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시각 다른분석

다른시각 다른분석
실종된 대학문화의 가능성은 있는가

참세상  / 2005년05월27일 21시39분

홍석만/《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이번 순서는 <다른시각 다른분석>입니다.
대학문화가 위기라는 이야기,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한 때 저항적이고 진보적인 문화의 대명사로 불렸던
대학문화의 현주소는 무엇인지
문화연대 정책실에 계신 김 완씨를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홍석만/ 네, 얼마 전에 고대에서 있었던 이건희 명예박사 수여식 사건이
한동안 언론에서 얘기가 많이 됐었는데요,
사실 이 사건이 학생들간의 갈등으로 표면화되면서
대학 내부의 문제와 학생운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졌는데,
먼저 이 사건을 어떻게 보시는지 얘기를 좀 해봤으면 합니다.

김 완/ 사실 고대에서 있었던 사건은 대학문화나 대학 사회,
학생 운동의 문제라기보다는 이건희, 그리고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있었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로 보입니다.
이 일은 대학생들이 기업이나 재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의 변화라고도 볼 수 있고,
대학에 큰 돈을 들여 투자를 하는 삼성의 마케팅방식자체가
결국은 대학이 취업을 전제로 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사건에서 학생들이 이건희 회장에게 했던
저항의 방식에 대해 논의 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결국 삼성이라는 자본이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 역시 이 사건에 대해서
그야말로 삼성에 엎드린 보도를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 사건에서 주변부적이었던 학생운동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홍석만/ 사실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요즘의 대학문화나
대학 사회를 얘기하면서, 위기의 대학문화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그렇다면 실제 현재 대학의 모습은 어떤가요?

현재의 대학은 취업을 위한 기능인 양성소 대학문화의 특수성 찾기 어려워

김 완/ 지금 대학의 모습은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좀 더 좋은 곳에 취업을 하기 위한 기능인 양성소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점차 실용적인 학문이
대학에서 인정받고 있고, 그렇지 않은 비인기학과들은
학생들의 전과나 편입 등으로 학생수가 점점 줄어가고 있고요,
또 워낙 취업난이 심하기 때문에 학교 수업이나 활동보다는
학교 외에서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활동의 중심이 더 이상 대학이 아니게 된 것이죠.
예를 들어 영어 학원을 다니지 않는 대학생이 거의 없는 것이나,
방학 때마다 기업의 인턴 사원으로 일하거나,
최근에는 기업들이 이력서에 스펙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봉사활동이나 배낭여행도 취업 준비의 일부로 행해질 정도입니다.
또 예전에 비해서 대학생의 수가 현저하게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대학문화만의 특수성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대학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대부분의 대학생들 역시 연예인이나 스포츠 얘기가
대화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죠,

홍석만/ 네, 또 요즘은 대학축제인 대동제 기간이기도 한데요,
대동제 역시 예전과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요즘의 대학축제는 자본과 결합한 일종의 쇼비지니스 사업

김 완/ 요즘 대학 축제들을 보면 함께 참여하는 행사라기보다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쇼비지니스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이나 감수성이
곧 대중문화소비로 오해되고 있는 거죠.
사실 행사를 진행하면서 유명 연예인을 부르지 않으면
사람을 불러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른 행사를 기획하기 어렵기도 하고,
또 대동제 같은 학내 행사에 자본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건 대학과 자본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죠.

홍석만/ 이런 변화의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김 완/ 이런 대학의 변화는 사실 전체 대중문화의 변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90년대 중반의 문화 담론이 폭발하면서 우리 사회는
정치의 시대에서 문화의 시대로, 아날로그 문화에서 디지털 문화로,
또 억압의 시대에서 분출의 시대로 변해왔습니다.
대학 역시 이념의 공간에서 이제는 욕망을 실현하는 공간이 되었고,
정치적 진보보다는 정서적 진보가, 조직문화 보다는 개인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죠.
사실 지금 대학생들은 소비 자본주의의 확대 속에서 살아온
소비자본주의의 주체들입니다.
수많은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그들은
대학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대신
대중문화의 가장 큰 소비주체가 되는 것이죠.

홍석만/ 그렇다면 지금 대학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 완/ 80년대의 대학문화는 청년문화의 전부가 아니라
부분으로 존재하면서 그 나름의 특성을 지닌
소수문화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성세대의 문화에 반발하는 저항적 문화로의 특징도
가지고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의 대학문화는
청년문화의 주류적 문화로 부상하게 됐습니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면서 대학생의 수가 늘어나게 되었고,
그러면서 대학은 신분 상승과 지식권력 획득을 통해
사회적 계급 상승을 꿈꾸는 욕망의 공간으로 변화하게 된 거죠.
예를 들어 80년대의 대학생들의 모델이
인간시장의 장총찬이었다면, 지금의 대학생의 모델은
논스톱의 앤디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 대학이라는 공간은 그 안에 다양성이라는 것을
긍정할 때만이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석만/ 대학이라는 공간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문화가 계속 얘기되는 이유는 뭘까요?

김 완/ 예전부터 대학문화는 단순히
대학생들의 집단적인 하위문화가 아니라
사회전반의 문화, 대중문화에 창조적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특히 70-80년대 대학문화의 경우에
기성사회의 문화에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그 위치를 확보했었는데요,
사실 기성사회의 문화는 자유롭지도 못하고
실험적인 시도가 불가능한 공간인데 비해서
대학은 그런 자유롭고 비판적인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인데도 현재 대학은 그런 창조적인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죠. 오히려 대중문화를 쫓아가기만
급급하기 때문에 대학문화가 없다, 혹은 대학문화가 위기이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그럼 대학문화의 주체인 대학생들은
대학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대학문화의 스타일화만 존재, 대학문화의 성역화

김 완/ 대학생들에게 대학 문화는 더 이상 특수한 집단의 세대 문화라는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대학문화의 스타일화만 존재하게 됐는데요,
TV나 영화 속에 나오는 대학생들의 모습,
예를 들어 논스톱에 나오는 대학생들의 모습만이 남게 되는 거죠.
또 사실 지금의 대학문화는 소비자본주의의 대중문화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지만
대학생들 스스로는 대학문화는 뭔가 다르다,
대중문화의 상위문화다라는 식의 성역화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홍석만/ 작년에 한국대학신문에서 전국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여타 생활에 있어서도 보수화 경향이 뚜렷해 보이는데요,
선호하는 정치인 1위는 박근혜,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경제적 안정을 꼽았고,
성의식을 묻는 질문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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