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시각 다른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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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농민총파업, 그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

참세상  / 2005년06월19일 1시28분

홍석만/《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이번 순서는 <다른시각 다른분석>입니다.

농민총파업이라는 말,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는 말인데요,
이번 6월 20일부터 농민들이 농민총파업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어렵다는 농민들이 왜 총파업까지 해야 하는지 전국농민회총연맹의 대협국장이신 이영수 국장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홍석만/ 농업 농촌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요,
어느 정도까지 어려운지 먼저 말씀해주세요.


<1. 우리 농업, 농촌의 현실>

우리 농촌의 현실 - 낮은 소득, 복지시설 미비, 농가인구 감소

이영수/ 먼저 소득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도시 가구 소득에 대비해서 농가 평균 소득은 매우 적습니다.
농가 평균 부채는 2800만원이나 되고요.
요즘 농민들은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만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소득이 낮다는 것도 문제지만 농촌 지역은
문화, 의료, 교육 등의 복지 시설의 사각지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 교육 때문에 가족이 따로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자꾸 농촌을 떠나게 되는 것이죠.
지금 농가 평균 연령이 58.7세입니다.
거기다 30세 미만의 비율은 겨우 0.2%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농촌에서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신생아 등록이 되는 일도 생기는 것입니다.

홍석만/ 농사를 지을수록 빚이 늘어난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이영수/ 농가수입이 적다보니까 젊은 사람들은 자꾸 농사 규모를 늘리는데,
이렇게 규모화 하는 것이 결국 다 비용이 드는 일인데요.
젊은 사람들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서
정부 정책 자금에 의존해서 농토나 기계를 마련하죠.
이렇게 빚을 져서 농사 규모를 늘리지만
농산물 가격이 보장되지 않아서 계속 빚이 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성실하게 농사짓는 사람일수록, 또 농사규모가 클수록
빚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홍석만/ 이렇게 우리 농촌, 농업이 이렇게까지 어려워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대외적 요인 - WTO, FTA 등 자유무역
국내적 요인 - 정부의 농업말살정책

이영수/ 대외적으로는 WTO나 FTA 등 자유무역의 압박이
우리 농촌을 피폐하게 만드는 큰 원인입니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의 수입개방으로 인해서
농촌 현실이 더 악화되었지요. 농촌에 사람이 없어지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또 농산물 개방 후 키울 수 있는 작목의 수도
줄어서 남은 작물 범위 내에서 농민들이 서로 경쟁하느라
더 힘들어졌습니다.
또 정부의 농업에 대한 일관성 없는 정책도 큰 원인입니다.
농업포기정책으로까지 불리는 정부의 정책은 농업을
계속 구조조정하고 농촌을 점점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홍석만/ 말씀하신 것 중에 한-칠레 무역협정인 FTA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요, 이 FTA의 1년 평가를 하면서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농업부문의 피해는 별로 많지 않은 데에 비해
FTA 체결로 공산품 수출이 커졌다는 평가를 내렸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언론의 농업 피해 축소 보도
공산품 수출 증가 원인은 중남미의 급격한 경제성장

이영수/ 이런 평가는 농민들의 평가와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입니다.
언론은 농업부문의 피해를 축소해서 보도해왔습니다.
그리고 공산품 수출 증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실 한-칠레 FTA 체결 때문에 공산품 수출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남미의 사상 유래 없는 경제성장이
공산품 수출 증가의 진짜 원인인 것입니다.

<2. 쌀 개방 협상의 문제점>

홍석만/ 이번엔 지난해 있었던 쌀 개방 협상에 관해서
얘길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먼저 쌀 협상의 경과를 간략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영수/ 네, 지난해 있었던 쌀 개방 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쌀의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한 협상의 마무리를 위해 재개됐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국민과의 합의 없이
비공개 밀실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관세화를 10년 유예했다지만 쌀 이외의 품목도 협상하고
10년 후 완전 개방에 합의하는 등 최악의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홍석만/ 이번 쌀 협상과 관련해서 ‘이면합의’냐 ‘부가합의’냐를 두고
국회 국정조사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농민단체에서 이번 협상을 바라보는 입장은 무엇입니까?

이번 쌀 협상은 분명한 이면합의

이영수/ 사실 핵심은 이면합의냐 부가합의냐 하는 말장난이 아닙니다.
쌀 개방 협상을 시작하면서 정부는 쌀 이외의 품목은
절대 쌀과 연계시켜서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쌀 이외의 사과나 배 등의
다른 품목들을 협상 한 것이죠. 정부에서는 관세화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면서 이걸 부가합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설령 그것을 부가합의라고 한다고 해도
이런 부가합의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이번 협상이 이면합의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홍석만/ 농민들은 쌀이 개방되면 한국농업이 망한다며
총파업을 해서라도 막겠다고 하고 있는데요,
우리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쌀 개방이 되었을 때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쌀 개방 이후 -> 다른 작목으로 전환 -> 과잉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
-> 농민들 연쇄 도산

이영수/ 사실 쌀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쌀은 전체 농민의 75%가 경작하는 제일 중요한 작물입니다.
쌀은 농업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며,
농민들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쌀 개방이 된다면 쌀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더 이상 쌀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돈이 되는 다른 작목으로 전환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작목들 역시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연쇄적으로 하락하게 되고 이는 농민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결국 한국 농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것이죠.


홍석만/ 말씀하셨듯이 농민단체들은 이번 쌀 협상이
한국농업을 붕괴시킬 최악의 협상이라고 평가하는데,
이번 협상의 문제점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세요.

쌀 개방 협상- 과정, 결과 모두 최악의 협상
과정- 밀실 비공개 협상
결과 - 소비자 시판 허용, 나라별 쿼터 배정, 이면합의로 인한 피해액 증가

이영수/ 이번 협상에서는 수입 쌀을 소비자 시판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소비자 시판을 불허했을 때도 불법으로
중국산 찐쌀 등이 유통되면서 쌀값의 하락을 가져왔는데,
소비자 시판을 허용했을 때는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 아닙니까.
심지어 미국이나 중국 등에는 얼마만큼의 양의 쌀을 꼭 사겠다는
나라별 쿼터까지 배정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쌀 이외의 품목에 대한 이면합의로 그 피해가
쌀 수입 피해액의 12배 정도 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차라리 관세화를 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죠.

홍석만/ 지난 8일 쌀 협상과 관련한 국회 비준안이 국회에 제출됐는데요
이에 대한 농민단체들의 입장은 어떤가요?


이영수/ 현재 국회 국정조사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충분한 정보접근도 허용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이번 국정조사를 국회비준안 통과를 위한
명분 쌓기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 농민들은 6월 20일 농민총파업과
28일 대규모 상경투쟁 등을 통해서
이번 국회비준을 반드시 막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WTO 무역체계 내에서 국회비준을 막는다는 것이 가능한가요?

이영수/ 세계무역 질서의 관리자임을 자처하는 미국조차
투자협정 체결이후에도 비준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3년이고,
길게는 10년이 지난 후에야 비준통과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가 WTO에 보낸 쌀협상문에도
‘국내법 절차가 끝나는 대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다른 말로 국내절차가 다소 연기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국내대책 수립과 WTO DDA 협상동향을 고려해
굳이 6월에 통과시켜야 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3. 농민 총파업의 소개와 의의>


홍석만/ 그럼 이제 말씀하신 농민총파업에 대해
얘기를 좀 더 해 봤으면 하는데요, 우선 농민들이 총파업을 벌인다,
이 말이 좀 생소하게 들리는데요, 간단히 설명을 해 주시죠.

농민총파업 - 농민들이 농업을 걸고 싸우겠다는 것
농산물 출하거부, 대규모 상경투쟁 등의 계획

이영수/ 총파업이라는 말은 그동안 노동자들의 투쟁에만 사용되어 와서
농민들이 파업을 한다는 게 다소 어색해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실제 농민총파업이 처음 제안됐을 때 농촌 현장에서는
농민들이 무슨 파업이냐는 질문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농민총파업이란 결국 농민들이 농업을 걸고 싸우겠다는 것인데요,
농민들은 WTO와 농업말살정책을 펼치는 정부 때문에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농업을 파하고,
천직으로 알고 있는 농민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농산물 출하거부 운동을 벌이고, 시, 군별 농민대회,
대규모 상경투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사실 6월 20일쯤이면 굉장히 바쁜 농번기인데요, 이 시기에
농민들이 이렇게까지 힘든 투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입개방 강요 · 농업말살정책에 대한 마지막 대응
쌀 협상 무효, 국회비준 저지 요구


이영수/우리 농민들은 지금까지 고구마, 고추, 파, 마늘, 쌀 등
농산물의 가격보장을 요구하는 시위에서부터 우루과이라운드 반대,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개방농정에 반대하는 시위까지
안 해 본 투쟁이 없습니다. 농산물도 적재해보고, 소도 풀어보고,
고속도로도 막아보고, 10만이 넘는 대규모 시위대가 상경해서
서울 곳곳을 휘저어도 봤습니다.
이런 우리 농민들의 피땀 어린 투쟁으로 성과도 있었지만,
수입개방을 강요하는 외세와 정부의 농업말살정책에 맞서기에는
힘이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민족의 생명줄인 쌀까지
개방하고, 6월 국회에서 비준을 하려들고 있습니다.
이제 농민들이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홍석만/ 그럼 이번 농민 총파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영수/ 사실 휴대폰이 없거나 차가 움직이지 않으면 불편하긴 하지만
사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공장을 멈추고 파업을 하면 언론이 연일 들썩이고
정부가 협상을 하자고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 농민들에게는
노동자들과의 파업보다 훨씬 큰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쌀 안 팔고 농산물 안 팔아 버리는 것입니다.
아무리 고관대작이라도 밥 안 먹고,
농산물 안 먹고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
농민들이 쌀 안 팔고 농산물 안 팔겠다는 선포만 해도
농산물 가격은 요동을 칠 것이고, 농산물 특성상 사재기에도 있어
당장 먹을 게 없게 되면 이보다 큰 사회적 이슈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굳이 서울에 안 가지 않고 싸우지 않아도
도시민들이 먼저 우리에게 사정하고
정부가 먼저 제 발로 농민들에게 찾아와 협상하자고 덤빌 것입니다.
그러면 쌀 개방 국회비준도, 추곡수매제도 다시 원점에 돌려놓고
그야말로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노동자들의 총파업과는 비교도 안 되는
우리 농민식 총파업인 것입니다.

홍석만/네, 그럼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 주세요.

농업에 대한 많은 국민들의 관심 필요

이영수/ 휴대폰 팔아서 쌀 사먹겠다는 생각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쌀 개방 문제는 농민의 생존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식량주권에 관한 문제이니만큼 농민들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이 문제를 농민의 문제로만 국한시키지 말고,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싸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홍석만/ 네,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영수/ 예, 고맙습니다.


#9. 클로징

홍석만/ 쉘링 효과라는 국제협상전략을 들어보셨습니까?
자국의 반대여론을 적절히 이용하는 협상전략이라고 하는데요,
한마디로 우리나라 국민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니
그 쪽에서 양보해 달라고 하는 협상전략입니다.
그런데 이 전략은 다른 나라를 상대로 해야 하는데요,
노무현 정부는 우리 농민들을 상대로
쉘링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협상대상국에 누가 되기 때문에 협상안을 공개할 수 없다고
협박하질 않나, 이면합의를 하고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더니,
노력했으면 됐지 어쩌란 말이냐고 윽박지르기도 한답니다.
과연 이 정부, 누구의 편이란 말입니까?


《시사프로젝트 피플 파워》, 오늘 순서 여기서 모두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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