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시각 다른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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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무너지는 민주주의 <2부> 비리 그 이상의 위기, 민주노총은 어디로

참세상  / 2005년11월28일 9시52분

홍석만/ 이번 순서는 <다른시각 다른 분석>입니다. 지난 주 다른시각 다른분석에서는 민주노총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단지 노조 간부 몇몇의 비리가 문제였다면 위기라고 할 것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 시간에는 그동안 민주노총을 둘러싸고 제기되었던 몇가지 주요 문제들을 살펴보고, 과연 민주노총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영상 보시고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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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영상 : 노동자대회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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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착화된 위기
홍석만/ 네, 오늘 자리에는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노중기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홍석만/ 이번 기획을 하면서 민주노조의 위기라는 얘기를 꺼내는 것도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위기라는 말이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인데요.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중기/ 위기 이야기를 저는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제가 민주노조의 위기를 주제로 논문을 쓴 게 99년인데요. 벌써 6-7년부터 그런 조짐이 있다고 보아왔습니다. 최근의 진행됐던 일들을 보면 특색이 있긴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위기의 성격이 필연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구조적 위기란 얘긴데요. 민주노조운동이 지난 10여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부딪히지 않을 수 없었던 문제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 단계 발전하는 종류의 위기이기 때문에, 한편으로 염려스럽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낙관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비리문제가 이렇게까지 불거질 정도면, 사실상 빙산의 일각인 것이 아닌가.. 오히려 진정한 문제는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노조의 위기는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민주노조의 위기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 위기의 중심

민주노조 운동의 이념적 전망이 불투명, 정치활동의 부재

노중기/ 많은 분들이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상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이면서도 어려운 문제라고 봅니다. 노동조합 운동이 기업 울타리 안에서 진행되는 노동조합 운동으로부터 계급적,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노동조합 운동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속에서 발생하는 위기가 가장 중심에 있다고 보고요. 또 다른 한편에서 위기는 민주노조 운동의 이념적 전망이 굉장히 불투명하다는 것에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87년부터 민주노조 만들고 합법화하고 대중적 활동을 하고 이런 것에 전망이 있었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혹은 노동계급의 정치활동이 부재했다는 것이죠. 그 정치활동의 내용은 우리 사회의 미래의 모델이랄까, 전망에 대해서 합의도 없고, 안도 없고, 고민도 없고.. 이런 것들이 위기의 밑바닥에 감추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몇해전부터 노조운동의 위기는 전투적 노조운동을 뛰어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방식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제기이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의 합리적 핵심을 담아내면서
새로운 조건에서 창조적 실험을 통해 변형시켜야

노중기/ 저도 그 일부입니다.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을 뛰어넘는데, 뛰어넘자고 하는 방식의 몇가지 새로운 제안들이 있는데요. 제 입장은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의 합리적 핵심을 내용을 담아내되 새로운 조건에서 변형시켜야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 그 자체에서 도출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다른 사회의 경험이나 창조적인 실험 등을 통해 덧붙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것에 대해 민주적인 결정과정과 함께, 결과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그 평가된 부분에 대해 민주노조 운동 내부의 여러 집단들이 동지적 애정을 가지고 수용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전투적 노조운동이 비판할 지점과 함께 계승할 지점도 있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어떤 점에서 그렇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전투적 노조운동에 대한 평가-
대기업 노조에 기반한 전투성, 노조 내에 국한된 협소한 문제제기

자주성, 현장대중과 함께 하는 민주적 전통
연대의 정신은 계승해나가야

노중기/ 비판해야할 부분은 우선은 그 전투성이 대기업노조라는 조직적 기반에 의해 뒷받침되었던 전투성이었고, 그리고 그 전투성이 제기했던 문제의 범위가 매우 협소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민주노조의 방어라든지, 노동자 생존권이라던지, 그래서 전 사회적인 의제, 다른 사회운동과 함께하는 전투적인 대응이 되지 못했던 점... 그 다음에 전투성 중에 상당부분은 이념적으로 구 사회주의 혁명운동의 경험적, 이론적 틀을 그대로 채용했던 시도들이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 않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계승해야할 부분은, 중요한 몇가지 자산이 있죠. 기업노조의 조건,그리고 자본의 압박, 국가의 압박이 강한 사회에서는 노동조합이 자주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 속에서 전투적 노조운동이 자주성을 유지해오는데 주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다음에 기업별 노조의 문제점의 반대급부일텐데, 기업별 노조이다보니 현장대중과 같이 움직이는 민주노조 운동의 전통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민주노조 운동은 연대주의 정신이 투철했던 노조운동이었다고 봅니다. 현재 비정규 노조 문제가 시대적 화두가 되어 있는데, 신자유주의 환경에서 비정규직과 연대해서 투쟁했던 노조운동의 사례가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그런 어려운 과제를 우리가 부여안고 있죠. 그것이 전부 87년 이후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이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노동운동의 전투성이 극복되어야 하긴하나 계승할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 이수호 집행부의 퇴진을 지켜보는 주류언론의 시각을 보면, 투쟁을 중시하는 강경파가 득세하는 것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습니까?

노중기/ 아마 이 부분은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등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와 관련이 있을텐데요. 언론에서도 마찬가지 였죠. 강경노선이 장악하는 것에 상당히 부담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말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지만, 현재 노무현 정부나 특히 열린우리당, 심지어 노동부까지 이수호 집행부가 물러나는 것을 바라진 않았다는 것이 정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현재 독립적인 상황이다보니까 조금 오바가 되었고, 한국노총에서 불똥이 튄 그런 사안인 것 같다는 판단이 듭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은 과정이 어떠했던 간에 이수호 집행부가 퇴진하는 과정이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에 대한 정치적 책임에 대한 것이 있구요. 그것보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이수호 집행부의 노선 문제가 현실에서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홍석만/ 이수호 집행부 노선이 어떤 부분에서 한계라고 보시는건가요?
노사정위원회 참가를 전제로 했던
이수호 집행부의 노선 자체에 대한 평가로 보아야

노중기/ 아시다시피 이수호집행부가 노사정위 참가를 전제로 구성되었던 집행부이고, 또 일관되게 노사정위 참가를 지향해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부, 노동부가 그리고 있는 구도와 항상 어긋났던 것입니다. 결국에는 마지막 이수호 집행부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내부에서 격렬한 비판이 있었는데, 그 비판 속에서는 도의적, 정치적 책임 차원도 있습니다만, 이수호 집행부가 사퇴한 것은 단순히 비리문제, 혹은 강경집행부가 내부에서 문제제기한 차원 정도라기 보다는 이수호 집행부의 노선 자체가 우리 노동정치 속에서 일정하게 평가받는 과정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홍석만/ 이번 민주노총 내부 비리사건 이후 이수호 집행부 사퇴는 계파갈등으로 부각되기도 했는데, 실제 계파갈등이 민주노총의 걸림돌이라고 보시는지..

민주노총 내 계파갈등의 과도한 측면 극복되어야
노중기/ 실제로 계파갈등은 민주노총의 걸림돌입니다. 어떻게 이름을 붙이던 의견그룹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입니다. 다만 그것이 조합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범위를 과도하게 벗어나거나 연대나 단결을 해치는 단계라고 판단되는 지점이 있을텐데, 그런 지점까지 오게되면 문제다 라고 보구요. 현재 민주노총은 그런 단계까지 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수호 집행부의 경우 조직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제기했습니다만, 보다 폭넓은 차원에서 전체 민주노조 운동의 대응이 필요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이번 노동자대회 때도 단위노조 내부의 문제로 인한 소동이 있었는데요. 관련 영상 보시고 계속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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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 - KT노조 플랭카드 절취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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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일부에서는 민주노총의 관료화가 필연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번 노동자대회 때 현장에서 활동하는 대의원,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관료주의가 이번 위기의 문제라는 데에 거의 한목소리도 얘기했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관료주의는 조직 비대화의 필연적 수순 아닌
특정한 조건, 상황이 맞물려 발생하는 것


노중기/ 조직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관료적이 될까요. 사회학에서 그것을 과두제의 철칙이라고 얘기하는데, 그 얘기 한 학자는 100년 전에 그 얘기를 했습니다. 나중에 실제 역사가 보여준 것은 조직이 커질수록 관료화 압력이 있는 것은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꼭 관료주의가 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기업별 노조에서 지도부가 조합원들이 아침저녁으로 일상적으로 대면하는 속에서는 관료주의가 발생할 여지가 적습니다. 조직이 아주 커지게 되면 관료주의가 발생한 객관적 압력은 높아지는데, 특정한 조건, 상황에 따라 관료주의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은 유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객관적으로 민주노총은 아직 관료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 관료적 행태들이 있었죠. 저는 그런 행태들은 관료적 행태라기보다는 권위주의적 행태라고 봅니다. 아니면 어용적 행태에 가깝거나.. 이것들 통칭해서 관료주의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제가 보기에는 특정정파의 과잉규정이라고 봅니다.

홍석만/ 현재의 비정규직 법안도 그렇고,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사이에 전에 없던 화해모드가 조성되었고, 이에 두 조직이 통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어왔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양대노총 통합론은 어용노조로서의 한국노총과
민주노조로서의 민주노총이 양극단에서 수렴되는 과정

노중기/ 여러 가지 추측도 있고, 오해도 있고, 시도도 상당히 있었다고 봅니다. 양대노총의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변화된 노동 정치 정세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민주노총의 위기라고 할 때, 그 위기의 중요한 측면 중에 하나는 민주노조와 한국노총 산하의 노조가 다른 것이 뭐냐라고 하는 변화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도 조직에 따라서는 노사협력 선언도 할 수 있고, 한국노총이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돈도 받을 수 있고.. 그런 변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주노총 내에서는 건강한 흐름이 아직 중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87년 이후 어용노조로서의 한국노총과 민주노조로서의 민주노총이 양극단에서 대체로 수렴되어 오는 과정이었다고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시점에서 이러한 요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저는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우리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가 과거의 민주노조 성격이 약화된 것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한국노총과 적극적으로 비슷한 노조로 통합하고 가자라는 것은 과거의 민주성을 버리고 한국노총 수준에서 제도화하자라는 요구라고 보구요. 이점에서는 결국 기업별 노조의 한계나 정치적 노동운동으로서의 성격, 이런 것들이 희석화되는 수준에서 노동운동의 제도화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이런 논의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2. 민주노총이 넘어야할 노동현안들

홍석만/ 중요한 것은 현재 민주노총이 현재의 위기 국면을 넘어 어떻게 현안을 돌파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일텐데요.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가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인 것 같습니다. 노사관계 로드맵, 어떤 내용인가요?

노사관계로드맵-
2007년까지 유예된 복수노조 금지조항,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한 조항이 주요내용

노중기/ 노사관계로드맵은 2007년 시행되는 중요한 노동법 조항들이 2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작업장 단위에서 2개의 노조가 설립할 수 없었던 복수노조 금지조항이 해제되는 거구요. 또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이 금지되는 노동법 조항이 실행되게 되죠. 지금까지 유보되고 있었습니다만, 그 두 가지가 핵심적인 로드맵 제출의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문제는 그 두가지만으로 제기가 되었으면 문제는 단순한데, 문제는 전체적으로 약 40여개 가까운 노사관계 제도의 중요한 변화를 정부가 법안으로 제출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더 복잡하게 되었고, 그 40여개 중에는 사소한 것들도 있지만 매우 중요한 제도변화들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쟁점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석만/ 유예되어 있던 두 개의 법안과 함께 정부에서 주요 노사관계 법안을 끼워넣기 식으로 넘기려고 한다는 것인가요?


노사관계 로드맵의 성격-
두가지 쟁점을 매개로 노동조합 운동을 통제, 제도화하려는 시도

노중기/ 이 문제를 얘기하려면 노사관계 로드맵의 성격을 먼저 보아야 하는데요. 87년 이후에 민주노조 운동이 제도와 법적 조건을 넘나들었습니다. 그런 특성들을 전투성, 계급성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국가와 자본은 오랫동안 이것을 통제하고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번에 두가지 쟁점을 매개로 해서 실제로 국가와 자본이 노리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 운동을 통제될 수 있는 범위 내로, 제도적 장치로 묶기 위한 작업이라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핵심적인 사안은 사용자의 대항권이라고 해서 노동쟁의를 기존과 다르게 통제하는 몇가지 조항들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부당노동행위, 공익사업장에 대한 대체근로 투입 등.. 그런 몇가지 핵심적 쟁점사안은 직접적으로 노동조합의 쟁의권 약화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심각한 문제로 걸려있기 때문에 민주노조 운동은 비정규 법안과 같은 무게로 노사관계로드맵을 문제삼고 있는 것입니다.

홍석만/ 정부에서는 그런 것을 노사관계 선진화라고 얘기하고 있고,어찌보면 10년전 민주노총 합법화되었을 때부터 어느정도 제도화의수순을 밟게 되어있는 것이 아닐까요.

노중기/ 선진화라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의미있는 얘기는 아니구요. 우리가 과거에 보았듯이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개악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그것은 의미가 없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제도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일정한 틀 안에서 전투적 쟁의를 하더라도 규칙 안에서 해면 용인하겠다는 겁니다. 결국은 87년 이후의 민주노조 운동이 국가와 자본의 의도대로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도 이런 종류의 통제 시도가 꾸준히 계속되어 왔습니다. 가까운 경험으로는 96년 노동법 날치기통과에 대한 겨울 총파업도 그런 종류의 시도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민주노총, 어디로 가야하나

홍석만/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사회에서 민주노총이 대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위치에 있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산별노조 건설과 함께 정치세력화가 필요

노중기/ 다들 일반적으로 내리는 답, 과거 민주노총의 전통을 살리는 중요한 전환점은 결국 조직적 발전,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한 차원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세력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고 민주노동당도 자기들이 위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런 점에 있어 위기입니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조 운동의 이념을 정치적 차원에서 실현하자는 시도였고, 민주노총이 주축이었습니다. 그런데 양 조직이 따로 놀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민주노총이 유의미한 도움이 되느냐,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이 성장했느냐,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런 정치세력화라는 것이 당을 만들고, 국회의원 몇몇 만드는 것 까지 달성되어 있는데, 실제 정치세력화는 그런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입니다.

홍석만/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정치세력화는 어떤 내용인가요?

노동자의 정치의식은 정당 권력의 문제 아닌
노동문제 넘어 전체사회의 문제를 받아안는 것이어야

노중기/ 민주노조 운동 수준에서 정치세력화는 노동자 대중들의 정치의식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그 정치의식은 어떻게 하면 정당권력을 잡을 것인가가 아니라 현장수준에서 선진활동가들의 의식을 정치화시켜야한다는 것이죠. 그 정치화의 내용은 노동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사회의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가야합니다. 결국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환경, 교육, 농민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고 관심 차원을 넘어 조직하고 싸우는 것, 그런 것들이 노동조합 운동 수준에서의 정치세력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을 민주노조 운동은 아무것도 해오지 않았고, 능력도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 민주노조 운동이 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울산지역의 경우 정파들이 사업장안에서 이전투구를 벌일 것이 아니라 울산 지역에 나오고, 천성산에도 나오고, 울산지역 환경문제에도 나오고, 아펙에도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고, 그런 점에 있어 민주노조 운동 전체의 운동노선의 전환이 단지 총연합 수준이 아니라 하부에까지 전달되고 실행되어야하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현장조합원들이 답답한 것이 없는데 가능할까요?

비정규직의 문제는 곧 정규직의 문제
장기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없이 전망없어

노중기/ 답답한 것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답답한 것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고, 남들도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그런가보다 생각하는 겁니다. 실제로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조의 문제입니다. 그것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단기적인 눈앞의 이익만 보면,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싸움하는 것 보다 잔업해서 월급많이 가져가는 것이 낫죠. 그런데, 그렇게 했을 때 전망이 없다는 것을 적어도 활동가들은 이해를 시켜야하고 꼭 그것이 금전적인 이해관계만으로 따질 수 없는 부분들이 개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념이라든지 가치라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 의식을 변화시켜내는 작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안 되더라도 그 시도를 하지 않고 이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죠. 대기업 사업장을 보면 비정규직 조직화 문제가 의제가 잘 안되죠. 지도부는 동의하고 내려가도 조합원들한테 말도 못꺼내는 상황이 되풀이되어왔는데,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싸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조 운동이 싸워야하는 부분입니다.

홍석만/ 오늘 대담 시작하면서 이후 전망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신다고 하셨는데,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전망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비정규직 등 약자들의 투쟁에 힘 실어주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진전 가져올 것

노중기/ 낙관적인 이유는 지난 7-8년 간의 노사정위 실험이 완벽히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국가와 자본이 잘 못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 있는 토양을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하고, 특히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 노동자들이 목매달아 자살하는데, 한쪽에서 합의하는 게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겁니다. 그런 점 때문에 신자유주의 경제환경에서 민주노조 운동이 일부는 급속히 개량화되거나, 어용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민주노조 운동에 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조합 대중의 조건에서보면 상당기간 투쟁이 더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비정규직을 포함한 민주노조 운동의 약자들이 투쟁을 하겠지만, 그 동력을 어떻게 묶어 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만히 기다리면 된다는 것은 아니고, 그런 객관적 조건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우리만큼 그런 점에서 유리한 사회도 없다고 봅니다. 그런 동력들을 어떻게 묶어낼 것이냐 전망은 잘 안보이지만, 그게 민주노총의 어깨에 걸려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87년에 앞이 캄캄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버티고 그 운동을 꾸준히 끌고 나가니까 성과가 있지 않습니까. 어렵지만 우리가 민주노조 운동 내부에서 합의를 모아가면서 실천했을 때 지금 생각하는 것처럼 정리가 되지는 않겠지만 한단계 진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홍석만/ 네, 지금까지 노중기 교수님 모시고, 민주노조의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 진단해 보았습니다. 오늘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중기/ (인사)

홍석만/ 네, 이제까지 ‘민주노조 무너지는 민주주의’ 제 2부 ‘비리, 그 이상의 위기, 민주노총은 어디로’ 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민주노조, 우리사회 진보의 견인차였는데요, 견인차가 거꾸로 가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끔찍하겠죠?^^ 견인차가 제대로 가려면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노력도 필요할 텐데요,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른시각 다른분석 다음 주부터는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쌀개방 문제와 관련해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우리 농촌의 현실을 돌아보는 연속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이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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