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언론의 재구성
하인스 워드를 위한, 그에 의한 ‘혼혈인 재인식(?)’

참세상  / 2006년04월17일 1시03분

홍석만/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조수빈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빈/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오늘 소개해 주실 내용은 어떤 건가요?


조수빈/ 지난 3일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 프로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가 9박 10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2일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 통신사인 연합뉴스를 통해 이미 여러 언론에서 짚어본 문제점을 다시 살펴보면서, 개혁언론인 한겨레의 보도를 통해 그 밖에 다른 지점은 없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홍석만/ 특집 보도가 나갈 만큼, 하인스 워드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었지요. 언론들 대체로 어떻게 보도했으며, 어떤 문제들이 있나요?

조수빈/ 앞서 짚고 넘어 가야할 것이 바로 ‘혼혈인’이라는 용어입니다. 우선 이 용어 자체가 굉장히 인종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인데요. 다인종, 다민족 사회에서 ‘혼혈인’이라는 문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문제제기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하주영/ 용어에 문제가 있다. 예,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하인스 워드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어떠했나요?

조수빈/전폭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2일 분석한 바에 의하면 MBC의 경우 첫 헤드라인에서부터 하인스 워드 관련 7꼭지를 할애하는가 하면, 특집방송까지 내보낼 정도였는데요. 이러한 하인스 워드에 대한 전폭적인 애정은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일간지, 통신사, 뉴스전문채널 등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보도는 ‘옆에 있는 혼혈인 다시보기’, ‘한방울 한국피라도 찾아내기’ 식의 보도라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홍석만/ 옆에 있는 혼혈인 다시보기, 한방울 한국피 찾아내기...재밌는데요. 어떤 것이었습니까?

조수빈/ 많은 언론사가 있습니다만 대표적으로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연합뉴스는 지난 3일 방문당일부터 10일간 하인스 워드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데요. 이와 관련 사실보도가 많습니다. 그 밖에는 하인스 워드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혼혈인에 대한 재인식 혹은 그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기사들이었습니다. ‘윤수일, “워드 모자 보며 어머니 생각났다’, ‘혼혈 여자농구선수 장예은, 8일 워드와 또 만난다’, ‘여, 혼혈인 권익개선 의지표명’, ‘하인스 워드, 한국에 값진 성찰의 기회주다’의 기사가 그런 것입니다.

(INS1. 연합뉴스 ‘윤수일, “워드 모자 보며 어머니 생각났다’ 기사화면)

이러한 기사에서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단일민족 이데올로기로 차별이 가해지던 ‘혼혈인’에 대한 처우개선이 기대된다는 등 워드 방한 이후 성과들을 드러내려는 시도와 노력들을 보입니다.


혼혈인에 대한 재인식, 그러나 이주노동자 등 문제 사회적 여론 형성 못해
그러나 이러한 혼혈인들을 재인식하는 기사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민족주의나 인종차별이 더욱 강조되는 방식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혼혈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차별을 드러내면서 드리워져 있던 단일민족 코드에 대해 부정하는 방식으로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그 이면에 단 1%의 한국혈연이라도 찾아서 그들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등 또 다른 민족주의가 숨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이슈로 유색인종과 혼혈인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었다는 긍정성을 함유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나 타 국적을 가진 유색인종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끌어내지 못했고, 1%의 한국에 대한 이타성만을 드러내면서 다른 민족에 대한 한국사회 내의 배타성은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 등 또 다른 인종차별의 요소를 함의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그렇다면 개혁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봐주시죠?

조수빈/ 한겨레신문도 청와대 방문이나 주한미대사관 방문 등 하인스 워드의 10일간의 방한 일정을 주의 깊게 쫓았습니다. 다른 언론과 개혁언론인 한겨레의 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죠. 한겨레신문도 이번 하인스 워드 방한과 관련한 보도에서 민족주의 혹은 가족주의를 비켜가지 못했으며, 다른 언론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덧붙여 이른바 혼혈인의 주류화전략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지적하고 싶습니다.

지난 3일과 6일에 실린 기사 ‘“어머니 나라에 오니 너무나 행복합니다”’와 ‘워드 “어머니는 나에게 많은 영감 줘”’ 등에서 앞서 연합뉴스와 마찬가지로 민족주의, 즉 어머니의 나라를 강조하는 기사들이 실렸습니다.

(INS2. 한겨레 ‘“어머니 나라에 오니 너무나 행복합니다”’ 기사화면)

주한미군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인스워드는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내용 등 이른바 하인스 워드의 개인사를 소개하고, 어머니의 나라에 돌아와서 기쁘다는 하인스 워드의 귀국 소감 등을 기사화했습니다.

홍석만/ 이러한 보도가 민족주의를 더욱 부추긴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어머니의 땅, 고국 혹은 모국 등의 표현은 언론에서 아주 극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수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사들이 그동안 민족주의나 가족중심이데올로기를 강조시키는데 유효하게 사용되었는데요. 민족주의나 가족중심이데올로기는 국가나 가족의 정치적 경제적 원칙을 개인의 이해관계보다 우위에 둠으로써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국가이데올로기에 개인의 희생을 강요, 동원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되어왔던 바, 우려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면 혹시 ‘장한 어머니상’을 들어보셨나요?

하주영/ 아니요.

조수빈/ 일종의 우수한 자녀를 길러낸 어머니에게 주는 상인데요. 이번 하인스 워드 사건도 마찬가지로 한겨레를 비롯 각 언론들은 한국사회가 가족 안에서의 ‘어머니’의 역할을 여전히 축소시키고, 희생을 강제하는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한에서 하인스 워드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던 하인스 워드 선수의 어머니는 역경을 딛고 아들을 위해 희생한 강한 어머니의 모습 즉, 한국 사회 내에 뿌리 박힌 어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는 까닭입니다.

홍석만/ 그 밖에도 주류화 전략을 지적하셨는데요. 어떤 것인가요?

조수빈/ 이는 지난 5일과 7일, 9일에 실린 “양쪽 피 장점만 물려받아 음악·운동 재능 많아”, “스타는 외로운거야” “놀림 신경 안써요”“워드 아저씨처럼 될래요”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INS3. 한겨레 ‘“양쪽 피 장점만 물려받아 음악·운동 재능 많아”’ 기사화면)

가수 소냐와 같은 성공한 혼혈인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싣거나, 스타 혹은 하인스워드와 같은 영웅을 꿈꾸는 혼혈아동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혼혈인도 한국사회 내에서 소수자라고 봤을 때 앞선 기사에서처럼 또 다른 하인스 워드를 꿈꾸거나 이미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 혼혈인을 소개함으로서 이른바 사회내의 주류화가 꼭 소수자들의 인권신장과 연결된다는 접근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지난 4일 노무현대통령이 하인스 워드와의 오찬자리에서 “혼혈인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 만들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혼혈인의 인권이 경제적 부나 정치적 지위의 획득과 더불어 신장되는 것인지 보다 면밀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하주영/ 여러 가지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덧붙일 것 없나요?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또한 재외동포법이라는 법으로 한국의 국적을 갖고 싶어 하는 재외동포에게는 까다로운 절차를 들이대고 있는데요. 하인스워드의 경우 그의 성공과 맞물려, 새롭게 ‘혼혈인 차별금지법’이라는 제도를 추진한다는 것은 그 제도의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시혜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도 신중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각 언론들이 하인스 워드와 연결하여 한국사회 내의 유색인종 및 타민족에 대한 재인식을 기대했으나, 이들의 보도로 유색인종, 타 민족에 대한 재인식은 실패했으며, 오히려 강화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석만/ 네 조수빈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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