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시각 다른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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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소란, 성폭력생존자 말하다

참세상  / 2005년11월16일 9시35분

홍석만/ 성폭력생존자 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보통 생존자라면 위기의 순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라는 다소 생소한 대회가 올해로 3회째 열린다고 합니다. 이 행사를 준비하고 계신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소장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경 소장님, 안녕하세요.

#1. 행사 소개

홍석만/ 성폭력생존자 말하기대회라니, 좀 생소한 느낌이 드는데요. 어떤 행사인가요?


생존자 말하기대회는?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함으로써
치유를 위한 공감과 지지를 만들어 가는 장

이미경/ 생존자 말하기대회는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이 그동안 피해사실을 말조차 하지 못하던 데서 벗어나, 성폭력으로 인해 직면하게 되는 여러 문제 속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온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치유에의 공감과 지지를 만들어 가는 장입니다.
사실 1991년 개소식부터 하려했던 행사였는데, 13년만인 2003년부터 비로소 시작할 수 있었고, 올해로 3회째 맞았습니다.

홍석만/ 그동안 주로 피해자와 생존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왜 성폭력 생존자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는지?

성폭력 생존자?
수동적이고 약한 존재로서의 피해자 이미지를 탈피,
삶을 이끌어온 주체적인 존재로 다시보기 위한 의미

이미경/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주로 나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수 많은 생존자들은 치유를 강한 힘과 용기, 지혜를 갖고 계십니다. 또한 이분들이 수사와 재판, 일상생활에서 성폭력 피해생존자로서 권리를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담아 생존자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홍석만/ 말하기 방식이 생소한 것은 그만큼 성폭력 피해자(생존자)들이 그동안 자신의 피해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사회분위기 때문일텐데요. 굳이 이런 말하기대회라는 행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피해사실을 인정하고 이야기하는 것부터 치유의 첫걸음

이미경/ 그동안 상담과정에서, 일단 피해사실을 인정하고 드러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치유에의 첫걸음이 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어떤 분은 30년만에 처음으로 이 말씀을 하신다는 분도 계시는데, 그 동안의 그 고통은 말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성폭력 피해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피해자를 “뭔가 당할만하지 않았나?”, “유발했겠지”라는 잘못된 통념을 갖고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러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거부하고, 생존자로서 당당하게 설 것이라는 선언을 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홍석만/ 이번으로 3회째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치르고 계시는데, 지난 대회의 분위기는 어떠했나요?

이미경/ 말하기 참여자는 매년 12명정도 되었고, 듣기 참여자는 150여명 정도의 규모로 진행해왔습니다. 첫회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해보는 행사라서 사실 준비하면서 많이 조심스러웠고 긴장했었습니다. 무엇보다 말하기에 참여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점검이 있었습니다. 듣기 참여자도 미리 신청서를 받아서 참여동기등을 다 보고난 후에 선별했었고, 남성참여자는 제한했었습니다. 말하기 본행사는 생존자들이 나와 자유로운 형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데, 4시간이 넘게 진행된 행사장은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뜨거운 박수로 공감과 지지를 주는 감동의 장이었습니다.

홍석만/ 이번 3회 행사에서 남성 참여를 허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폭력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남여가 함께 풀어야
생존자 비밀보장 가능하다면 남성참여 열기로 해

이미경/ 가장 큰 이유는 성폭력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여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남성 참여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1-2회 행사를 통해 우리가 염려했던 생존자들의 비밀보장과 안전부분이 가능했기에 이번에 남성에게도 참여의 기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제가 참가했던 호주 시드니의 밤길되찾기 행사에서는 수천명의 남녀노소가 모인 자리에서 근친성폭력 피해생존자가 당당하게 말하기를 했고, 관중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어요. 우리도 언젠가 특별히 듣기 참여자를 제한하지 않고 모두 함께 참여해도 되는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홍석만/ 어떤 프로그램들로 진행되고 있는건가요?

이미경/ 말하기 신청자들은 미리 웍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을 가졌고, 본행사장에서도, 행사전에 자료전시와 함께 분노를 터트릴 수 있는 장과, 서로에게 공감과 지지를 표시하는 글을 쓰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즉석 상담창구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홍석만/ 지난 11월 5일에는 청계천 청계광장에서 사전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영상 보시고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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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우르르 거리행사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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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폭력
홍석만/ 예전에는 성폭력이라고 하면, 흔히 강간을 떠올렸지만, 요즘은 직장 내 성희롱이나 지하철 추행 그런 것들도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성폭력은 어떻게 규정하는 건가요?

성폭력-
강간, 강제추행, 성희롱 등 성을 매개로 해서
신체적, 심리적 불쾌감이나 공포를 일으키는 모든 행위

이미경/ 성폭력은 강간, 강제추행, 성희롱, 성기노출, 음란전화, 몰래카메라등 성을 매개로 해서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 불쾌감이나, 불안 , 공포 등을 일으키게 한 모든 행위를 포괄합니다.

홍석만/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보통 성폭력이 맞느냐, 아니냐 그런 것이 주로 초점이 되는 것 같은데요. 무엇이 성폭력이냐에 있어 남녀의 인식 차이도 논란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이미경/ 직장내성희롱 같은 경우는 가해행위자는 “친근감의 표시로, 직장의 활력소로 생각하고 그랬다”라고 하는 예가 많은데, 무엇보다 행위자의 의도가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관점에서 봐야합니다. 아무리 애인관계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데 그 의사에 반해서 행동을 하면 그것은 성폭력이 되는 것이죠.

홍석만/ 연인 사이의 성폭력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특히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영역에서의 문제들이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 같은데, 좀더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
사랑의 이름으로 성관계를 강요할 수 없다는 인식 있어야

이미경/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해도 상대방이 준비되지 않았을때 사랑의 이름으로 성관계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부부간의 강간은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이래 부부성폭력은 인정하지 않아왔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서울지방법원 판결에서 부부간의 성추행도 인정했는데, 판결문에서 “부부라 하더라도 성적자기결정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했거든요. 즉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바로 성폭력입니다.

홍석만/ 우리나라에서 실제 성폭력발생 현황은 어느 정도인가요?

성폭력 발생 현황-
경찰고소 건수만 1년에 12,000여건

이미경/ 사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몇건의 성폭력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피해사실을 다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단, 경찰에 고소된 건수를 보면 1년에 12,000여건에 달합니다. 전국 135개 성폭력상담소에서는 연간 6만여회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홍석만/ 고소 건수가 1년에 12,000건이라.. 잘 와닿지 않는데요. 신고율을 추산해보면 어느정도인가요?

우리나라 성폭력 신고율은 2.2~6.1%로 매우 낮아
가부장적 성 인식이 신고율을 낮추는 주요인

이미경/ 현재 우리나라 성폭력 신고율은 2.2%~6.1%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94%는 숨은 피해자로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유독 성폭력을 성관계로 보고 순결상실로 인식하는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성인식이 신고율을 낮추는 주요요인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피해자의 40%정도는 신고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홍석만/ 가부장적 분위기가 성폭력 신고율을 낮추는 주 요인이라고 하셨는데, 앞서 말씀하셨다시피 성폭력 범주를 넓게 보고 간다면, 피해자 역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미경/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면 피해자가 이 일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고소를 안하기보다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문제제기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임을 그동안 5만여회 상담을 통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홍석만/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해 문제제기 해오는 시도가 계속 있어왔는데요. 가해자를 공개함으로써,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주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의 중심이 가해자 중심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인가요?


1994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전국 135개 성폭력 상담소가 피해생존자 지원

이미경/ 지난 10여년간 우리사회는 법과 제도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어왔어요.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마련되고, 전국에 135개소의 성폭력상담소도 생겨 피해생존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은 신상공개를 하고 있구요. 이렇듯 법과 정책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중점적으로 해왔다고 봅니다. 이후 좀 더 근본적으로 성폭력을 예방하는 교육과 문화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매년 여름 실시하는 “안전한 밤길되찾기 달빛시위”나 “성폭력 근절을 위한 남성 서포터즈” 등의 활동들이 있습니다.

홍석만/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두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성폭력 상담소에서 상담 활동을 계속 해오셨을텐데요, 그동안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라든가.. 변화한 것이 있다면?

성폭력을 성관계로 보는 것에서
인권 침해의 범죄행위로 보는 시각으로의 변화

이미경/ 먼저 생존자분들이 성폭력을 성관계로 보지 않고 자신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로 보는 변화들이 보이죠. 이때 가장 기뻐요. 그리고 성폭력특별법이 마련되면서 국가가 성폭력범죄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1인당 300만원씩의 의료지원비와 법률지원비도 지원하고 있구요. 또한 성폭력전담경찰, 검찰, 재판부가 생겨나고 있고, 어린이와 장애인의 경우 1회 진술을 하도록 녹화를 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만약 주변에 성폭력 사건이 있다면 어떤 해결방법이 있을까요?

주변에서의 덮어두고 잊어버리라는 조언
생존자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해

이미경/ 대부분 너무 당황하고 분노하여 혼란스러운데다 대처방안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으시는데, 전국에 135개소의 성폭력상담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상담소에 전화하시면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상담과 법적, 의료적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상담이 어려우시면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좋습니다.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생존자를 생각한다는 의도에서겠지만, “덮어두자, 잊어버려라”는 식의 조언을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는 생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주변인들은 생존자의 말을 믿고 생존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살피며 곁에서 도우미의 역할을 하는 존재이지 단정적으로 결정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홍석만/ 말하기 대회에 시청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나요?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 www.sisters.or.kr
▷▷ 말하기 대회 신청

이미경/ 저희 상담소 홈페이지(www.sisters.or.kr)를 방문하시면 말하기대회 신청을 바로하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전화(02-338-2890)를 주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도 말하기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으니 참여해주시고, 말하신 분들에게 지지와 격려의 글을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홍석만/ 끝으로 시청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 주세요.

이미경/ 마지막으로 성폭력없는 세상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반성폭력 행사에 참여하는 것,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성적 언동을 하지 않는 것,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작은 실천을 하는 것, 마지막으로 상담소의 후원회원이 되는 것도 좋은 참여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홍석만/ 오늘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석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남성이 주류인 사회입니다.
다시말해서 남성의 생각과 사고로 세상이 굴러간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여성의 경험이 여성의 입으로 얘기되지 않는다면 결국 인식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 돼 버립니다.
더 많은 여성들의 더 많은 목소리들이 존재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 성폭력의 문제는 더욱 더 개인적인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성폭력생존자들의 힘찬 목소리와 울림에 함께한다면
성폭력없는 세상도 꿈꿀 수 있지 않을까요?

시청자여러분,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 주 이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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