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독립영화전용관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9호 특집기사 2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독립영화전용관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독립영화, 좋아하세요? 독립영화, 어디서 보시나요? 보고 싶은 독립영화가 가까운 곳에서 매일매일 상영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위와 같은 질문은 어쩌면 낡은 질문입니다. 또한 식상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저 낡고 식상한 질문을 꺼내들고 오래전 그 시작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사)한국독립영화협회의 제안으로 영상미디어센터(2002년)와 독립영화전용관(2007년)을 설립하고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돌연 두 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독립영화인들은 위의 사업들이 공모제로 전환될 경우 그간 축적된 운영의 성과가 무시될 우려가 있고 사업의 안정성 또한 담보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또한 공모제로의 전환 이전에 현재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진위는 이런 제안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졸속적으로 공모제를 강행했습니다. 심사결과 선정단체가 결정되었고 영진위의 두 사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매우 모호하고 불투명한 선정과정과 선정된 단체의 적정성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습니다.

 

영상미디어센터를 비롯한 독립영화전용관사업은 정권의 시혜적 사업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독립영화 진영에서 필요성을 제기하여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입니다. 이 성과는 운영주체나 지원주체의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나누어야 할 공공의 자산입니다. 그 취지가 박탈된 곳을 인정할 수 없기에 수많은 독립영화인들은 현재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 관객과의 소통창구가 절박한 독립영화인들임에도 그 공간에서의 소통을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필요한 것은 영화가 틀어지기만 하면 되는 그런 공간이 아닙니다. 공간이 바탕이 되어 거대극장이 외면하는 비상업적이고 도전적인 독립영화들의 상영기회가 확대되고 관객의 영화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자본의 논리 안에서의 영화배급방식이 아닌 대안적인 배급방식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실험과 노력의 결과가 축적되고 그것은 또다시 소외된 지역에 더 많은 독립영화전용관들이 생겨나게 해야 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현재, 독립영화전용관의 역할이며 ‘제대로 된’ 독립영화전용관입니다.

 

저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듭니다. 그간의 노력과 성과가 무시되고 독립영화전용관의 취지에 부합되는 공간이 사라진 현재 독립영화전용관의 필요성부터 다시 환기시켜야 합니다. 독립영화를 비롯한 대안적인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시혜적으로 사고하는 정부의 정책은 분명 변화되어야 하고 그 변화를 위해 함께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원정책이 변화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자생적인 독립영화전용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노력과 경험이 흩어지지 않도록, 독립영화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독립영화전용관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또한 많은 분들의 후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조만간 내밀 작은 손을 함께 맞잡아 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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