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양극화 해소? 거짓말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 ||
[한미FTA저지특별기획](5) - '국정브리핑 특별기획' 검토와 비판 ③ | ||
정부가 발간하는 '국정브리핑'은 특별기획 '출발점에 선 한미FTA'를 6회차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국정브리핑은 특별기획 소개글에서 "우리의 주요 교역대상국인 미국과 FTA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한층 나아질 것이고 개방에 따른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먹거리 창출도 기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개방은 시대적 흐름이다. 과거처럼 압력에 못 이겨 수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이번 한미FTA처럼 능동적으로 전략적 개방을 꾀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했다. 국정브리핑은 이에 "한미 FTA에 대한 보다 면밀한 이해와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정부의 협상방향을 심층분석하고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고 밝혔다. '국정브리핑'은 ①우리는 왜 FTA를 필요로 하는가, ② 스크린쿼터 축소, 새로운 시작이다, ③한미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가, ④국민이 함께 하는 한·미 FTA 협상전략, ⑤한미FTA의 손익계산서 ⑥경제대국 미국을 분석한다 등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한미FTA저지특별기획'의 한 내용으로, '국정브리핑'의 특별기획을 검토하고 비판하는 연재글을 게재한다. 아래는 재정경제부 노윤진 씨가 3월 14일 쓴 '[특별기획 '출발점에 선 한·미 FTA'] ③ 양극화 심화 주장은 '기우' - FTA, 일자리 창출 · 양극화 해소 위한 것' 글을 전소희 참세상 편집위원이 검토 비판하여 보내온 글이다. 한미FTA에 대한 참세상 독자 여러분의 냉정한 판단을 기대한다. - 편집자 주 “양극화 해소” - “웰빙”만큼이나 유행어가 되어버린 듯 하다. 언론, 정부, 학자들은 “양극화 해소”에 대한 각종 처방을 내놓고 있으며, 너도 나도 모두 “양극화 해소”를 외친다. 이는 지금 한국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지, 이것이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갈등과 저항, 분노를 무마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후자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 “자유무역이 양극화를 해소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 한미FTA 체결과 양극화 해소에 집중할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한미FTA를 선전하는 데 여념이 없는 언론과 주류 경제학자, 정부 관료들도 앵무새처럼 “FTA = 양극화 해소”를 외친다. 사실 이들은 ‘양극화 해소’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거짓말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럴싸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신자유주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기만 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아보겠다는 국정브리핑의 [특별기획 '출발점에 선 한·미 FTA] 시리즈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반박할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논리가 진실인양 호도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몇 가지를 지적하겠다.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면 양극화를 완화”? 재정경제부 노윤진이 쓴 [양극화 심화 주장은 '기우']의 기본적 논거는 “FTA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극화를 해소할 것이다”이다. 노윤진은 “한·미 FTA를 통해 경쟁력 있는 분야가 상대적으로 뒤쳐진 분야를 도와주고 또 자극하면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면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데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논리는 신자유주의자들이 WTO나 FTA의 타당성을 주장할 때 즐겨 사용하곤 하는 것이다. 일단,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FTA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바로 구조조정이고, 비용을 최소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의하면, 한미FTA로 실질 GDP는 0.42%~1.99% 증가할 것이고, 생산성은 0.61%~1.94%, 고용은 -0.51%~0.63%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얼마 되지도 않는 수치 가지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샘인데, 기본 논리는 한미FTA로 실질 GDP 및 생산성이 상승할 것이며, 후생효과가 발생하고 고용이 증대하여 결국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1994년 멕시코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할 때에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그로부터 12년 후, 완전히 반대 결과가 나왔다. 멕시코, 미국과 캐나다 모두 제조업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이는 노동비용을 절감하였고 아울러 저렴한 수입 자재와 부품을 사용으로써 전체적인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비용을 절감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의 고삐를 당겼다는 것이며, 수입 자재와 부품을 사용했다는 것은 상대국 자재 및 부품 산업이 말살되고 공장은 폐쇄되고 노동자들은 해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생산성 증대가 노동조건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부르주아 경제학 교과서에서나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구조조정과 공장폐쇄 또는 이전, 노동조건 악화를 ‘양극화 해소’로 해석한다면 어린 아이도 웃을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양극화 완화에 기여할 것“? 기만을 하는 데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굳이 ILO의 공식 정의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양질의 일자리”란 정당한 임금, 노동3권과 혜택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답할 것이다. 이미 비정규직 비율이 60%를 육박하는 현실 속에서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을 만들어놓고, ‘노동비용 감축’이 핵심 목표 중 하나인 FTA를 체결하면서 이것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출로 먹고 산다는 멕시코 정부는 NAFTA를 체결할 때 의류 및 전자제품 등 마깔라도라(멕시코 북부 대규모 수출 공단 지대)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10년 간 약 800만 개 일자리가 만들어지긴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800만 개 일자리 중 절대 다수가 처절한 노동조건과 항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3개월짜리 비정규직이며, 그 파급력은 마낄라도라 산업 내부로 차단되었고, 가장 중요하게는 다른 부문에서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같은 제조업에서도 마낄라도라 외 부문(특히 부품 및 원자재)에서는 일자리가 오히려 9.4% 축소됐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해버리겠다는 협박은 일상이 되었고, 1995년과 2000년 사이 700만개 일자리를 잃었다. 서비스산업에서 일자리가 늘긴 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으로 이전한 주로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평균 13% 줄었으며, 대부분 임시직,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이 되었다. 한국 정부는 한미FTA에 대해 “성장잠재력이 큰 IT산업과 자동차 및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라는 주장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해서 일자리가 형성될 지 의문이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될 리는 만무하다. 이미 IT와 서비스 분야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며, 자동차도 초국적 자본의 공세 속에서 다단계 하청, 불법파견과 비정규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지목한 산업 외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량해고와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만약 정부가 현재의 800만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차별을 완전히 없앤다고 한다면,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비정규법안을 철회하고 ‘향후 FTA의 결과로 생겨나는 모든 일자리는 반드시 양질의 정규직이어야 하며 어느 산업이든 해고는 절대 할 수 없다’고 못 박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킨다면, “FTA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주장을 한 번 믿어보겠다. 혁신 기술의 이전을 통한 “부품과 소재기업 발전”과 “시너지 효과”? 노윤진 씨는 한미FTA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품소재와 기계부문에 대해 해외 혁신자원을 도입함으로써 부품과 소재기업의 발전을 가능케 할 것”이며, “미국의 원천기술과 우리 나라의 생산기술간 시너지 효과”를 얻어 이것도 역시 ‘양극화 해소’에 일조할 것이라 한다. FTA의 기본원칙과 조항을 한 번 공부해볼 것을 제안한다. 지난 15년 사이 체결된 전세계 모든 FTA와 투자협정은 ‘이행의무부과 금지’ 조항을 담고 있다. 한미FTA의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NAFTA나 2004년도 ‘모델 투자협정’ 모두 그러하다. 즉, 해외자본에 기술이전, 내국민 고용, 국산 자재․부품 이용, 고용창출 또는 승계, 환경보호 등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미FTA는 해외 혁신자원을 “도입”하고 그럼으로써 기술 “발전”을 꾀하고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지적재산권으로 철저히 무장한 초국적 기업에 의한, 초국적 기업만을 위한 자원과 기술만 남게 될 것이다. 외국인투자 극대화를 통한 양극화 해소? 외국인투자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가 주창한 것이다. IMF 구조조정의 혹독함을 견뎌내야 한다는 논리로 이용되기도 하고,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경직’된 노동시장에 대한 공격으로도 이용된다. 그러나 외국인투자를 통한 국가경제 발전 전략, 또는 이를 통한 양극화 해소란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노윤진이 LG경제연구소를 인용하면서 주장했듯이, 멕시코의 경우 “NAFTA 체결 후 연평균 40억 달러에 불과하던 외국인투자가 152억 달러로 비약적으로 늘어난 바 있다.” 그러나 FTA나 투자협정에서 보호해주는 투자란 직․간접투자를 모두 포괄하며, 기업, 주식, 채권, 선물과 기타 파생품, 운영․건설 등에 대한 계약, 지적재산권, 라이센스 등을 포함한다. 멕시코의 경우, 급증한 외국인투자는 기본적으로 공장을 새로 짓고 신규 투자를 하는 소위 ‘그린필드 투자’가 아닌 기존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주식과 채권, 선물거래 등 자본시장에서의 돈놀음 -투기- 였기 때문에 그 효과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멕시코 경제를 오히려 초국적 투기자본에 노출시켜 더욱 위험에 빠뜨렸다. NAFTA가 체결된 1년 후 멕시코에 경제위기가 닥치지 않았는가. 그나마 이루어진 실질적인 직접투자는 특정 부문(역시 마낄라도라 또는 자본시장)에 집중되었고, 초국적 기업의 국제적 수직통합과 ‘내부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에 멕시코 경제 전반에 대한 파급력은 미미했다. 굳이 멕시코를 사례로 들 필요도 없다. (멕시코와 한국이 해외자본의 주식시장 점유율 3위와 4위를 놓고 다툰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말 기준 주식시장의 43%가 외국자본 소유이다. 그리고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보다 철저히 보호해줘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에 힘입어 로스차일드, 뉴브릿지캐피탈, 론스타 등 초국적 투기자본이 탈세, 노동자 대량 해고 등 온갖 횡포를 부리고 한국 경제가 투기판이 되어 휘청거리는데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바로 코앞에서 펼쳐 있고 있는 이 광경을 보고도 신자유주의자들은 외국인투자가 “양극화를 해소할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피해 산업에 대한 대책 마련”? 노윤진은 “중소기업·농업 등 분야에서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정밀한 영향분석을 거쳐 범정부차원의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그 중 그나마 나은 주장이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한칠레FTA로부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됐던 농업에 119조원을 투입한다고 약속했고, 일본과 미국과의 FTA에 대비해 제조업과 특히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이고 하며, 영화산업에도 4,000억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금액이 충분한지 여부를 떠나 이런 ‘지원금’이 결국은 이들 ‘피해’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재정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다. 무엇보다도 FTA와 관련, 민중에게 있어 ‘피해’산업과 ‘성공’산업이란 없다. 총체적 재앙만 있을 뿐이다. 민중에 대한 ‘피해’는 어느 특정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결국 피해‘산업’ 보호는 초국적 자본 공세 속에서 떡고물을 기대하는 국내자본 보호이지 민중의 이해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산업’의 피해를 지나치게 강조하기도 하고, 수출이 증대하면 그만큼의 혜택이 노동자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와 다를 바 없다. 민중에게 필요한 것은 피해산업에 대한 보호나 보상, ‘민족’산업 경쟁력 강화가 아닌 총체적인 대안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여, 차라리 솔직해져라 국정브리핑 글에 대해 할 말이 끝이 없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 그리고 이를 추동하기 위한 기제로서의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은 초국적 기업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각종 무역협정과 협정 내 여러 조항들은 결국 초국적 기업들이 국경을 넘은 내부 거래를 더욱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국제적 수준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 이윤활동을 저해하는 모든 제도와 장치, 규제를 없애는 것, 그럼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당연 ‘양극화 해소’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미국 바이어의 60%가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확대하거나 신규로 수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한미FTA를 통해 대미 수출이 증가하긴 할 것이다. 외국인투자도 증가할 것이다. 통계수치상 일자리가 약간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수출증대이자, 투자 급증이고, 자유화이며, 민중들에게는 ‘떡고물’조차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과 자본이 고안해낸 자유무역협정의 이런 본질에 대해 누구보다도 자신들이 더욱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솔직해져라. 빈곤과 차별, 폭력의 악순환에 허덕이는 민중들의 처참함을 이용하고 우롱하는 “FTA는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대국민 사기극을 이제 그만둬야 한다. <참고자료> 이홍식, 한미FTA의 의의와 기대효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6 Alberto Arroyo Picard, Impacts of the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in Mexico, 멕시코 자유무역 반대 행동 네트워크 (RMALC), 2001 Alberto Arroyo Picard 외, Lessons from NAFTA: The High Costs of Free Trade, 미주사회동맹(H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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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희(편집위원) | 등록일 : 2006.03.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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