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시각 다른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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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은 스크린쿼터+@

참세상  / 2006년02월13일 12시49분

홍석만/ 이번 순서는 <다른시각 다른분석>입니다. 요즘 또다시 스크린쿼터에 대한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정부에서 스크린쿼터를, 그것도 절반으로 축소하겠다는 일방적인 발표를 했기 때문인데요. 논란은 영화인들의 밥그릇 지키기일 뿐이다라는 것에서부터 한-미FTA의 전초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스크린 쿼터 축소 논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먼저 영상 보시고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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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영상 - 영화인들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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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크린 쿼터와 독립영화

홍석만/ 스크린쿼터를 둘러싸고 지킬 것이냐, 말 것이냐 혹은 지키자는 입장 속에서도 여러 가지 입장들이 나뉘고 있는데요. 오늘은 주류에서 조명되고 있는 주류 영화인들의 이야기 말고, 독립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문제 어떻게 바라 보고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오늘 자리에는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원승환 사무국장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원승환/ 네, 안녕하세요.

홍석만/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 이후 영화인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독립영화인들도 이번 대응에 함께 하고 계시나요?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지난 98년 한국 영화 진영이 모두 함께 한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에도 참여했으며, 2004년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에도 참여했습니다. 현재 개편된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홍석만/ 앞서 인터뷰에서 보셨다시피 사실 스크린쿼터의 축소와 독립영화문제는 별개다라는 시각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원승환/ 스크린쿼터제의 축소가 현재 독립영화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제 극장에서 개봉되는 독립영화의 편수가 너무 적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영화 상영 시장에서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독립영화의 존재가 미미한 것이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인데, 2005년부터 극장에서 개봉하는 독립영화의 수가 많아지고, 독립영화도 적극적으로 개봉을 고민하면서는 스크린쿼터제의 혜택이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독립영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홍석만/ 어떤 부분에 대해 영향을 미치나요?

원승환/ 한국 독립영화 역시 한국영화이기 때문에 스크린쿼터에 포함되는데, 일반 상업적 극장이 아니라 예술영화전용관에서는 주류영화와 다른 프로그래밍을 고민하면서 독립영화 상영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실제로 극장에서의 독립영화 개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요. 스크린쿼터가 축소된다면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독립영화의 개입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 독립영화는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하는 이른바 외국 영화제 수상작들이나,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 독립영화보다 유명하지 못하고 규모가 작습니다. 외국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와 경쟁하고 싶진 않지만, 제한적인 극장 사정 상 어쩔 수 없이 경쟁하게 되는데, 스크린쿼터는 이런 정황 속에서 한국 독립영화를 보호하게 됩니다.


홍석만/ 큰 영향은 아니지만, 스크린쿼터제가 독립영화도 보호하고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만약 스크린쿼터 축소가 현실화된다면 어느 쪽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까요?

원승환/ 일단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중소규모의 영화제작자들이 받게 될 것입니다. 강력한 메이저 배급사나 극장 체인과 결탁하지 않고는 영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흥행에 대한 집착은 영화인력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제작 예산을 줄이게 된다면 바로 스탭들의 인건비부터 줄이려고 들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관객들도 결국엔 피해를 보게 되겠죠. 현재 관객들의 취향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투사부일체>, <가문의 위기> 류의 영화들이 주로 만들어지게 될 것이며, 예술적이고 도전적인 영화들은 기회를 잃게 될 것이고, 관객들은 그런 영화를 보게 될 기회를 점차 잃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독립영화 쪽은 지금처럼 계속 어려운 시절을 지속하게 되겠지요.

#2. 스크린 쿼터와 한-미 FTA

홍석만/ 이번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이 사실상 정부에서 밝히고 있듯이 한미FTA 체결을 위한 선제조건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미FTA에 대해 이 자리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는 힘들겠지만,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원승환/ 한미FTA의 추진 과정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여론 수렴의 과정없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한미 FTA의 의미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죠. 효용성이 정말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홍석만/ 네, 정말 의문인데요. 한미 FTA 추진과정의 문제점들, 그리고 그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영상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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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영상-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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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한-미 FTA가 무용하다면, 결국 스크린 쿼터 축소 논의는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원승환/ 한미FTA 협상 이전에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한 것입니다.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FTA 협상을 하자고 나선 꼴이죠. 한미FTA는 실제 체결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축소된 스크린쿼터제가 다시 확대될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협상 과정에서 스크린쿼터제는 더 축소될 수도 있으며, (현재 이야기는 되고 있지 않지만,) 영화 이외의 다른 시청각 분야의 쿼터제도 도전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FTA 협상에 문화분야가 꼭 들어가야하는 것은 아닙니다.미국과 캐나다의 FTA에서 문화분야는 예외이기도 했습니다.

#3. 스크린 쿼터와 문화다양성

홍석만/ 문화분야가 FTA 등 무역 협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문화다양성 협약일텐데요. 이제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이야기로 넘어가서...문화다양성 협약, 어떤 내용인가요?

문화다양성 협약
미국에 기반을 둔 문화산업의 독점을 막고
각국의 문화 고유성을 보장하는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채택

원승환/ 문화다양성 협약은 문화까지도 일반 상품의 범주로 사고하는 자유무역질서의 확대를 막아내기 위해 마련된 국제협약입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초국적 미디어 기업들을 통한 문화와 문화산업의 독점은 매우 거대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각국의 문화들은 고유성을 상실하고 획일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초국적 기업들은 자유무역 질서를 바탕으로 각국의 문화정책이 자유무역을 가로 박는 비관세장벽으로 규정하여 이를 폐지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문화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기도 한데 이런 부분들은 무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처음엔 산업화된 문화의 개방을 요구하지만, 점차 기초 예술분야의 보조금 지급 정책까지도 비관세장벽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비상업적 예술 역시 이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는 교역의 대상이 아니라 교류의 대상임을 천명한 것이 바로 문화다양성 협약입니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각국의 문화정책을 국제법으로 보장하고, 서로의 문화를 침해하지 않는 문화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협약입니다.


홍석만/ 문화다양성 협약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인터뷰 보시고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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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영상 - 문화다양성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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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스크린쿼터는 한국영화에 대한 일종의 보호장치인데요. 스크린쿼터가 지키는 문화다양성이라는 것이 대체 뭐냐라는 데서 많은 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원승환/ 스크린쿼터제는 국제적 관계 속에서 내셔널 시네마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미국영화의 독과점 상황 속에서 한국영화를 보호하겠다는 정책이고 초점을 여기에 맞춰야 합니다. 한국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도 기본적으로 한국영화입니다. 한국 영화 내의 다양성 문제는 스크린쿼터제의 정신을 확대시킨 다른 정책으로 풀어내야 합니다. 한국 독립영화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대입시켜보면 스크린쿼터의 의미가 확연하게 보이지 않습니까?

홍석만/ 그동안 영화산업의 구조가 계속 흥행영화, 상업영화 위주로 고착화되어 왔기 때문에 더욱 이런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 아닌가요?

원승환/ 한국 정부가 영화 산업을 키우고 지원한 결과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영화산업은 독과점지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정부와 문화관광부는 산업 지원 일변도의 정책이 가져온 부정적 결과에 대한 예측이 없었죠. 극단적으로 말하면 산업을 키워 살아남으려고 했던 사람들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부정적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미리미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문화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책임을 영화 산업에만 돌리고 있죠.

홍석만/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했던 영화 지원책이 독립영화 같은 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원승환/ 정부의 지원책은 스크린쿼터제의 축소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토론되어 온 것입니다. 이런 대책을 스크린쿼터제의 축소와 연계시켜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스크린쿼터제도 유지되어야 하고,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정책의 공공적 개입도 필요한 것입니다. (정부비판추가)자기들은 아무 책임이 없는데, 다양성을 위해 지원하겠다는 식의 이런 여론 호도는 곤란합니다


#4. 독립영화에 대한 정책 방향

홍석만/ 좀 다른 얘기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다양성을 지향한다면, 독립영화들이 좀더 수면 위로 부상할 필요가 있을텐데요. 독립영화의 제작환경이나.. 혹은 관련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원승환/ 독립영화의 단순한 제작 지원을 넘어, 주류 시장 내에 독립영화가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길을 터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류 시장의 논리와 다른 문화의 공공영역을 확대하여 독립영화가 시장이 아닌 차원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홍석만/ 독립영화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원승환/ 독립영화의 존재를 영화 산업의 논리로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영화산업의 논리로 독립영화를 사고하게 되면, 산업 예비군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며, 단순한 틈새시장으로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독립영화의 존재는 산업 영화를 보조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영화 문화의 공공적 관점으로 정책들을 펼쳐가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수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홍석만/ 네, 오늘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석만/ 사실 스크린쿼터는 한미 FTA 문제의 한부분일 뿐인데요. 글쎄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고 해야 할까요? 정작 문제가 되는 한미 FTA 문제는 잘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FTA 문제로 시급히 쟁점을 전환해야 할 상황인 것 같은데요. 그래야 스크린쿼터를 사수하는 의미도 더 빛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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