴, 청년예술가들의 기발한 예술작업이 담긴 흥미로운 자가출판작들을 만나보자.
쓱쓱 써내려간 작은 책들이 주는 일상의 재 발견을 경험하게 될테니 말이다.
[끈더하기]
여자들의 리얼 감성을 담은 책 공방 '마호'(blog.naver.com/hpc_maho)
: 일 년에 약 4권씩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 여행, 인테리어 책을 출간한다. 돈들이지 않고 일상속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심플 인테리어 레시피』와 같은 책들이 마호를 대표한다.
출판사 ‘미디어 버스’와 서점 ‘더 북 소사이어티’ (www.mediabus.org)
: 출판을 매개로 예술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기획 그룹 미디어버스. 20여권의 책을 출판했고 4-5종류의 소규모 독립잡지 『진』(Zine)을 만들고 있다. 주로 디자인 관련 책과 아티스트 북을 전문적으로 출판하고 있으며 이 같은 작은 출판물을 판매하기 위한 공간 ‘더 북 소사이어티’를 운영하고 있다.
음반과 책이 함께 '레이블 매뉴얼' (www.themanual.co.kr)
: 음반과 책이 함께 만들어지는 공간 레이블 매뉴얼은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류한길이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음반은 대부분 아티스틀의 프로젝트 연주회를 레코딩하여 이뤄지고 책출판과 함께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진행된다.
‘유어마인드’(your-mind.com)
: 소규모 출판물과 독립 잡지, 오래된 책과 잡지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국내에서 출간된 소규모 출판물과 독립 잡지 대부분이 입점해 있다. 소규모·자가 출판 등에 호감이 있다면 꼭 한번 들어가봐야 할 곳.
한페이지단편소설 http://www.1pagestory.com/
: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같은 주제로 글을 공모하고 독자들이 투고한 글을 모아 잡지를 발행한다. 한페이지 단편소설 후원자에게 책은 발송되며 참여제한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