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임무는 우주를 지도화해 그 신비를 밝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유클리드(Euclid) 망원경은 별을 갖지 않은 약 15개의 외계 행성, 즉 ‘떠돌이 행성(planètes errantes)’을 발견했다. 현재까지 이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지만, 유클리드와 향후 발사될 위성들이 이들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측이 어려웠던 떠돌이 행성들이 유클리드(Euclid) 망원경 덕분에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향후 임무들을 통해 이러한 천체들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에르베 부이(Hervé Bouy)/코스믹댄스 팀(Cosmic-Dance Team), 제공: 저자
유럽우주국(ESA)이 2023년 발사한 우주망원경 유클리드는 우주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인 ‘암흑 우주(dark Universe)’를 탐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십억 개의 은하를 지도화함으로써, 유클리드는 우주의 진화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추정되는 ‘암흑 에너지’의 본질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이 망원경은 본래 별의 형성 영역을 관측하거나 행성을 추적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발사 후 몇 달 뒤, ESA는 유클리드의 초기 관측 프로그램(Euclid early release observations, ERO)을 시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클리드 망원경이 먼 은하 및 성단뿐만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별 형성 영역 등 다양한 천체를 얼마나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를 통해 유클리드 장비가 우주론이라는 본래 임무를 넘어서는 관측 성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태양 없는 행성들
정의상, 행성은 항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천체로 간주한다. 하지만 일부 행성은 고립된 상태로 항성 없이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다. ‘떠돌이 행성’으로 불리는 이들은 말 그대로 우주의 고아들이다. 이들은 소규모의 가스와 먼지구름이 중력으로 붕괴하면서 형성된, 일종의 ‘소형 별’로 태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가설은, 이들이 원래 항성 주변에서 형성된 진짜 행성이었지만 어떤 격변적 사건으로 인해 원래의 행성계로부터 튕겨 나와 고립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을 탐지하고 연구함으로써, 천문학자들은 항성의 형성과 더불어 행성계의 형성과 초기 진화,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역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이처럼 어두운 천체를 찾아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들이 발산하는 빛이 너무 미약한 데다, 먼 은하 등 다른 천체들과 구별해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클리드는 넓은 시야, 높은 해상도, 가시광부터 적외선까지 감지할 수 있는 민감도를 모두 갖춘 독보적인 관측 능력 덕분에 이 한계를 극복했다.
유클리드가 황소자리로 향하다
ESA가 과학자들에게 ERO 프로그램 참여를 제안했을 때, 우리 연구팀은 유클리드를 별 형성 영역으로 잘 알려진 황소자리의 분자운 LDN 1495 방향으로 조준할 것을 제안했다. 이 지역은 지구로부터 약 450광년 떨어진 곳으로, 가스와 먼지가 응축되며 어린 별들이 태어나는 어두운 영역이다. 수십 년간 연구 대상이 되어 왔지만, 유클리드가 제공하는 수준의 민감도와 해상도로 관측된 적은 없었다.
우리 팀은 유클리드의 관측 자료에 더해 지난 20년간 지상 망원경들로 축적해온 영상도 활용했다. 이들 망원경에는 캐나다-프랑스-하와이 망원경(CFHT), 스바루(Subaru), 영국 적외선 망원경(UKIRT) 등이 있으며, 모두 미국 하와이 제도의 마우나케아 화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관측 덕분에 우리는 수십만 개의 희미한 천체들의 운동, 밝기, 색상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그중 15개의 천체가 눈에 띄었다. 이들의 밝기, 색상, 운동은 황소자리 분자운에서 형성된 천체들에서 기대되는 특성과 일치했다. 이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형성되어 모두 젊고(수백만 년), 거리도 유사하며(425~490광년), 동일한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이들이 공통의 분자운에서 태어나 그 운동을 그대로 이어받았음을 시사한다. 이 중 9개는 완전히 새로운 발견으로, 황소자리 지역에서 지금까지 탐지된 것 중 가장 어둡고 질량이 작은 천체들에 속한다.
일부 후보는 매우 작은 질량을 가지고 있다. 극도로 희미한 밝기로 미뤄볼 때, 이들은 목성(Jupiter) 질량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클 수 있다. 이는 별은 물론, 별보다 작지만, 행성보다는 큰 천체인 갈색왜성의 질량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따라서 이들은 명백히 ‘행성 질량 천체’로 분류된다. 만약 이들의 정체가 확정된다면, 이는 태양계 외부에서 직접적으로 탐지된 천체 중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하게 된다.
우주의 기원을 들여다보는 창
이번 발견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는다. 이는 우주가 어떻게 별과 행성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이 고립된 세계가 중력 붕괴로 형성된 작은 분자운 조각에서 별처럼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행성계에서 튕겨 나간 고아들일까?
이 두 시나리오는 별의 초기 형성 단계뿐만 아니라, 행성의 형성과정에 대한 이해에도 각각 다른 함의를 갖는다. 별이 드문 황소자리처럼 항성 밀도가 낮고 거대한 별이 거의 없는 영역에서는, 이러한 행성 질량 천체가 중력 붕괴를 통해 직접 형성될 수도 있으며, 이는 행성과 별 사이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우리 팀의 연구 결과는 떠돌이 행성이 생각보다 드물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황소자리 전체로 관측 결과를 확대해 추정해 보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십 개의 유사 천체가 이 지역에 존재할 수 있다.
놀라움으로 가득한 우주
이번 연구는 시작에 불과하다. 유클리드는 이미 다른 별 형성 영역들도 ERO 프로그램의 하나로 관측했으며, 현재 그 자료가 분석 중이다. 앞으로도 유사한 영역들을 추가로 관측하면서 더 정밀한 운동 측정과 더욱 완전한 천체 목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2026년 가을 발사를 예정하고 있는 미래형 우주망원경 낸시 그레이스 로먼(Nancy Grace Roman)이 유클리드와 비슷하면서도 보완적인 광시야 및 적외선 관측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 망원경과 유클리드는 협력하여 우주의 어린 영역에서 극도로 낮은 질량을 지닌 천체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이러한 발견의 후속 연구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 망원경은 이들 떠돌이 행성의 본질, 질량, 대기 조성을 확인하기 위한 분광 관측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들 임무는 별과 떠돌이 행성의 기원을 탐사하는 데 있어 매우 유망한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모든 대형 우주망원경은 결국 자신이 설계되지 않은 발견을 이루어낸다. 허블 우주망원경(Hubble)은 우주론에 혁명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별 탄생지의 장관을 포착해냈다. 오늘날, 우주의 보이지 않는 골격을 지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클리드는 별도 항성도 없이 우주를 떠도는 형성 중의 새로운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작고, 차갑고, 고립된 이 떠돌이 세계는 행성과 별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를 상기시키며, 별 사이 어둠 속에도 여전히 발견되지 않은 이야기가 숨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출처] Des planètes errantes, sans étoile, découvertes par le satellite Euclid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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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베 부이(Hervé Bouy)는 보르도대학교(Université de Bordeaux) 천체물리학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