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시각 다른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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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천만원 시대, 대학은 장사 중

참세상  / 2006년02월25일 3시33분

홍석만/ 이번 순서는 <다른시각 다른분석>입니다. 다음 주면 일부 대학은 새 학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매년 새 학기가 되면 대학 등록금 인상율이 도마에 오르는데요. 매년 계속되는 일이라 학생이나 학부모가 아니면 그런가 보다 하실 수도 있겠지만, 등록금 인상, 어디 몇몇 만의 문제일까요? 영상과 함께 오늘 순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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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영상 - 등록금 인상과 학생들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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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오늘 자리에는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계신 박거용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박 교수님, 안녕하세요.

  박거용 교수/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네, 안녕하세요.

#1. 합리적인 등록금 인상?

홍석만/ 매년 대학 등록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올해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폭 어느 정도 인가요?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 폭-
연세대 12%, 한양대 7.8% 등 사립대는 10% 내외

박거용/ 사립의 경우에는 12% ~ 8% 사이, 평균 잡아서 9%는 되는 것 같구요, 국립대학도 6% 이상은 인상된 것 같습니다. 인상율로 볼 때 89년 대비 2004년까지 보면, 대개 등록금이 4.5배 내지는 4.8배, 10년 조금 넘는 사이에 4배에서 5배가 뛰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죠.

홍석만/ 사립대학들은 현재 등록금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얘기하고, 얼마전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의 경우 등록금이 천만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는데요. 실제로 이런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건국대학교 등록금 동결 요구 촛불시위 / 2006.1.23

박거용/ 등록금이 외국보다 우리가 싸다, 우리도 올려야 된다, 그런 얘기들 할 때 너무 절대적으로 비교해서 얘기를 하는데요, 그 얘기를 하려면 국민 1인당 소득을 대비해서 생각해 봐야 해요. 그렇게 본다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등록금이 싸지 않다. 미국 사립대의 경우 평균 2만불 되고, 주립대의 경우 4천불 됩니다. 우리 돈으로 하면 2천만원에서 3-4백만원 사이인데, 그런 거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싸다고 볼 수가 없는 거죠.

홍석만/ 우리나라가 사립대학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인 듯 싶은데요. 그럼 이 사립대학의 재정 운영 상 등록금 인상은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을까요?

박거용/ 사립대학 재정구조를 우선 바꿔야 하는데, 현재 재정구조를 보면 등록금 의존율이 70%를 넘습니다. 그에 반해 국고보조는 2%가 안 되고, 재단전입금도 6%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기타 기부금 등 각종 수입을 합해서 10% 정도 되는데, 여기서 얘기하는 건 재단전입금을 늘리고, 국가보조를 늘림으로 해서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어서 등록금을 매해 올리지 않으면서도, 올리더라도 물가상승률 서너배 되는 그런 고액 상승만 안 시킨다면 문제 없이 잘 끌어갈 수도 있는 거죠.

홍석만/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구조가 너무 등록금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군요. 그밖의 다른 문제는 없나요?

  등록금인상반대! 교육재정 확보!’ 신임 학생회장단 기자회견/ 2006. 1.20 세종문화회관 앞

박거용/ 대학교에 지금 작년 대비로, 계속 쌓여있는 이월적립금이란 게 거의 5조 가까이 됩니다. 굉장히 많은데. 우선 우리가 대학교에서 이월적립금을 얘기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대학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데가 아니기 때문에, 또 예결산을 거의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월금이 나온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거예요. 왜냐면, 그만큼 예산을 제대로 못 짰단 얘기가 되지 않습니까? 그 이월금이 이월적립금 중 절반 정도가 되요. 이월금을 줄여야 하다는 얘기고.

두 번째는 적립금입니다. 적립금에는 목적이 있어야 하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립한다, 교수들 연구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립한다, 이런 정도는 될 수 있죠. 그런데 지금 사립학교들의 적립금의 절반 정도가 건물을 짓기 위한 적립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건물은 재단전입금으로 지어야 하는 것이지 학생 등록금으로 지어선 안 되는 거예요. 우선 그걸 고쳐야 하고.

그 다음에 또 하나는 적립금 중에 상당 부분이 기타적립금입니다. 명목이 없어요. 아까 얘기한대로 장학금을 많이 주기 위해서 장학기금을 마련한다든가 연구비를 주기 위해서 연구기금을 마련한다는 건 바람직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명목도 없이 이름도 없는 기타적립금이 적립금의 반 가까이 된다는 건 문제예요.

과다한 이월적립금을 줄여야 하고, 말한대로 건물 짓는다든가 기타 적립금의 액수를 줄여나가는 쪽으로 학교 재정이 바뀌어야 된다고 보는 거죠.

홍석만/ 올해의 경우 연세대가 12%의 등록금 인상을 고지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관련하여 등록금 인상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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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 : 인터뷰 - 학생측과 학교측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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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실제로 학생들이 불만을 갖는 것이 등록금 인상에 비례해서 대학 교육의 질이라던가 학생들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인 것도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박거용/ 그렇죠. 아까 얘기한대로 십몇 년 사이에 등록금이 5배 가량 올랐는데, 교육 환경이란 건 과연 몇 배가 올랐느냐, 얼마나 좋아졌나 따질 때 학생의 경우에는 상당히 불만이 있는 거고. 그 불만 중에 대부분 아마 이렇게 나올 겁니다. 교수 충원율이 얼마 안 돼요. 대학교 강의 반 정도를 시간강사들이 맡고 있는데, 그런 거에 대한 불만도 있을 것이고. 또는 지금 학생들 얘기에서도 나왔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예요. 대학생이라면 성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기가 다니는 학교의 재정적인 문제에도 관심갖고 거기에 의견표명하는 것이 일종의 시민교육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학교에서는 교수나 직원들이 학생을 피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생각해서, 저 친구들하고 우리가 대화할 게 뭐 있겠느냐,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도 있죠.


#2. 등록금이 결정되는 과정

홍석만/ 인터뷰 내용을 보면 대학 측에서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발표하고 협상의 여지도 보이지 않던데요. 요즘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 참여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라고 생각했는데,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것인가요?

박거용/ 대학교의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 그런 것들을 협의해서 결정하는 기구들이 있는 학교들이 몇몇 있어요. 그런데 많이 정착이 안 되어 있고. 문제는 이런 겁니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자기 학교가 발전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발전하는데 등록금이 좀 올라야겠다 하면 반대 안 할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서 재정상태를 학생들에게 분명하게 알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등록금 산출근거를 제대로 설득력있게 설명하지 못 한다는 데서 모든 문제점들이 벌어진다 할 수 있죠.


#3. 정부의 정책

홍석만/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와 관련된 얘기로 넘어갔으면 합니다.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들을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텐데요. 어떤 제도가 있나요?

  연세대 학생회관에 붙어 있는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대형 현수막

정부의 등록금 정책
학자금 융자 확대, 등록금 후불제, 분할납부제 등 제도화해야

박거용/ 우선 등록금을 대학당국에서는요, 분할납부를 하게 하는 제도를 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등록금을 2회에 분할해서, 그것도 개강하고 나서 1달 안에 다 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은 학생,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거고. 좀더, 세 번 내지 네 번으로 분납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보구요.

두 번째 정부에서 하는 일들은, 학생들에게 등록금 차원으로 그것에 더해 생활비 내지는 책 사 보는 돈까지 해서 학생들에게 대여해 주는 게 있습니다. 이게 올해부터 조금 늘어나서 1년에 20만 명 이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액수도 4천만원에서 7천만원으로 오르게 됐고.

그러나 실제 우리가 생각해 볼 때 대학원생 포함해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350만 돼요. 그 중 20만이 그런 혜택을 본다는 게 얼마 안 되는 거죠. 이런 것도 늘려야 되는데, 제도가 바뀌면서 학생들의 이자 부담율이 늘어났어요. 4.2-3%만 내면 됐었는데, 다시 7.6%로 올라가서 그것도 문제가 있고. 혜택을 받을 대상수를 늘려야 하고, 액수도 늘리는 차원에서 국가가 많이 노력해야겠죠.

홍석만/ 이달 초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등록금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제안했었는데요. 관련 내용 들어보고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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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3 - 민주노동당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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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민주노동당에서 제안하는 사회적 협의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박거용/ 저런 것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생겼어야 하는데,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구요. 지금 지적한 것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저는 이거라고 봐요.
우리나라 사립대학 비율이 너무 많다, 국공립의 비율을 늘려나가는 쪽으로 문제 해결을 잡아야 된다는 거 하나하고, 두번째는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야 된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 재정의, 교육부 예산 전체 중에서 고등교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채 안 돼요. 90%가 초중등 예산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구조를 좀 바꿔야 된다는 얘기죠. 대학 교육에 재정 지원하는 것이 GNP 6%로 해야 된다는 얘기에도 나왔지만 그렇게 가고, 고등교육 재정을 10%에서 20%까지는 늘려야 된다고 보는 거죠.


#4. 대학교육은 상품인가

홍석만/ 요즘 로스쿨, 의대 등의 등록금을 보면 졸업 후 연봉이 등록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대학 교육이라는 것이 고액 연봉을 위한 과정처럼 사고되는 마당에 고액 등록금이 무엇이 문제냐는 의문이 들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거용/ 로스쿨이나 경영대학원 쪽은 등록금 비싸야 되고, 등록금이 천만원대를 넘어서 2천만원까지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인데, 그 속의 논리라는 게 이런 거죠. 월급 많이 받고 연봉 많은 과를 나온 사람들은 다닐 때부터 자기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서 등록금 많이 내고 다녀야 한다는 건데, 이게 가장 천박한 자본주의적 속성을 보여주는 거죠. 대학교육이란 게 각자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이거는 물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식으로 대학교육에 접근하니까 사실 요즘 대학에서 기초학문들이 죽는단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홍석만/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대학 교육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등록금 인상 논란이 이런 문제의 한 측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전제 자체부터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아닐까요?

박거용/ 그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라, 벌써 95년도에 5.31 교육 정책을 세웠을 때 그 바탕이 신자유주의적인 논리였습니다. 최근에 대통령이 '대학은 산업이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대학을 시장 경제의 논리로 측정하고 운영하려는 발상들이 너무 팽배해 있는 게 문제죠. 우리는 그런 걸 어떻게 극복할 거냐, 하는 쪽으로 노력해야겠습니다.


홍석만/ 끝으로, 우리나라 대학,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대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박거용/ 우선 제일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기형적으로 사립대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아까 미국 예도 들었지만, 미국에 등록금이 비싼 대학이 있지만, 사립대에 대한 국고보조도 상당히 많다 라는 것. 그래서 일부 대학은 비싼데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주립대학이 4천불 밖에 안 된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차원으로, 사립대를 가능하면 줄이고 국공립대학을 많이 만드는 쪽으로 가야 된다는 게 하나고, 두번째는 사립대의 재정구조를 바꿔야 된다. 등록금 의존율을 최대한 낮추고, 국고보조를 늘리고 재단전입금을 늘리는 속에서, 등록금 문제가 봄마다 개나리 필 때마다 투쟁이 생겨서 개나리 투쟁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그런 일들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홍석만/ 네, 지금까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교수님과 함께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한 이야기 나눠 보았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석만/ 1년치 등록금이 비정규직 1년 임금이랑 맞먹는 상황인데요, 등록금이 오를수록 교육의 양극화만 더 심해지지 않나 싶습니다. 있는 집 자식들이야 걱정 없겠지만, 없는 집 자식들은 어떻게 대학을 다니라는 겁니까? 대학등록금 때문에 초등학생을 납치했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는 험악한 상황인데요, 양극화 해소, 말로만 하지 말고 등록금부터 낮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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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천천히들 얘기해 주셨음 함다. 사회자 멘트나, 박거용 교수님의 속도면 그나마 자막보며 이해하기가 훨 수월한데.. 그외는 좀 빨라서요..
참새
2006.02.28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