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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때

참세상  / 2005년10월17일 18시36분

홍석만/《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이번 순서는 <다른 시각 다른 분석>입니다.
최근 저출산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정부에서 내놓는 각종 지원정책에도 저출산이 계속되는 것은
엄청난 양육비와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보육문제 때문이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보육의 공공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보육 노동자들은
그 노동성조차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상태로 일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보육의 공공성 확보에 관한 이야기와
보육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현실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대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자리에 전국보육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이신
김지희씨 나와 주셨습니다.


홍석만/ 먼저 보육노동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보육이라는 말에는 익숙하지만 보육을 ‘대가를 받는 노동’으로
보는 것이 약간 낯설기도 한데요,
노동으로서의 보육은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보육노동의 과정과 결과는 사회 유지의 기본적 조건
김지희/ 보육이 워낙 가족과 여성에게 당연한 노동으로 여겨져서
보육을 노동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아마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육노동은 노동 1등급에 해당하는 상당한 육체노동이고
고도의 정서노동이 결합된 것입니다.
또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매겨지지 않은 상태에서
약자인 여성들에게 강요된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돌봄 노동이 없는 사회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필수적인 노동입니다.

홍석만/ 그런 보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셨듯이
보육이 여성들에게 익숙한 노동, 혹은 단순한 업무라는
인식도 여전히 많지 않나요?

김지희/ 네, 그렇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육은 주로 여성에게 부담지워졌고
여성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편견이 고정화되어왔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사람을 키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 엄마가 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엄마는 많은 어려움과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오랜 시간 한 아이를 돌보고 경험을 축적시키면서
그 아이에 대해서만은 전문가가 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보육노동자는 동시에 많은 수의 아이들을
정해진 기간동안만 보게 되므로 역으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육 업무를 여성 친화적이거나 단순 업무로 취급하는 것은
성별 분업과 여성의 이중 착취를 합리화하려는 의도일 뿐인 것이죠.

홍석만/ 네, 그럼 이번엔 실제 보육현장에 대해서 얘기해 봤으면 하는데요,
우선 보육노동자의 특수성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시죠.


보육 시설의 민간시설 난립으로 대부분 영세화, 시장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는 일

김지희/ 사실 보육 노동자는 보육시설에서 일하는 교사, 주방담당,
재정사무, 청소부 모두를 가리키지만 실제 보육현장은
이런 여러 가지 업무의 영역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적합한 인력 배치가 구조 속에서 아예 고려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교사가 취사업무나 청소, 사무 등을 겸임하고 있고,
또한 보육 시설 중 민간시설의 난립을 국가가 허용함으로써
보육기관들은 대부분 영세화, 시장화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전국 시설 수가 25,000개, 전국 보육노동자 수가 100,000만으로, 대부분의 보육노동자들이 평균 사용자대 노동자 비율이 1:4인 영세사업장들에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돌봄 노동의 특성상 단순한 서비스 노동이 아니라 긴급성과 강제성이 동반되는 노동입니다. 투여되는 시간을 줄일 수 없고,
돌봄을 멈추게 되면 그 대상은 결정적인 해를 입을 수도 있어서
대부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홍석만/ 소규모사업장에서 여러 업무를 한꺼번에 맡고 있다면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요, 현재 보육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보육노동자 평균임금은 100만원 미만이 50% 넘어
여성노동자 비율 99.9%, 근속연수도 3년 내외
현재 보육현장은 안정적 노동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상태


김지희/ 네, 여러 통계들을 보면 보육노동자의 어려운 현실이 드러나는데,
우선 보육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00만원 미만이 50%가 넘고
최저임금 미만으로 급여를 받는 보육노동자가 전체의 25%가 넘습니다. 평균 1일 근무시간 역시 10.5시간에 달하고 있고요.
기존까지는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일을 했었는데
최근 들어 계약서를 써도 계약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내년에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실제 여성노동자가 99.9%이상이고, 평균 연령은 20, 30대
근속연수가 3년 내외이고, 1년 미만인 경우도 32%나 됩니다.
이런 결과들을 봤을 때 보육현장은 안정적 노동현장의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홍석만/ 보육 노동자들의 상황이 이렇게 열악해 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지희/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보육은 사회의 재생산과 아동 인권,
보호자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중요한 공공재입니다.
하지만 실제 국가와 사회가 그 책임을 외면했던 것이죠.
아동 한명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이미 한 가족이나 보호자가
부담할 수위를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사회가
이를 지원하지 않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시설이
난립하면서 보육노동자의 인건비 및 노동조건은
끊임없이 착취당해온 것입니다.

홍석만/ 얼마 전 보육 노조도 출범했는데요,
어떻게 보육 노조를 결성하게 되셨나요?

김지희/ 보육노조는 2005년 1월 16일 정식 출범하게 됐고
현재 5개 지부, 3개 준비지부가 있는 전국 산업별 노조입니다.
사실 보육은 초기 빈곤가정의 아동을 보호하고
노동해야 하는 보호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복지적 차원으로 많이 설립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많은 보육노동자가 보육의 질을 높이고 현장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 보육노동자 자신의 노동조건이 향상되지 않는 한
보육의 질은 나아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요,
이런 고민을 안고 보육노조를 만들게 됐죠.

홍석만/ 그럼 보육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어떤가요?

김지희/ 다양한 보육관련 조사나 토론 등에서 보육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관할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보육노동자에 대해 일관성 있는
어떠한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아무런 입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홍석만/ 사실 보육노동자들의 문제도 있고, 보육 시설의 문제도 있을 텐데
올해에도 ‘꿀꿀이죽’ 사건 등으로 보육 시설에 대한 문제점들이
지적된 바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보육 시설의 실태는 어떤가요?

현재 보육 상황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 대부분

김지희/ ‘보육은 아이들이 정당하게 누려야 할 최초의 평등’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현재 보육 상황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
많다보니 인건비나 급식비, 간식비 등을 제대로 쓰지 않거나
반별 아동 수를 부풀리는 등 시설비리가 끊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정원을 초과해서 아이들을 받으면 교사의 돌봄이 부실해 지게 되고
공간 문제도 생기게 되죠. 급식이나 간식 역시 정원의 양을
쪼개서 사용해야 해서 문제가 생기게 되고요.
이 과정에서 교사 역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고..
하지만 민간시설들이 워낙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서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홍석만/ 현재 우리나라 보육 시설의 국. 공립시설과 민간 시설의 비율은
어느 정도 인가요?

국.공립 시설 5.3%, 민간시설이 80%에 달해

김지희/ 현재 국․공립 시설이 총 5%내외이고, 법인 시설이 15%,
그리고 민간시설이 80%에 달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정부에서도 보육 공공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도
민간시설이 굉장히 많은데요, 국, 공립 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민간시설의 영리추구로 인해 보육의 질 저하

김지희/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영리성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보육과 같이 공공적 성격이 강하고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수익창출이 불가능한 구조 속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보육 내 아동과 보육노동자의 착취를
기반에 두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되면 보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국 공립 시설이 일정 정도 확보되어야
보다 긍정적인 정부 지원이 가능할 것입니다.
실례로 영아를 상대로 하는 시설의 경우 민간시설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그 수가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실제 여성부의 전국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이 있는 가구 중 56.2%가 국공립 시설을 선호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국공립 시설의 경우 보육료가 저렴하고
보육의 질도 더 높기 때문일 텐데요,
많은 부모들이 현재의 보육비용에 높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고
질적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믿고 맡길 만한 곳이 없다보니 개인양육서비스도 많이 이용하고
그럴 경우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조사에 따르면
직장여성 10명 중 8명은 월급의 1/3을 보육료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홍석만/ 그럼 정부의 정책을 좀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작년부터 보육관련부처가 여성가족부로 바뀌었고, 지원도 상당수 늘어났는데요,
정부가 가지고 있는 보육 정책은 어떤 것들인가요?

김지희/ 실제 여성부의 홈페이지에도 보육 공공성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지원을 늘리기도 했는데, 사실 여성가족부의 보육정책 방향과
예산의 지원방식은 전혀 공공적이지 못한 상황입니다.
예산이 증가했다고 해도 아동별 지원으로만 집중되어 있고
시설별 지원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홍석만/ ‘아동별 지원’ 이라는 정부 정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제 각 가정의 보육료 부담이 상당한 것이 사실일 텐데요?

아동별 지원만으로 일원화 되는 것이 문제
-> 시설 간 경쟁, 대형화 등으로 시장화 우려

김지희/ 정부 정책의 문제가 아동별 지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아동별 지원만으로 예산 지원을 일원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저소득층을 위한
차등보육료지원 제도 등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아동별 지원만으로 지원방식을 통일하고 인건비를 포함한
시설별 지원이 사라질 경우에는, 또한 시설 간 아동 유치 경쟁과
대형화 시설 중심으로의 재편 등 시장화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시설에서 인건비의 비율은 50%가 넘는데 인건비를 줄이고
아동별 지원만으로 집중한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대책 등이 없는 이런 정책은 공허할 뿐)

홍석만/ 정부 정책의 또 다른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지희/먼저 조건부 지원의 문제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아동이 일정 수 이상 되어야 인건비 지원을 해 주는 등
계량화 된 지원을 하고 있는 상태라 안정적이지 못하고요,
지자체별로 예산 편차 심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서울의 경우 따로 100억 가까이 보육으로 지원되고 있고
국공립의 비율도 높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고요,
서울 내에서도 구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송파 지역 같은 경우는 국 공립 시설이 많지만
도봉구는 국 공립 시설이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고요
국 공립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 책임이 모두 지자체에 있어서
각 지자체에서 안 만들려는 하기도 하고요..

홍석만/ 계속 보육 공공성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길 했는데요,
보육 공공성 확보와 보육 노동의 가치 인정을 위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보육 노동의 대가를 국가, 사회가 책임지는 구조 마련이 중요
보육의 비영리성 확보, 보육 공공성의 인식 필요

김지희/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육노동에 대한 대가를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게 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돌봄 노동의 사회화 과정을 통해
보육의 비영리성을 확보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것으로
인식되어야 하겠죠.
(보육 노조에서는 앞으로 무상 보육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고요..)

홍석만/ 이를 위해서 보육 노조의 앞으로의 활동이 중요할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김지희/ 보육노조는 2005년 남은 하반기동안 보육의 공공성 개념을
더욱 공고히 하고, 공공성 실현을 위한 보육의 구조 및
예산 지원방식 등의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실제 보육노동자가 영세사업장내에서 노동하면서
원의 운영을 걱정하거나 아동 유치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등의
빠지기 쉬운 함정을 해소하고 보육노동자로서의 자신의 권리와
올바른 보육현장의 모습을 마련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보육노동자의 조직화에 주력할 계획이고요.

홍석만/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지희/ 예, 고맙습니다.

클로징

홍석만/ 출산율도 보육문제와 관계가 많은데요,
한국이 출산 및 보육 지원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출산율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OECD에서 말했답니다. 걱정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
무엇보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텐데요,
그런데 도대체 정부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올 초 국공립 보육시설 400개를 짓겠다고 공언했는데
결국 절반도 못 짓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생색내기라고 말많았던 출산장려금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다고 하는데요,
뭐 하나 제대로 국가에서 책임지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알아서 살아가라는 게
혹시 정부정책이 아닌가요?

<시사프로젝트 피플 파워>, 오늘 순서 여기서 모두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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