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빈곤의 근본 원인 지적 않는, 개혁언론

참세상  / 2006년10월28일 21시09분

하주영/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이꽃맘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꽃맘/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오늘 소개해 주실 내용은 어떤 건가요?

이꽃맘/ 현재 모든 언론은 북핵에만 귀를 기울이고, 북핵을 둘러싼 국제, 정치계의 움직임만을 쏟아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17일은 세계빈곤철폐의 날 이었는데요. 갈수록 더욱더 심각해 지고 있는 빈곤문제에 대한 개혁언론들의 보도태도를 살펴보았습니다.

하주영/ 세계빈곤철폐의 날, 어떤 날이죠?

이꽃맘/ 매년 10월 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빈곤철폐의 날입니다. 이 날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심각해지는 빈곤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알려내기 위해 지정된 날로, 이 날에는 전 세계 각 국에서 빈곤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사회단체들의 행사가 이어졌는데요. 얼마 전 영등포역에서 방화셔터에 깔려 죽어간 노숙인들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구 서울역사 인근에 위치한 미군여행장병안내소를 점거하며 “비어있는 공간을 노숙인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곳으로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주영/ 10월 17일 중요한 날인데요. 이에 대한 개혁언론의 보도태도는 어떤가요?

이꽃맘/ 네, 일단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개혁언론들도 북핵 기사를 쏟아내느라 이에 대한 기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북핵이 한반도 평화를 둘러싸고 중요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이런 큰 사안들이 벌어질 때 마다 다른 사회적 쟁점은 다 묻혀버리는 고질적인 상황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보도 양을 살펴보면 이는 명확히 드러나는데요. 오마이뉴스의 경우 세계빈곤철폐의 날에 대한 보도는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빈곤의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데요. 오마이뉴스는 현재 난곡 재개발 문제를 르포형식으로 보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언론의 재구성에서 계속 제기해왔듯이 시혜적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주영/ 그렇다면 한겨레는 어떤가요?

이꽃맘/ 한겨레는 한 개의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빈곤국 5살 미만 어린이가 해마다 600만 명 굶어 죽는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세계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의 골이 더욱 깊게 패이고 있다는 보도였습니다.

그러나 한겨레 역시 한국에서 빈곤단체들이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서는 무감각했습니다.

하주영/ 하루 있었던 사건을 다루느냐 안 다루느냐는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꽃맘/ 그렇습니다. 지적하신대로 단일 사건을 다루느냐 마느냐가 보도태도 전체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10월 17일에 진행한 빈민단체들의 행동은 죽어가는 노숙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개혁언론을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들은 노숙인의 죽음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데만 집중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빈민들의 목소리는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그저 빈민들의 문제, 빈곤의 문제를 어떤 특정한 계층의 문제로 취급하면서 시혜적 시선만을 보여줘 왔던 그동안의 보도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죠.

하주영/ 그렇다면 최근 들어 한겨레가 다루고 있는 빈곤 관련 이슈들을 살펴보면 보도태도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꽃맘/ 네, 한겨레는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는데요.

유누스 박사는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 마이크로 크레딧이라는 빈민 구제책을 창안한 공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한겨레는 유누스 박사의 공을 높게 평가하면서 한국도 유누스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17일, 김종철 한겨레논설위원은 ‘유누스 정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유누스 박사가 던진 중요한 메시지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면 떼이기 쉬워 은행이 망한다는 주류의 금융이론을 뒤집었다”라며 “그의 정신을 제대로 배워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주영/ 마이크로 크레딧이 빈곤층에게 무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면서 실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문제점이 있나요?

이꽃맘/ 특히 절대빈곤층이 많은 나라에서는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는데요. 단 몇 십, 몇 백만 원 때문에 힘들어하는 빈곤계층에게는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급한 불을 끄는 것 외에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에서도 신나는 조합이나 사회연대은행 등이 이를 하고 있는데요. 창업기금으로 천 만 원 정도의 소액을 무담보로 대출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빈곤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구조적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하주영/ 하긴 돈 얼마로 가난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할 수는 없겠죠.

이꽃맘/ 그렇습니다. 강동진 참세상 편집위원은 이에 대해 “한국의 빈곤층은 대부분 일을 하지만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무담보 대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내고 있는 문제점을 없애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천 만 원 정도의 소액대출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노점상 밖에 없는데, 차라리 노점상을 합법화 시키는 것이 빈곤탈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하주영/ 그렇군요. 그럼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어떤 보도가 필요할까요?

이꽃맘/ 앞서 지적한 것처럼 개혁언론도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기 보다는 특정 집단을 시혜적 시선으로 다루면서 오히려 빈곤의 문제를 특수한 집단의 문제로 한정지어버리고 있습니다.

전 민중의 빈곤을 가속화 시키고 있는 저임금 노동의 근본적 문제점, 신자유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들을 근본적으로 지적하는 보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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