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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 한 보 앞으로 꽁이싸이마우! 홍콩 WTO반대투쟁 총결산
참세상 / 2006년01월23일 9시44분
홍석만/ 이번 순서는 <다른시각 다른 분석>입니다. 작년 12월 홍콩에서 열린 WTO 6차 각료회담을 저지하기 위해 간 한국투쟁단의 일부가 거의 한 달만에 한국에 돌아왔는데요, 도대체 홍콩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얼마 전 입국하신 양경규 위원장님 모시고 홍콩투쟁의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홍석만/ 준비된 영상 보고,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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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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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콩에 간 반WTO 한국투쟁단
홍석만/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한국에서는 WTO반대 홍콩투쟁단을 폭도로, 또 나라 망신을 시킨 사람들로 묘사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가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홍콩 현지 시민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홍콩 시민들이나 홍콩 언론의 반응은 어땠나요?
양경규/ 홍콩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들이 한국투쟁단에 대해서 느낀 반응은 투쟁의 진정성과 역동성, 그리고 저항정신에 대한 감동이었습니다. 이는 현재 홍콩이 민주화투쟁의 과정에 있는 것과 또한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홍콩내의 여론은 사실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막첫날부터 경찰과 다소간의 충돌은 있었지만 맨몸으로 경찰의 폭력에 맞서는 양상이었고 이 과정에서 획득한 경찰의 방패와 투구를 돌려주었고, 해상시위 등을 통하여 폭력보다는 역동성이 더 강하게 드러났고 이후 홍콩내의 여론은 급격하게 반전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삼보일배로 홍콩시민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미대사관에 대한 투쟁 등을 통해 홍콩시민들의 상대적인 억눌림을 해소하는 양상도 홍콩시민에게는 충격이자 감동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17일의 투쟁이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국내보도는 매우 악의적이었지만 오히려 무리한 연행과 기소로 인하여 한국민중투쟁단에 대한 동정과 지지가 오히려 확산되었죠. 오래전 민주화투쟁과정에서 한국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지지를 생각하면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홍석만/ 한국언론에서 보도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양상이군요. 홍콩시민들이 그렇게 한국투쟁단에 지지와 연대를 보냈던 것은 무엇보다 투쟁의 내용에 대한 깊은 공감이 전제되었기 때문이었을 텐데요. 세계 각국의 활동가, 노동자, 농민이 홍콩에 모여든 이유가 있을 텐데요. 이번 WTO 6차 각료회담의 주요 의제는 무엇이고 반WTO 투쟁의 주요 요구는 무엇이었나요?
양경규/ 필수서비스의 민영화를 강요하는 GATS, 일자리의 축소와 근로조건의 악화를 초래하는 NAMA, 농산물 시장의 개방과 식량안보와 생명주권의 위협 등이 이번 6차 각료회의의 주요한 과제였습니다. 이를 위해 각국의 투쟁단은 강제자유화와 사유화로부터 공공서비스를 보호하고, 식량에 대한 권리와 적정가격으로 필수의 공공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확보,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존중하면서 무역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하는 한편 민중에 대한 정부와 국제조직의 책임성과 투명성의 제고, 그리고 민중들을 빈곤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덤핑과 보조금의 즉각 철폐 등이 주요 요구였으며 이를 위해 한국투쟁단과 홍콩에 모인 세계 각 국의 투쟁단은 WTO각료회의의 무산을 주요한 투쟁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우리가 당면한 현안들과 반세계화 투쟁의 의제들이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홍콩에 모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홍석만/ 한국 언론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이 마지막 날 있었던 이른바 폭력 시위였는데요, 그리고 이날 전원이 연행되기도 했는데, 그 날의 경위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양경규/ 이전까지 한국투쟁단은 폴리스라인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는데, 그 장소가 각료회의가 열리는 컨벤션센터와 많이 떨어져 있어서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컨벤션센터 앞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었고, 그에 반대하여 컨벤션센터로 행진하던 시위대와 충돌이 발생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전까지 설마 1,200명에 달하는 시위대를 모두 연행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홍콩경찰은 홍콩시민의 지지와 향후 홍콩사회에 미칠 영향(민주화 투쟁 등)에 대한 부담으로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무려 6시간의 대치후 새벽 3시부터 연행이 시작되었으며 홍콩경찰의 ONE BY ONE 원칙에 의해 연행이 완료된 시간은 오후 4시 였습니다. 추운 날씨와 시위대가 완전히 봉쇄되었기 때문에 식사도 거르는 등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집회와 행진을 함께 한 홍콩시민에 대해서는 모두 빠져나가도록 하고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투쟁단에 대해서만 연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2. 연행 이후 홍콩에서는
홍석만/ 연행이후엔 홍콩의 상황은 어땠는지 영상을 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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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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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영상을 보니 연행된 분들에 대한 인권탄압의 문제가 심각했던 것 같은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말씀을 좀 해주세요.
양경규/ 우선 one by one으로 연행이 진행되는 바람에 연행하는데 13시간이나 걸렸고 그동안 추위와 굶주림을 겪어야 했습니다. 연행 이후에도 그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조사를 받았고 통역이 부족해서 적절한 언어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항의하는 사람들에게는 폭력이 행해졌고 시종일관 수갑을 채운 채 조사가 이루어 졌습니다. 장소가 협소하여 수감된 이틀 동안 새우잠을 자야했습니다. 더욱더 나쁜 것은 연행이후 밖과의 연락이 끊어져 피의자로서 최소한의 안전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부상자들도 모두 연행되었는데 부상을 치료할 마땅한 조건도 확보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나중엔 홍콩경찰이 나와 공식적으로 사과와 유감을 표명해야 했으며 경찰책임자가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한국투쟁단은 인권침해사례를 조사하고 있으며 정리 되는대로 유엔 인권위원회나 홍콩법원에 경찰을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에 있습니다.
홍석만/ 연행되고 이틀 후 대부분의 투쟁단들이 풀어주고 14명만 기소하겠다고 홍콩경찰에서 발표했는데, 14명을 기소하겠다는 근거는 무엇이었나요?
양경규/ 경찰이 공식적으로 14명만을 기소한 이유를 밝힌 적이 없어서 그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홍콩의 법도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48시간 이상 불법으로 구금할 수는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부족한 시간안에 1,200명을 조사하여 구체적인 폭력행위자를 판별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연행해놓고 모두 풀어줄 수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무작위로 13명, 외국인 3명, 한국인10명을 뽑아내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아무래도 궁색했던지 경찰은 추가로 민주노총의 책임자였던 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여기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구속된 14명중 누구도 아주 구체적인 폭력행위를 행사한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홍콩경찰은 일단 그날 벌어진 상황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이 14명이 여기에 해당되므로 기소한다고 하였으나 대부분은 지역의 평범한 농민들로서 선두대열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었으며 심지어는 그 시간에 병원에 있었던 사람도 있었으니 웃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경찰이 나중에 기소를 취하하고 무죄로 처리한 것만 보아도 얼마나 무리한 기소였는지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홍석만/ 그러면 그동안 한국정부에서는 어떤 입장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요?
양경규/ 한국정부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던 신원보증조차 거절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홍콩대주교를 신원보증인으로 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정작 이날 재판에서는 신원보증요구를 철회하면서 신원 보증 없이 대주교가 1인당 2,500홍콩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보석을 허가받게 된 것입니다. 한국정부(총영사관)의 이후의 비협조와 국내언론에 대한 악의적인 언론홍보는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홍석만/ 이후에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양경규/ 한국정부는 1월 30일 재판에서 자신들이 홍콩경찰과 충분히 이야기가 잘 되었다고 하면서 석방될 것이라고 한껏 생색을 내고 국내언론에 30일에 모두 풀려날 것처럼 국내 언론에 홍보하기까지 하였습니다. 30일 재판은 결국 한국정부의 무책임한 개입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국내언론에 보도된 한국투쟁단의 금전요구는 한국정부의 정말 악의적이고 홍콩시민들에 비하여 한국교민의 경우 아주 열성적이었던 2-3가족을 제외하고 협조가 거의 없었던 것은 이런 한국정부(총영사관)의 태도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석만/ 정부는 거의 아무런 손도 쓰지 않았는데 연행 이후에 홍콩시민들이나 활동가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나요?
양경규/ 홍콩민중동맹과 홍콩시민들의 지원은 정말 상상을 넘어서는 지극한 지원이었습니다. 홍콩의 유명한 변호사들이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전액 무료로 성심껏 변호를 해주었고 홍콩시민들은 매일저녁 음식물과 옷가지를 가지고 왔으며 어떤 애로사항이든 해결해주려고 하였습니다. 홍콩 민중동맹의 동지들은 매일 2명의 당직자를 정하여 24시간 책임을 져주었으며 약 10만 불의 투쟁지원금을 지원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아울러 그 기간동안 매일 촛불집회를 개최하여 우리를 지지해주었고 단식투쟁기간동안에는 5-6명의 동지들이 천막을 같이 지켜주면서 밤을 세워주었으며 단식 마지막 날에는 124명의 민중동맹의 동지들과 자발적인 시민들이 24시간 동조단식투쟁을 같이 하기도 하였습니다. 교회는 성탄절시기라서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많았지만 우리 17-8명의 숙박을 허용해주었으며 행여 라도 불편할까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시내 한 곳에 놓아 둔 모금함에서는 매일 홍콩달러로 1만불 이상이 모여졌는데 이는 홍콩시민들이 한국투쟁단에 대해서 얼마나 뜨거운 성원을 보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것입니다. 한국투쟁단에 대한 지원이 단지 홍콩의 운동단체만의 지지가 아니라 전시민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 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체류하는 동안 모든 의식주는 홍콩시민들이 해결해 주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정부의 태도는 정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홍콩을 떠날 때 홍콩의 민중동맹의 동지들과 시민들은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성원과 지지를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홍석만/ 그렇군요. 그럼 3월에 있을 재판이나, 인권탄압에 대한 이후 계획이 있다면?
양경규/ 3명에 대한 재판은 3월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됩니다. 홍콩검찰은11명에 대하여 기소취하를 하면서 3명에 대해서는 기소를 유지하였습니다. 이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정치적 이유가 훨씬 더 크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소내용이 전혀 사실과 달라서 검찰은 이를 입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초에 집회에서 발생한 정황을 그대로 포괄적으로 기소하고 그 내용을 그냥 3명에게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검찰은 구체적 증거를 갖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재판부가 비교적 독립적인 홍콩에서 유죄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변호사들의 일관적인 견해이며 변호사나 우리 모두 재판에 대하여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재판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3월 7일에 끝날 것으로 변호인단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3. 왼발 한 보 앞으로, 꽁싸이무!
홍석만/ 지난 달 18일로 WTO 6차 각료회담이 끝났는데요. 이번 각료 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결정되었나요?
양경규/ 힘있는 투쟁에도 불구하고 WTO각료회담을 무산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홍콩각료회의는 강대국과 초국적자본의 입장에서는 WTO체제를 연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였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으로 미루어 이번 회의에서 합의를 이루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WTO체제는 종언을 고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강대국과 초국적자본은 이번 회의에서 어떤 형식의 합의든 이루어내야만 했고 몇가지 포괄적인 합의를 했습니다. 이런 포괄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4월 제네바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2006년말까지 최종합의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이번 홍콩회의의 결론입니다. 결국 우리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초국적자본과 강대국은 다시 한번 WTO체제의 수명연장과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가능케 할 조건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러나 2006년말까지의 합의는 세계민중들의 투쟁과 저항이라는 벽을 넘어야 할 것이며 투쟁이 계속되는 한 WTO체제의 종언도 그만큼 가까워질 것입니다.
홍석만/ 반WTO 투쟁이 가져온 성과는 어떤 지점인지 간략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양경규/ 먼저 말할 수 있는 것은 반WTO투쟁에서 한국의 민중투쟁이 새로운 구심으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홍콩투쟁에서 만들어낸 홍콩의 민중운동과의 연대는 한국의 민중운동이 향후 어떻게 국제연대를 만들어 가야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홍콩투쟁에 참가한 한국투쟁단의 규모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민중운동의 영역이 이제 국내의 투쟁과제를 넘어 신자유주의로 일컬어지는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투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번 홍콩투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제 반WTO투쟁의 토대와 구조가 새로운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종래의 반WTO투쟁이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 중심의 투쟁이었던 한계가 지난 칸쿤에서부터 극복되기 시작했는데 이번 홍콩투쟁에서 분명하게 노동자, 농민이라는 대중조직이 투쟁의 중심으로 분명하게 서게 되었습니다. 이는 향후 반WTO투쟁에서 계급적의미가 확대되고 대중적 토대가 분명하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이런 성과와 달리, 아쉬운 점이나 한계 등을 지적하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양경규/ 그러나 이런 의미와 함께 많은 한계도 있었습니다. 우선 대중적으로 많은 참여가 이루어진 한국농민의 힘으로 농업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WTO문제가 단순히 농업의 문제만으로 인식되는 한계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서비스문제나 비농산물문제등 농업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들이 묻히면서 예상치 못한 합의수준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의 투쟁단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것도 주로 투쟁방식에 초점이 맞추어 지면서 다른 외국인 투쟁단과의 연대투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이번 홍콩투쟁에서 대부분의 외국인 투쟁단이 남반구지역의 노동자와 농민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도 짚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한계는 이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WTO각료회의 무산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WTO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강대국의 필사적인 공세가 주요 원인이겠지만 회의장 밖 투쟁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컨벤션 센터안의 진행과는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 투쟁전략에도 문제가 있었다 할 것입니다. 또한 대안정책의 개발과 자국정부에 대한 정치적 공세, 그리고 NGO와의 전면적인 협력체제 구축의 부재 등 각료회의 무산을 위한 총체적인 전략부재가 그 원인이라 할 것입니다.
홍석만/ 마지막으로 향후 반WTO 투쟁에 대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양경규/ 향후 반WTO투쟁과 관련하여 새로운 투쟁전략을 적극 모색하여야 할 것입니다. 국내적으로는 민중운동의 국제연대를 확대하고 민중운동의 지평을 반자본주의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시키는 노력과 함께 현장에 대한 교육과 선전을 보다 힘차게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는 반WTO투쟁을 위해 대중적인 계급조직이 중심이 되어 공동행동과 실천을 추동해가는 새로운 국제연대기구의 구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며 한국의 민중운동은 이를 위해 우선 남반구연대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홍석만/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말, 많이 하지 않습니까? 대부분 산업적인 측면에서 국가경쟁력을 많이 찾는데요. 저는 이게 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른바 경쟁력을 이야기하면서 돈 되는 것만 찾으니 얼마나 천박해 보입니까? 말이 나왔으니 하는말인데요, 제가 보기에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은 한국의 사회운동 아닌가요? 군사독재 정권시절부터 단련되어온데다가 높은 수준의 민중문화를 보유하고 있고, 경험과 노련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실력이 있거든요. 홍콩투쟁의 경우처럼 최근 몇 년동안 반세계화 운동에서 보여준 한국 민중의 투쟁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정말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 뭔가 의미있는 기여를 한다고 하면,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의 경쟁력이 아니라 평화와 민주주의, 공동체의 가치를 사랑하는 한국의 민중운동을 더 잘 알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 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다음 이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홍석만/ 준비된 영상 보고,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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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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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콩에 간 반WTO 한국투쟁단
홍석만/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한국에서는 WTO반대 홍콩투쟁단을 폭도로, 또 나라 망신을 시킨 사람들로 묘사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가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홍콩 현지 시민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홍콩 시민들이나 홍콩 언론의 반응은 어땠나요?
양경규/ 홍콩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들이 한국투쟁단에 대해서 느낀 반응은 투쟁의 진정성과 역동성, 그리고 저항정신에 대한 감동이었습니다. 이는 현재 홍콩이 민주화투쟁의 과정에 있는 것과 또한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홍콩내의 여론은 사실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막첫날부터 경찰과 다소간의 충돌은 있었지만 맨몸으로 경찰의 폭력에 맞서는 양상이었고 이 과정에서 획득한 경찰의 방패와 투구를 돌려주었고, 해상시위 등을 통하여 폭력보다는 역동성이 더 강하게 드러났고 이후 홍콩내의 여론은 급격하게 반전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삼보일배로 홍콩시민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미대사관에 대한 투쟁 등을 통해 홍콩시민들의 상대적인 억눌림을 해소하는 양상도 홍콩시민에게는 충격이자 감동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17일의 투쟁이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국내보도는 매우 악의적이었지만 오히려 무리한 연행과 기소로 인하여 한국민중투쟁단에 대한 동정과 지지가 오히려 확산되었죠. 오래전 민주화투쟁과정에서 한국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지지를 생각하면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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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한국언론에서 보도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양상이군요. 홍콩시민들이 그렇게 한국투쟁단에 지지와 연대를 보냈던 것은 무엇보다 투쟁의 내용에 대한 깊은 공감이 전제되었기 때문이었을 텐데요. 세계 각국의 활동가, 노동자, 농민이 홍콩에 모여든 이유가 있을 텐데요. 이번 WTO 6차 각료회담의 주요 의제는 무엇이고 반WTO 투쟁의 주요 요구는 무엇이었나요?
양경규/ 필수서비스의 민영화를 강요하는 GATS, 일자리의 축소와 근로조건의 악화를 초래하는 NAMA, 농산물 시장의 개방과 식량안보와 생명주권의 위협 등이 이번 6차 각료회의의 주요한 과제였습니다. 이를 위해 각국의 투쟁단은 강제자유화와 사유화로부터 공공서비스를 보호하고, 식량에 대한 권리와 적정가격으로 필수의 공공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확보,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존중하면서 무역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하는 한편 민중에 대한 정부와 국제조직의 책임성과 투명성의 제고, 그리고 민중들을 빈곤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덤핑과 보조금의 즉각 철폐 등이 주요 요구였으며 이를 위해 한국투쟁단과 홍콩에 모인 세계 각 국의 투쟁단은 WTO각료회의의 무산을 주요한 투쟁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우리가 당면한 현안들과 반세계화 투쟁의 의제들이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홍콩에 모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홍석만/ 한국 언론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이 마지막 날 있었던 이른바 폭력 시위였는데요, 그리고 이날 전원이 연행되기도 했는데, 그 날의 경위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양경규/ 이전까지 한국투쟁단은 폴리스라인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는데, 그 장소가 각료회의가 열리는 컨벤션센터와 많이 떨어져 있어서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컨벤션센터 앞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었고, 그에 반대하여 컨벤션센터로 행진하던 시위대와 충돌이 발생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전까지 설마 1,200명에 달하는 시위대를 모두 연행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홍콩경찰은 홍콩시민의 지지와 향후 홍콩사회에 미칠 영향(민주화 투쟁 등)에 대한 부담으로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무려 6시간의 대치후 새벽 3시부터 연행이 시작되었으며 홍콩경찰의 ONE BY ONE 원칙에 의해 연행이 완료된 시간은 오후 4시 였습니다. 추운 날씨와 시위대가 완전히 봉쇄되었기 때문에 식사도 거르는 등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집회와 행진을 함께 한 홍콩시민에 대해서는 모두 빠져나가도록 하고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투쟁단에 대해서만 연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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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행 이후 홍콩에서는
홍석만/ 연행이후엔 홍콩의 상황은 어땠는지 영상을 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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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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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영상을 보니 연행된 분들에 대한 인권탄압의 문제가 심각했던 것 같은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말씀을 좀 해주세요.
양경규/ 우선 one by one으로 연행이 진행되는 바람에 연행하는데 13시간이나 걸렸고 그동안 추위와 굶주림을 겪어야 했습니다. 연행 이후에도 그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조사를 받았고 통역이 부족해서 적절한 언어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항의하는 사람들에게는 폭력이 행해졌고 시종일관 수갑을 채운 채 조사가 이루어 졌습니다. 장소가 협소하여 수감된 이틀 동안 새우잠을 자야했습니다. 더욱더 나쁜 것은 연행이후 밖과의 연락이 끊어져 피의자로서 최소한의 안전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부상자들도 모두 연행되었는데 부상을 치료할 마땅한 조건도 확보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나중엔 홍콩경찰이 나와 공식적으로 사과와 유감을 표명해야 했으며 경찰책임자가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한국투쟁단은 인권침해사례를 조사하고 있으며 정리 되는대로 유엔 인권위원회나 홍콩법원에 경찰을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에 있습니다.
홍석만/ 연행되고 이틀 후 대부분의 투쟁단들이 풀어주고 14명만 기소하겠다고 홍콩경찰에서 발표했는데, 14명을 기소하겠다는 근거는 무엇이었나요?
양경규/ 경찰이 공식적으로 14명만을 기소한 이유를 밝힌 적이 없어서 그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홍콩의 법도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48시간 이상 불법으로 구금할 수는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부족한 시간안에 1,200명을 조사하여 구체적인 폭력행위자를 판별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연행해놓고 모두 풀어줄 수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무작위로 13명, 외국인 3명, 한국인10명을 뽑아내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아무래도 궁색했던지 경찰은 추가로 민주노총의 책임자였던 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여기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구속된 14명중 누구도 아주 구체적인 폭력행위를 행사한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홍콩경찰은 일단 그날 벌어진 상황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이 14명이 여기에 해당되므로 기소한다고 하였으나 대부분은 지역의 평범한 농민들로서 선두대열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었으며 심지어는 그 시간에 병원에 있었던 사람도 있었으니 웃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경찰이 나중에 기소를 취하하고 무죄로 처리한 것만 보아도 얼마나 무리한 기소였는지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홍석만/ 그러면 그동안 한국정부에서는 어떤 입장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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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규/ 한국정부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던 신원보증조차 거절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홍콩대주교를 신원보증인으로 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정작 이날 재판에서는 신원보증요구를 철회하면서 신원 보증 없이 대주교가 1인당 2,500홍콩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보석을 허가받게 된 것입니다. 한국정부(총영사관)의 이후의 비협조와 국내언론에 대한 악의적인 언론홍보는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홍석만/ 이후에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양경규/ 한국정부는 1월 30일 재판에서 자신들이 홍콩경찰과 충분히 이야기가 잘 되었다고 하면서 석방될 것이라고 한껏 생색을 내고 국내언론에 30일에 모두 풀려날 것처럼 국내 언론에 홍보하기까지 하였습니다. 30일 재판은 결국 한국정부의 무책임한 개입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국내언론에 보도된 한국투쟁단의 금전요구는 한국정부의 정말 악의적이고 홍콩시민들에 비하여 한국교민의 경우 아주 열성적이었던 2-3가족을 제외하고 협조가 거의 없었던 것은 이런 한국정부(총영사관)의 태도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석만/ 정부는 거의 아무런 손도 쓰지 않았는데 연행 이후에 홍콩시민들이나 활동가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나요?
양경규/ 홍콩민중동맹과 홍콩시민들의 지원은 정말 상상을 넘어서는 지극한 지원이었습니다. 홍콩의 유명한 변호사들이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전액 무료로 성심껏 변호를 해주었고 홍콩시민들은 매일저녁 음식물과 옷가지를 가지고 왔으며 어떤 애로사항이든 해결해주려고 하였습니다. 홍콩 민중동맹의 동지들은 매일 2명의 당직자를 정하여 24시간 책임을 져주었으며 약 10만 불의 투쟁지원금을 지원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아울러 그 기간동안 매일 촛불집회를 개최하여 우리를 지지해주었고 단식투쟁기간동안에는 5-6명의 동지들이 천막을 같이 지켜주면서 밤을 세워주었으며 단식 마지막 날에는 124명의 민중동맹의 동지들과 자발적인 시민들이 24시간 동조단식투쟁을 같이 하기도 하였습니다. 교회는 성탄절시기라서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많았지만 우리 17-8명의 숙박을 허용해주었으며 행여 라도 불편할까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시내 한 곳에 놓아 둔 모금함에서는 매일 홍콩달러로 1만불 이상이 모여졌는데 이는 홍콩시민들이 한국투쟁단에 대해서 얼마나 뜨거운 성원을 보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것입니다. 한국투쟁단에 대한 지원이 단지 홍콩의 운동단체만의 지지가 아니라 전시민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 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체류하는 동안 모든 의식주는 홍콩시민들이 해결해 주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정부의 태도는 정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홍콩을 떠날 때 홍콩의 민중동맹의 동지들과 시민들은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성원과 지지를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홍석만/ 그렇군요. 그럼 3월에 있을 재판이나, 인권탄압에 대한 이후 계획이 있다면?
양경규/ 3명에 대한 재판은 3월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됩니다. 홍콩검찰은11명에 대하여 기소취하를 하면서 3명에 대해서는 기소를 유지하였습니다. 이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정치적 이유가 훨씬 더 크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소내용이 전혀 사실과 달라서 검찰은 이를 입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초에 집회에서 발생한 정황을 그대로 포괄적으로 기소하고 그 내용을 그냥 3명에게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검찰은 구체적 증거를 갖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재판부가 비교적 독립적인 홍콩에서 유죄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변호사들의 일관적인 견해이며 변호사나 우리 모두 재판에 대하여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재판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3월 7일에 끝날 것으로 변호인단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3. 왼발 한 보 앞으로, 꽁싸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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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지난 달 18일로 WTO 6차 각료회담이 끝났는데요. 이번 각료 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결정되었나요?
양경규/ 힘있는 투쟁에도 불구하고 WTO각료회담을 무산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홍콩각료회의는 강대국과 초국적자본의 입장에서는 WTO체제를 연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였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으로 미루어 이번 회의에서 합의를 이루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WTO체제는 종언을 고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강대국과 초국적자본은 이번 회의에서 어떤 형식의 합의든 이루어내야만 했고 몇가지 포괄적인 합의를 했습니다. 이런 포괄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4월 제네바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2006년말까지 최종합의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이번 홍콩회의의 결론입니다. 결국 우리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초국적자본과 강대국은 다시 한번 WTO체제의 수명연장과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가능케 할 조건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러나 2006년말까지의 합의는 세계민중들의 투쟁과 저항이라는 벽을 넘어야 할 것이며 투쟁이 계속되는 한 WTO체제의 종언도 그만큼 가까워질 것입니다.
홍석만/ 반WTO 투쟁이 가져온 성과는 어떤 지점인지 간략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양경규/ 먼저 말할 수 있는 것은 반WTO투쟁에서 한국의 민중투쟁이 새로운 구심으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홍콩투쟁에서 만들어낸 홍콩의 민중운동과의 연대는 한국의 민중운동이 향후 어떻게 국제연대를 만들어 가야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홍콩투쟁에 참가한 한국투쟁단의 규모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민중운동의 영역이 이제 국내의 투쟁과제를 넘어 신자유주의로 일컬어지는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투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번 홍콩투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제 반WTO투쟁의 토대와 구조가 새로운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종래의 반WTO투쟁이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 중심의 투쟁이었던 한계가 지난 칸쿤에서부터 극복되기 시작했는데 이번 홍콩투쟁에서 분명하게 노동자, 농민이라는 대중조직이 투쟁의 중심으로 분명하게 서게 되었습니다. 이는 향후 반WTO투쟁에서 계급적의미가 확대되고 대중적 토대가 분명하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이런 성과와 달리, 아쉬운 점이나 한계 등을 지적하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양경규/ 그러나 이런 의미와 함께 많은 한계도 있었습니다. 우선 대중적으로 많은 참여가 이루어진 한국농민의 힘으로 농업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WTO문제가 단순히 농업의 문제만으로 인식되는 한계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서비스문제나 비농산물문제등 농업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들이 묻히면서 예상치 못한 합의수준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의 투쟁단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것도 주로 투쟁방식에 초점이 맞추어 지면서 다른 외국인 투쟁단과의 연대투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이번 홍콩투쟁에서 대부분의 외국인 투쟁단이 남반구지역의 노동자와 농민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도 짚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한계는 이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WTO각료회의 무산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WTO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강대국의 필사적인 공세가 주요 원인이겠지만 회의장 밖 투쟁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컨벤션 센터안의 진행과는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 투쟁전략에도 문제가 있었다 할 것입니다. 또한 대안정책의 개발과 자국정부에 대한 정치적 공세, 그리고 NGO와의 전면적인 협력체제 구축의 부재 등 각료회의 무산을 위한 총체적인 전략부재가 그 원인이라 할 것입니다.
홍석만/ 마지막으로 향후 반WTO 투쟁에 대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양경규/ 향후 반WTO투쟁과 관련하여 새로운 투쟁전략을 적극 모색하여야 할 것입니다. 국내적으로는 민중운동의 국제연대를 확대하고 민중운동의 지평을 반자본주의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시키는 노력과 함께 현장에 대한 교육과 선전을 보다 힘차게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는 반WTO투쟁을 위해 대중적인 계급조직이 중심이 되어 공동행동과 실천을 추동해가는 새로운 국제연대기구의 구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며 한국의 민중운동은 이를 위해 우선 남반구연대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홍석만/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말, 많이 하지 않습니까? 대부분 산업적인 측면에서 국가경쟁력을 많이 찾는데요. 저는 이게 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른바 경쟁력을 이야기하면서 돈 되는 것만 찾으니 얼마나 천박해 보입니까? 말이 나왔으니 하는말인데요, 제가 보기에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은 한국의 사회운동 아닌가요? 군사독재 정권시절부터 단련되어온데다가 높은 수준의 민중문화를 보유하고 있고, 경험과 노련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실력이 있거든요. 홍콩투쟁의 경우처럼 최근 몇 년동안 반세계화 운동에서 보여준 한국 민중의 투쟁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정말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 뭔가 의미있는 기여를 한다고 하면,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의 경쟁력이 아니라 평화와 민주주의, 공동체의 가치를 사랑하는 한국의 민중운동을 더 잘 알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 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다음 이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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